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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논란을 불러온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수조 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한 것에 대한 반발도 여전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론스타가 지난 5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회부 의사통보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냈다.

참여연대도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론스타와 옛 론스타 측 이사들을 상대로 하는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부당하게 외환은행 지배주주로 있으면서 취한 이득을 반환하라'는 취지다.

"정부는 ISD 관련 정보 투명하게 밝혀야"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론스타 ISD회부 의사통보서 공개를 위한 정보공개청구소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론스타 ISD회부 의사통보서 공개를 위한 정보공개청구소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동환

우선 민변이 제기한 소송은 금융위원회(금융위)를 겨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지난 5월 론스타로부터 ISD 회부 의사통보서를 받고서 내용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 매각과 과세 과정에서 한국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ISD 회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민변 사무총장은 "한미FTA가 체결될 때 국가의 사법권한을 제한한다는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ISD 제도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론스타가 적을 두고 있는 벨기에와 한국이 맺은 투자협정에 따르면 의사통보서는 ISD 절차 개시 6개월 전까지 보내기로 돼 있다. 올해 11월에는 ISD 중재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사무총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관련 정보를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은폐하고 있다"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론스타의 통보서를 받은 직후인 지난 5월 28일 발표한 자료에서 론스타의 ISD 회부 의사 통보 사실을 모호하게 숨긴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민변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담당 부서인 금융위에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송기호 민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향후 ISD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첫 관례가 될 수 있다"며 소송의 의미를 밝혔다. 정부에서 의사통보서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11월에 ISD 신청을 할 경우에도 한국 정부가 이를 은폐할 수 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패소할 경우 국민 세금으로 론스타 측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국민들에게는 당연히 그 과정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통상 정보공개 소송은 빠르면 4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론스타와의 ISD가 진행되기 전에 통보서가 공개될 수 있도록 법원의 빠른 심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정보가 공개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 및 매각을 금융위가 승인한 경위에 대해 온 국민이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론스타 상대로 3조4000억 원 규모 주주대표소송

참여연대의 주주대표소송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배주주로 있으면서 얻은 배당이익 1조3000억 원과 매각 차익 2조1000억 원의 반환에 초점을 맞췄다. '론스타가 현행법상 외환은행 지배주주가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주식을 점유하고 지배주주로 행세하며 이득을 얻었으니 부당하게 취한 이득을 외환은행에 반환하라'는 논리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번 소송을 분실 휴대전화에 비유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이라는 휴대전화를 주워서 갖고 있다가 고물상에 팔아먹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원래 이럴 경우 휴대전화 주인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줘야겠지만, 이미 팔아먹고 없으니 휴대전화 판 돈을 내놓으라는 게 소송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측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외환은행 측은 론스타 펀드 회장인 존 폴 그레이켄 등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관련된 이사들에게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가져간 돈을 되찾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승소해도 론스타로부터 실제로 돈을 받아낼 수 있겠냐'는 질문에 전 교수는 최근 론스타와의 법정 다툼 끝에 손해배상을 받은 홍콩계 회사를 예로 들었다. 올림푸스 캐피탈이라는 이 회사는 외화카드 2대 주주였지만 주가 조작 때문에 헐값에 주식을 론스타에 넘겨야했다.

전 교수는 "이 사건을 담당한 싱가포르 법정은 한국 민법에 근거해 론스타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승소만 하면 돈 받아내는 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변 #론스타#참여연대#외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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