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에 문화재로 지정된 '공룡 발자국'이 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지난 주 경남 함안 군북면 소재 '백이산'(해발 368.6m)을 등산했다는 한 주민이 제보했다. 그 주민은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하는데 아무런 안내문도 없고, 문화재가 등산로에 바로 노출돼 있어 훼손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22일 현장을 찾았더니, 그 주민의 말이 맞았다.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 마을 사이를 지나 오르니 '돌탑'과 함께 '공룡 발자국' 안내팻말이 나왔다.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오르니, 산중턱에 큰바위가 있고, 그 바위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있었다.
이곳에 공룡발자국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는 2005년부터다. 백이산학회 회원 이영부․마금자씨 부부가 발견했다. 경남도는 2012년 2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545호'로 지정했다.
문화재로 지정된 '함안 명관리 공룡 발자국'은 모두 3곳이다.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 618번지, 산 59-1번지, 산 60-1번지. 돌탑 사이에 큰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바위 꼭대기에도 공룡 발자국이 나 있다.
이 공룡 발자국은 중생대 백악기 지층인 '함안층' 상부의 퇴적층에서 발견된 것이다. 함안층은 경상층군 신라아층군에 속해 있는 퇴적층으로, 붉은색의 이암과 응회질 사암이 반복적으로 섞여 있는 게 특징이다.
9600~9700만 년 전 초식공룡이 낮은 호수 주변의 부드러운 펄을 시속 500m 이내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남긴 발자국이 굳어져 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도는 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보행열이 잘 확인되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화석으로, 발자국의 둘레와 깊이가 원형에 가까운 것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앞으로 정비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도록 시설물을 설치할 것"이라며 "올해 초에 문화재로 지정이 됐는데, 함안군과 논의해서 정비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함안군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데크'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주민이 '탐방로'를 만들었던 것인데, 지금은 길을 다른 방향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