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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 1박 2일 난장 포스터.
힘내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 1박 2일 난장 포스터. ⓒ 변창기

"19시까지 전 조합원은 현대차 정문 앞으로 모여 주세요"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인 내게 문자가 왔었다. 그러나 난 갑자기 집안 일이 생겨 19시엔 못가고 희망 난장을 시작하는 21시에 맞춰 현대차 정문 앞으로 가게 되었다. 성내 고개를 넘으니 버스 차창 밖으로 경찰 버스 차량이 10여 대 서 있는게 보였다. 최루액을 넣은 물대포 차량도 보였다. '누구에게 쓰려고 저렇게 미리 준비해 두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 앞에 버스가 스고 다른 몇 명의 손님과 함께 내렸다. 현대차 정문 길건너에 있는 파출소 주변엔 사복 형사들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가 몇 대 정차해 있었다. 앞면 있는 사복 형사 한사람은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해서 상황 보고를 하는거 같았다. 현대차 정문 앞엔 전국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백여개의 만장 깃발이 펄럭 거렸다.굳게 닫혀있는 회사 안에는 여러 대의 대형 버스가 있었다. 평소 같으면 못보던 풍경이었다. 비상 상황이 되면 과장급 이상 퇴근도 못하고 비상 대기 한다더니 그게 사실인지 정문 안엔 관리자 급으로 보이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다.

21시부터 본 행사가 진행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일일이 만들었다는 대나무로 된 깃발. 만장이라는 그 깃발을 들고 구정문까지 걸었다. 포위 상징 행사 후 탈핵운동가가 나와 핵의 위험성과 울산 핵 발전소 문제성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탈핵운동가는 탈핵교수모임,언론,서명운동과 같이 다양한 탈핵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구미 노동자의 반 인권 노동탄압에 대해 영화로 제작한 영화감독도 소개되었다. 이어 패다다스쿨 이라는 모임에서 나와 노랠 불렀다. 패다스쿨은 제도권 학교 교육을 거부하는 청소년 끼리 모여 공부하는 모임 이름이라 한다. 그들의 노래가 끝난후 대학생 춤 패가 나왔다. 힘찬 노동가요에 맞춰 박력감 넘치는 춤사위를 보여 주었다. 그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해고없는 세상 만들자"고 하며 함께 하겠노라 했다. 힘찬 몸짓,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일어 났다.
 최병승 씨가 쓴 시 '갈길은 간다'를 20여명이 무대에 올라 낭송 했다.
최병승 씨가 쓴 시 '갈길은 간다'를 20여명이 무대에 올라 낭송 했다. ⓒ 변창기

3지회(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와 각각 편지를 써서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울산 황인화 조합원은 미혼이라 조합원에게 편지글을 써 읽었고, 전주, 아산 조합원은 아내에게 쓴 글을 읽었다. 결혼 7년차라는 한 조합원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 거렸다. "대법원에서 현대차를 불법파견이라 판결 내렸는데도 우릴 정규직으로 전환 시키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 되어 아내에게 인정받는 남편이 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염원을 담은 편지글 같아 가슴이 찡했다.

00시 경. 하늘에선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도 가자"며 인디밴드 그룹이 나와 멋진 현실비판 노랠 불렀다. 이어 노동가요 가수로 잘 알려진 윤금신 씨가 나와 불나비,환하게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고 "한번더"를 연호하자 파견법 철폐가를 부르고 자리를 내려갔다. 또, 박준이라는 노동가요 부르는 가수가 나와 자신이 치는 키타 반주에 맞춰 여러 노동가요를 불러 환호를 받기도 했다. 노동자의 농성 현장에 언제나 와서 힘있게 흥을 돋구는 그들이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 본관 사무실 꼭대기 층. 최고위 간부가 있다는 그 곳 불도 밤 새 꺼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본관 사무실 꼭대기 층. 최고위 간부가 있다는 그 곳 불도 밤 새 꺼지지 않았습니다. ⓒ 변창기

새벽 1시가 다 되어갈 무렵 마지막 순서로 2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대로 올랐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간 글을 낭독했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대해 8년이나 긴 세월 동안 인내하며 대법 확정판결 받아낸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이었다가 얼마전 현대차 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인정받은 최병승 씨가 쓴 시 '갈길은 간다'는 내용 이었다.

"나는 하청노동자입니다"로 시작하는 시는 꽤 긴 글이었다. 그 시는 최 씨 자신이 현대차에 입사하여 겪어 온 문제에 대해 심정을 잘 요약해 둔거 같았다. 그는 그 글에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번째는 짤리지 않기 위해 일했고, 두 번째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으로 뽑힐수 있다는 희망으로 일했고, 마지막으로는 먹고살기 위해 일했습니다"고 밝히고 있으며 "1시간당 402대 승용차를 만들면서 하루,한 달, 일 년을 보냈습니다"고 힘든 노동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사람에서 기계로 변해가는 그 시간 누군가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노동자는 하나다" 그 외침이 양정동 700번지에 울리던 그날, 우리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위원회를 세웠습니다."며 8년전 노조활동 시작을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어디에도 희망은 없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하청노동자라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하루, 한 달, 일 년을 보냈습니다. 희망이 사라진 길목에서 절망만이 자리 잡았습니다" 며 8년 간 힘들게 지냈음을 밝히는 내용도 있었다.

 노동가요 가수 박준은 특이하게도 무대가 아닌 닫혀있는 현대차 자바라 문 앞에서 공연을 했다.
노동가요 가수 박준은 특이하게도 무대가 아닌 닫혀있는 현대차 자바라 문 앞에서 공연을 했다. ⓒ 변창기

절망의 나날로 포기를 수없이 생각했지만 자신을 마지막 희망으로 바라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 줄 수는 없었기에 대법원 판결 때 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7년 투쟁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과 33번의 구속, 120 여 명의 징계해고 대가치곤 너무 긴 시간이었습니다" 최 씨는 끝까지 버틴 결과 다시 희망의 불이 타올랐다.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지만 최병승 씨는 "아산,울산,전주 지회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다시 투쟁 준비를 결의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새롭게 투쟁을 결의 했습니다. 9년 동안 투쟁한 결과를 2012년에 반드시 쟁취하기 위해 오늘 이곳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절대로 패배하지 말 것을 결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며 다시 희망을 노래 했다.

 만장기 들고 4공장 문으로... 행진... 현대차 불법파견 중단을 위한 포위!
만장기 들고 4공장 문으로... 행진... 현대차 불법파견 중단을 위한 포위! ⓒ 변창기

21일 토요일 21시에 시작된 희망난장 문화제는 22일 일요일 새벽 1시에 마무리 되었다. 희망 난장은 이어 전 금속노조 임원을 사회자로 자유발언대를 진행 하였다. 어느 정규직은 나와 더 많은 정규직 활동가가 나와 같이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다 했다. 그 정규직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조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고마운 활동가 중 한사람 이었다. 비정규직 조합원은 나와서 원하청 연대투쟁하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잘 풀자고 호소했다.

 일단정지 앞에 나무로 깎은 인형이 이채롭다.
일단정지 앞에 나무로 깎은 인형이 이채롭다. ⓒ 변창기

새벽 2시 넘어 자유발언대는 끝이 나고 뒷풀이 행사가 자유로이 진행 되었다. 4공장 쪽에선 어둠이 사라 질 때 까지 노동현실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 했다. 밤 새고 싶었으나 눈이 자꾸만 감겼다. 비정규직 노조 교육관으로 가서 쓰러졌다. 아침 6시 30분 쯤 되니 다시 깨웠다. 마무리 행사를 하고 해산 하잖다. 정문 앞. 밤 새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많았다. 어젯 밤에 있던 무대는 사라지고 작은 승합차량에 있는 방송시설을 사용했다.

본관도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문 안엔 수많은 관리자가 모여 있었다. 사복 형사도 파출소 앞에 서성거리며 어디론가 계속 상황 보고를 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은 사회자가 시키는 대로 했다. "다시 만장을 한개씩 들고 4공장으로 갑니다."는 말이 떨어지자 푸른색 대나무에 천으로 쓴 글씨가 있는 만장을 하나씩 들고 정문에서 4공장까지 걸었다. 4공장에서 다시 정문으로 이동했고 현대차 불법파견 중단을 위한 울산공장 포위의 날 행사는 오전 9시가 되기전에 마무리 되었다.

멀리서 온 분들은 자신이 살고있는 곳으로 다시 갔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고 했다. 가서 쉬어라" 현대차 정문 앞에서 1박 2일 희망 난장을 지켜 보면서 끝나는 시간에 여러 사람들에게 그 말을 듣게 되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대표의 마지막 발언.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대표의 마지막 발언. ⓒ 변창기

현대차 정문 밖에서 밤 새 현대차 불법파견 중단 농성이 이어질 때 현대차 안에선 밤 새 특근 작업을 했다. 토요일 17시 출근해서 일요일 아침 8시에 작업을 마치는 그 특근. 특근하고 퇴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화를 했다. "어제부터 밤 샜나보네. 수고 했다. 가서 쉬어라" 길 건너에 있는 사복 형사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 "수고 했다. 집에가 쉬어라" 현대차 정문 안에서 밤 샌 간부사원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수고 했다. 푹 쉬어라" 밤 새 희망 난장에 참석한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 들었다. "수고 했다. 이제 우리 집에 가서 푹 쉬자"

모두 밤을 지샜지만 자신이 처한 입장 속에서 "수고 했다. 쉬어라"는 그 같은 표현이 직업 종류마다 밤 샌 이유가 다르므로 가치도 다른거 같게 느껴진다. 만장 수백개를 처리하느라 바쁜 비정규직 노동자 틈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집으로 왔다.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난 또다른 약속이 잡혀 있어서 어쩔수 없었다.

 만장 정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장을 정리하고 있다.
만장 정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장을 정리하고 있다. ⓒ 변창기


#현대자동차#불법파견#희망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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