'파시즘'이란 말이 과연 기독교 우파에게 어울릴 수 있을까요? 뭔가 급진적인 관념 때문에 좌파에게 해당되는 말 같지 않나요? 그러나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 '파시즘'이란 말은 우파에게도 어울릴 수 있는 말 같습니다. 왜냐하면 급진적이라는 말 외에, 권위와 민족이란 말도 뒤따라 붙기 때문이죠.
'권위'란 본래 위에서 아래로부터 내려오는 것이죠. 왕으로부터 신하에게, 사장으로부터 직원에게, 그리고 대통령으로부터 백성들에게로 말이죠. 교회로 치자면 목사에게서 평신도들에게로 향하는 게 권위라 생각합니다.
또 '민족'이란 개념도 우월성을 입증할 때 사용하는 단어죠. 일본의 민족주의라든지,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집단을 똘똘 뭉치고 강화시킬 때 종종 그런 말을 사용하곤 하죠.
그런 성향들을 기독교 우파와 연결한다면 어울리지 않을까요? 아니겠죠. 어쩌면 더욱 잘 어울리는 말이 될 수 있겠죠. 아래로부터의 권위를 부여하기보다 여전히 수직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걸 기독교 우파는 붙잡고 있기 때문이죠. 더욱이 민족주의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독교 우파도 많기 때문이죠.
여전히 남성 우월을 강조하는 미국 기독교 우파크리스 헤지스의 <지상의 위험한 천국>은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성성을 숭배토록 강요하는 모습이라든지, 하나님을 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는 모습들, 그리고 폭력에 가까운 종말론적인 모습들이 그것입니다. 물론 파시즘을 식별하는 방법들은 움베르토 에코의 책에서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죠.
"텔레비전 복음 전도자들인 베니 힌과 팻 로버트슨은 독재 군주로서 자신들의 '영지'를 통치한다. 그들은 자가용 비행기로 여행하고, 막대한 개인 재산을 가지고 있고, 리무진을 타고 신자들 위에 내리고, 그들을 수행하는 건강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광적 숭배로 가득한 이 조그만 왕국들은 그들이 창조하고 싶어 하는 미국을 소규모로 반영한다.(본문 139쪽)이 책 제4장에 나오는 '남성성 숭배'에 관한 일부 내용입니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는 여전히 남성의 우월성을 주장한다는 뜻이죠. 지나친 경우에 남성성에는 사랑도 인자함도 없다고 말하죠. 그 때문에 기독교 지도자들은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군림하는 지도자들로 가득차고 또 넘쳐난다고 합니다.
기독교 우파들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까"그의 예배 의식들은 신자들과 나누는 자유분방한 잡담 비슷하다. 정장과 드레스 같은 딱딱한 복장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찬송가와 짜여진 안무, 너무 뻔한 의식들은 '네 모습 그대로 오라'는 격식 없는 태도와 전기 기타, 그리고 좌석 사이 통로에서의 춤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예배 의식은 파슬리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는 록스타의 매력과 예언자의 도덕적 권위를 발산한다."(본문 229쪽) 새로운 기독교 유형의 우파 지도자로 대변되는 '로드 파슬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추수교회(World Harvest Church) 의장으로 있는 그는 기독교 우파의 대가들 중 한 명이라고 하죠. 그는 부흥강사들처럼 군중들을 흥분시키고, 입담도 세서 그런지, 2004년 대통령 선거 동안 오하이오에서 동성결혼 금지를 지지하는 투표자들을 동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을 비난하고, 이슬람교를 '적그리스도교의 종교'라고 단정한다고 하죠. 더욱이 미국의 기독교는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미리 알리기 위해 전투를 벌이면서 악마들을 쳐부숴야 한다고 합니다. 그의 설교는 전쟁과 폭력의 언어를 양념처럼 버무린다고 하죠. 그처럼 노골적인 방법을 동원해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를 죽이려드는, 그런 목사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와 신우익(New Right) 시대에 파시즘이란 유령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결국은 기독교 자체를 공격하게 하는 일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인 까닭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목사들이 참 많습니다. 엉뚱하게 편을 가르고, 자기 자신은 독재군주처럼 행세하는 이들이 많죠.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기독교 우파가 어떤 일들을 꾸미고 또 벌이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고집불통 신앙에다, 동성애 혐오증을 내비치며, 반기독교적인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일들이 자기 얼굴에 '똥칠'을 한다는 생각을 한번쯤 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상의 위험한 천국> (크리스 헤저스 씀 | 정연복 옮김 | 개마고원 | 2012.06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