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줄푸세,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일류국가의 비전은 '대한민국 747'을 통해 달성됩니다. 연 7% 경제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년 내 4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여 10년 내 세계 7대강국으로 올라서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습니다.""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율을 정비하여 기업하기 좋은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사회갈등 구조를 해소하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이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의 일부로, 이른바 747공약으로 알려진 국가비전과 구체적인 정책기조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747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정책 기조로 대선 경쟁자였던 박근혜 의원의 '줄푸세' 공약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리고 지난 4년 반 동안 친기업 · 친시장을 모토로 MB노믹스를 가열차게 추진하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시작되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우리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박근혜 의원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 5년 전 줄푸세를 주장했던 박근혜 의원이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뀐 것처럼 보였다.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이 갈 수 있나?그러나 지난 16일 신문방송편집인 토론회에서 "줄푸세에서 경제민주화로 바뀐 것은 경제상황이 바뀐 것이냐, 경제철학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박근혜 의원은 "나는 큰 틀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법인세는 결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다른 나라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과연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이 갈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는 학문적으로 엄밀히 정의된 바는 없지만 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에 의하면 "소득과 부의 재분배, 기회의 균등 보장, 경제주체 간 힘의 균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투자를 유도하고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줄푸세 정책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이는 경제자유화 또는 규제완화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그리고 이제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은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에서는 감세를 통한 투자 유도는 적절하지 않다. 복지확대와 양극화 해소,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극화 해소를 통한 내수 촉진, 금융 불안정성 해소, 그리고 혁신형 산업정책 등으로 민간투자를 높여야 한다.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겠다고 답하는 사람은 2008년의 금융위기와 MB노믹스 5년이 가져온 결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늘렸나?또한 박근혜 의원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다른 나라와 조세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아래 그림에서 빨간선으로 나타난 것이 법인세 최고세율인데, 이는 김영삼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되었다. 파란선으로 나타난 민간투자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오히려 1980년대 최고세율은 37.5%에 달했지만, 민간 투자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2000년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은 법인세율을 6%p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은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재벌대기업이 적용 받는 최고세율은 2009년 25%에서 2010년 22%로 인하되었다. 세액 공제 및 감면을 실시하고 난 후의 실효세율은 2008년 20.6%에서 2010년 16.6%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2010년 총 법인세 세수는 29.6조로 2008년 37.3조에 비해 7.7조나 감소하였다.
특히 재벌대기업의 평균 감면율은 22.8%로 과표 200~500억인 중견기업보다 7.64%p 높게 나타났다. 전체 감면액(산출세-부담세) 규모는 7.4조로 이 중 38%인 2.8조를 41개 재벌대기업이 독자치하였다. 기업수로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41개 재벌대기업은 매년 평균 686억 원씩 감세 혜택을 받은 것이다. 산출세액에서 부담세액의 차이는 세액 공제와 감면으로 구성된다. 세액 공제 5.56조 중 주로 재벌대기업에 이득이 돌아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가 3.6조로 전체의 65.5%를 차지하였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세금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렸을까? 이명박 정부 동안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0.4%로 뚝 떨어졌다. 2008년부터는 외국인의 국내투자에서 내국인의 국외투자를 차감한 대외 순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의원은 이런 현실을 알고 있을까?
경제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경제정책의 방향 전환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경제민주화와 경제자유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한민국을 맡겨도 될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경훈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