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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호성 교수의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 겉표지.
박호성 교수의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 겉표지. ⓒ 후마니타스
"무엇보다 자신의 선배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MB가 탁월하게도 사기의 대상을 자연의 영역으로까지 무한대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4대강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추앙 받는다 해도, 전혀 가혹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리하여 소수가 다수를 억누르는, 소수에 의한 다수의 권익 침탈이 열렬히 환영받고 있다."

박호성 교수의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후마니타스 펴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역대 대통령들과 현재의 대통령의 차이점들이 무엇인지를 나열하는 대목 중 하나죠. 다른 대통령들은 인간을 등쳐먹고 사기를 쳐서 권력을 잡았지만, 지금의 대통령은 자연 영역으로까지 그 대상을 확장하여 권력욕을 강화했다는 뜻입니다.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는 지배자의 관점이 아니라는 점이죠.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서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간도 흙의 일부로서, 자연의 한 뿌리라는 점이 그것이죠.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은 같은 혈육의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대강 사업으론 꿈꿀 수 없는 '지속가능한 지구'

"루소는 사유재산을 불평등의 기원으로 간주했고, 또한 모든 시민사회의 모순은 바로 이 사유재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재산의 원천을 아직 소유되지 않은 자연에서, 재산의 소유 목적을 생존의 유지에서, 그리고 재산의 확보 수단을 스스로의 노동에서 구함으로써 나름대로 재산의 원초적 한계를 밝히고자 애썼다." (87쪽)

비록 루소가 자연의 신성함과 선함을 주장하지만 서양의 자연관 자체가 모두 그런 관점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을 인간이 극복해야 할 제약으로 보았던 게 사실이죠. 그런 관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에 노동을 투여해왔고, 또 상공업의 발달과 자본가계급도 생겨났던 것이죠. '근대 기계론적 자연관'도 그런 흐름으로 점철된 것이고요.

그에 비해 동양의 자연관은 어떨까요? 그는 이 책을 통해 동양의 자연관은 서양과는 달리 '유기체적 생명의 관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역의 '천지의 음양과 조화'라든지, 도가의 '자연주의'를 통해서도 곧잘 읽을 수 있다고 하죠. 서양철학이 대부분 사물의 개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반면, 동양철학은 사물의 상호 관련성과 상대성 파악에 주력한 이유라고 합니다.

"이 자연 속의 모든 생명체가-물론 이들의 모태가 자연이긴 하지만-결코 서로 무관한 존재일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하나의 거대한 몸이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나의 이 몸은 얼마 후에 낱낱이 흩어져서 자연과 합쳐질 것이다. 내 몸의 일부는 어쩌면 100년 후에는 풀이 되고, 300년 후에는 사과가 되고, 500년 후에는 독사가 되고, 1000년 후에는 어떤 다른 사람의 몸이 될지도 모른다."(143쪽)

그렇습니다. 이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개개의 작은 생명체들이 생겨났다가 반짝하고 사라진다 해도, 지구 위의 형태만 바뀔 뿐 계속 존속해 나가는 것이죠. 그것은 흙도 나무도, 동물도, 그리고 인간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몸도 본래 자연의 일부였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 일부로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는 과제가 있겠죠. 사실 박호성 교수가 염려하는 바도 그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내다보는 게 그것입니다. 인간의 자연적 생존 역량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죠. 이 책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화력발전을 풍력발전으로 바꾸는 방법도 그에 따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혼 없는 기계'처럼 4대강 사업과 같이 엉뚱한 토목공사만 강행한다면, 결코 지속가능한 지구를 꿈꿀 순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 책을 통해 밝힌 바 있듯이, '댐은 강의 반대말'일 뿐이고, 4대강 사업은 흘러야 할 강에 16개의 대형 댐을 건설하는 '생명의 강 죽이기 사업'일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그처럼 정치권력의 함수관계가 자연생태계에 얼마나 막강한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번 12월 달에 치르게 될 대선 판도는 너무나도 중요할 것입니다. 여태 죽여 온 생명의 강을 더욱 짓밟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살려낼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겠죠? 이제는, 사기의 대상을 자연으로까지 확장시키지 않는, 진정한 자연주의 대통령을 꿈꾸었으면 합니다.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

박호성 지음, 후마니타스(2012)


#아름다운 금수강산#박호성 교수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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