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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쿠아틱리조트 빨간 우편함에 딱새 가족이 오손도손 산다.
아쿠아틱리조트 빨간 우편함에 딱새 가족이 오손도손 산다. ⓒ 신광태

"우편물은 우편함에 넣지 마시고, 직접 사무실로 가져다주세요."

강원도 화천 아쿠아틱리조트 관리인 송희엽씨의 말에 이곳 담당 우편집배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곳을 한번 보세요. 새가 집을 짓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우편집배원이 안을 들여다보니 방금 알에서 부화했는지, 너무 어려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인기척에 본능적으로 먹이를 달라고 노란 입을 벌린다.

우편함속 어린 딱새 인기척이 들리자 먹이를 달라고 힘차게 입을 벌린다.
우편함속 어린 딱새인기척이 들리자 먹이를 달라고 힘차게 입을 벌린다. ⓒ 신광태

그 이후로 우편집배원은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지 않고 관리실 안까지 배달해주었다. 가끔 새의 안부도 궁금해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어미가 경계를 할 것 같아 그냥 지나치곤 했다고 한다.

사람을 의지하는 새

우체통 안에 집을 지은 녀석은 딱새이다. 수컷의 깃털이 아름답다고 무당새로 부르기도 하는 이 새는 산이나 들보다 인가 근처에 집을 짓고 산다.

인간과 더불어 사는 대표적인 새로는 제비를 꼽는다. 그러나 초가를 얹은 흙벽집들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빌딩의 등장과 환경오염은 제비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앗아갔다.

제비는 이듬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다시 말해서 귀소본능이 강한 철새이다. 그러나 과거 그 많던 제비가 사라지고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제비가 자신이 태어난 장소를 버릴 수밖에 없다면, 후에 제비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더라도 다시 돌아오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제비의 타고난 귀소본능 때문이다.

철새인 제비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오염과 번식을 할 수 없는 환경을 원망하며 우리를 떠났다. 그러나 오목눈이나 멧새, 박새 등의 새들은 텃새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위에 산다. 과연 이 새들은 지금의 환경이 좋아서 우리 주위에 살까? 아니다! 이들은 텃새라는 이름으로 타고난 운명 탓이다.

그중에서 인간과 밀접한 텃새로는 딱새, 참새, 곤줄박이를 꼽는다. 이들은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람들 주변에서 산다. 참새는 기와집 지붕사이에 집을 짓기도 하고, 곤줄박이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새이다. 특히 딱새는 오랜 시간 세워진 경운기나 차량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늦은 봄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와 안방 한 모퉁이에 집을 만들어 당황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럼 왜 이들 새는 인가에 살까? 아마도 야생에서는 들고양이나 쥐, 새매, 황조롱이 등의 천적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해코지를 하게 생겼거나, 어느 집안은 매일 시끌벅적 분위기로 험악하다면 과연 이들이 그 집에 들어와 살까? 생각해볼 일이다.

딱새에게 더불어 사는 따뜻함을 배운다

아쿠아틱리조트 북한강을 품고 있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온화함을 잃지 않는다.
아쿠아틱리조트북한강을 품고 있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온화함을 잃지 않는다. ⓒ 신광태


 이미 어미만큼 커 버린 새끼들은 기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한 녀석만 나를 빤히 쳐다 볼 뿐 나머지 녀석들은 머리를 박고 잠자기에 바쁘다.
이미 어미만큼 커 버린 새끼들은 기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한 녀석만 나를 빤히 쳐다 볼 뿐 나머지 녀석들은 머리를 박고 잠자기에 바쁘다. ⓒ 신광태

송 씨와 우편집배원의 한 달여에 이르는 이 같은 배려에 어느덧 새끼들이 어미만큼 자랐다. 송씨, 우체부, 어미딱새 이들 셋의 신뢰와 우정에 의한 결과물인 새끼들이 자라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해볼 일이다.


#아쿠아틱리조트#화천#딱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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