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 길에 나섰던 전남 순천에 자리한 사랑어린 학교 7학년, 8학년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두 차례 나와 만나 글쓰기를 공부를 해왔던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지난 5월 말경에 산티아고로 떠났는데 떠난 지 40여일 만에 돌아온 것입니다. 산티아고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시차 적응을 위해 각자 집에서 일주일 정도 쉬고 전남 고흥, 우리 집에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정리한 문집 작업이며 동영상 작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녀석들이었는데 불과 두 달도 채 안 돼 당당하게 나타났습니다. 8학년인 윤수, 현수, 승보, 서광, 미르, 7학년인 보민, 정민, 소성, 예승. 아홉 명 모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얼굴을 비롯해 피부가 노출된 부분이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눈빛은 초롱초롱 맑았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고 맑은 녀석들에게 십리도 못 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녀석들의 넘치는 기운에 주눅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고생 많았다. 힘들었지?""아니요, 별로요.""그래도 말이 팔백키로지. 그게 어디 쉽냐?""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걷기 시작한지 한 열흘쯤 지나서부터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문집을 만들기 위해 먼저 녀석들의 소감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장장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제 열 넷, 열다섯 살의 아이들에게는 힘든 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힘들었다는 말 대신 산티아고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도대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부터 나온 것일까? 사랑어린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8학년까지 모든 아이들은 매일 아침 걷기명상을 합니다. 학교 버스를 타고 적당한 곳에 하차해 시골길과 바닷길, 40분 정도의 거리를 온갖 해찰 다 부리며 걸어서 학교에 도착합니다.
7학년 8학년 아이들은 산티아고 순례 길에 대비해 따로 걷기도 했습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순천에서 고흥까지 이틀 동안 걸어오기도 했으며 나흘간 망월동 국립묘지를 비롯한 광주순례 등을 거쳤습니다. 그렇다하여도 그것도 중학교 1,2학년들이 낯선 스페인에서 800km를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보고 느꼈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놓는 작업을 했습니다. 먼저 각자 길을 걸으며 느꼈던 기행문을 작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음식, 숙소, 걷다가 만난 사람들과 동물들, 성당, 길에서 만난 축제, 쇼핑, 잊을 수 없는 일화 등으로 세분해 스물여섯 꼭지로 나눴습니다. 그것들을 아홉 명이 각자 두 세 꼭지씩 맡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3명씩 당번을 정해 놓고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을 지어 먹어가며(사랑어린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도 직접 밥을 지어 먹습니다.) 일주일 내내 문집 작업에 몰두 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문집 작업에만 몰두한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작업을 기다리면서 빈둥빈둥 만화책에 코를 박거나 당번이 돌아오면 식사 준비를 합니다. 거기다가 햇볕이 쨍쨍하면 집 앞 해변에 나가 신나게 해수욕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문집 작업을 위해 우리 집 작은 도서관에 두 대의 컴퓨터를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은 먼저 백지에 원고를 쓰고 나와 함께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수정 작업은 최소화 했습니다. 문장이 뒤틀려 있어도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 나갔습니다. 아이들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있으면 그만 이니까요. 자칫 아이들의 문장에 손을 대면 몸과 마음으로 쓴 생생한 원고를 훼손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최소한의 수정된 원고가 나오면 번갈아 가며 컴퓨터에 옮겨 담았습니다. 또한 그 원고에 맞게 산티아고에서 찍어온 수 천 장의 사진을 선별하는 작업도 했습니다. 학교 발표회 때 쓰게 될 동영상 사진작업을 병행해 가면서요.
아이들의 원고 작업은 경이로울 만큼 빨랐습니다. A4용지 한두 장을 한 두시간만에 후딱 써 내려가기도 합니다. 나름 글쟁이 농부라는 내가 만약 그 만큼의 분량을 쓰게 되면 하루 종일 걸릴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나는 아이들의 글 작업을 보다보면 아이들이 '직시(直視)'하는, 혜안을 도무지 따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의 원고를 검토하면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중학교 1, 2학년이 쓴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단순한 지식으로는 쓸 수 없는 지혜로운 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체화된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우러나온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떤 글들은 시원찮은 산티아고 순례길 안내서에 뒤지지 않을 만큼 상세하고 생생했습니다. 나는 아이들의 글을 통해 산티아고에 다녀온 것처럼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 한권 이상의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산티아고에서 찍은 글과 다녀와 쓴 글들을 혼자서 감상하기가 아쉬워 일부분을 짤막하게 소개해 보기로 합니다. 산티아고를 향해 떠난 사랑어린 학교 아이들은 프랑스 시간으로 5월24일 아침 7시 45. 생장 피드포르 부터 걷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걷다보니 산티아고길은 대부분이 개양귀비꽃, 밀밭, 새 파란하늘이었고 두더지(사랑어린학교 김 민해 교장의 별명)가 말한 것처럼 그림 같은 길이여서 와~하고 탄성이 나오지만 더울 때는 무척 더워 하늘을 보기도 힘든 길이었다. 난 걷기 후반 쪽에 가서 좀 지겨웠는데 그때 마음 모으기 할 때 두더지가 '처음처럼'이란다.(술 이름 아님) 처음 가져왔던 그 마음으로 계속 가자고. 길은 그렇게 즐기면서 가면 될 것 같다!'(보민)김민해 교장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선 아홉 명의 아이들은 다 같이 손을 잡고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 때 마다 명상을 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걷기 전 다 같이 모여 마음을 추스린다. 오늘도 수고해줄 몸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손을 잡고 오늘하루 힘내라고 다 같이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준다. 현수야~ 서광아~ 승보야~ 보민아~ 미르야~ 정민아~ 소성아~ 예승아~ 윤수야~ 더지야~!하늘의 기운을 받으며 오늘 목적지를 다 같이 크게 외치고 서광이의 특이한 이름 외우기 방식덕분에 웃으며 박수로 힘차게 마무리하고 오늘하루 왠지 모를 힘을 얻고 걷는다.마무리도 한다. 걷고 나서 씻고 뭐 하고 한숨 돌리다가 모이기로 한 시간 까지 모여 돌아가며 오늘하루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힘들진 않았는지 소감을 나눈다. 그리고 손을 잡고 오늘도 수고 했다는 두더지의 말을 듣고 또 이름을 불러준다.' (윤수)걸으면서 아이들이 만난 것은 사람과 햇볕. 비. 바람. 안개였다고 합니다. 보민이는 땡볕에 만난 안개 길을 걷다가 그 촉촉해지는 느낌에 안개 낀 날씨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우선 우리가 걷는 곳 대부분이 덥다는 것을 말해둔다.(난 생각보다 안 더웠음) 특히 씨에스타 때는 얼마나 햇살이 강한지 스페인 사람들은 모두 자고 (심지어 대형마트도...) 이때 라헤라로 향하고 있던 보민,소성,서광,승보는 씨에스타가 되기 전 미리 물을 다 마셔버려 죽을 뻔 했다늘 이렇게 새빨간 해 밑에서 밀밭과 하늘을 보며 온몸이 익어가는 통닭구이처럼 걷다가 가끔씩 비가 올 때가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이때가 걷는 사람뿐만 아니라 땅과 생물들이 가장 좋아할 때다 추적추적 내리다 금방! 아쉬운 듯 그치는 비를 보며 '우리나라 장마비 처럼 안 내리네?'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쩌랴...여긴 스페인인데.이렇게 가끔씩 비도 내리고 땅이 질퍽해질 때쯤 산길을 가다 보면 안개가 끼던 날도 있었는데 산에서 뭉개뭉개 있는 안개를 바라보며 걸으니 안개 낀 날씨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가 되어버렸다. 하아얀 안개...온몸이 촉촉 해지는 느낌... 아~ 좋다. 아마 이곳에서 윤수 오빠가 지은 시! '바람 그리고 안개'가 나왔을 것이다.'(보민)보민의 마음에 와 닿았던 윤수의 시는 열여섯 아이가 쓴 시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전율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것은 자연과 동화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시라고 봅니다. 바람과 안개 속으로 걷는 자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기도 할 것입니다.
바람은 사람의 소리를 지워 그 무언가의 소리를 들려주려고 한다.안개는 사람의 모습을 지워 그 무언가의 소리를 들려주려고 한다. (윤수)스페인 까미노 길에서는 숙소를 알베르게라고 한답니다. 산티아고 까지 수없이 많은 알베르게를 만나게 되는데 정민이와 승보가 마치 여행 전문가들처럼 숙소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잘 표현해 놓고 있었습니다. 특히 정민이는 여행자들에게 숙소가 어떤 의미인지를 열네 살,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잘 요약해 놓고 있습니다.
'스페인 까미노 길에서는 숙소를 알베르게라고 한다. 좋은 알베르게, 안 좋은 알베르게, 비싼 알베르게, 싼 알베르게, 기부제 알베르게 여러 종류의 알베르게가 있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만을 위한 시설이다. 보통 5유로 정도로 들어갈 수 있다. 사설 알베르게와 무니시발 알베르게, 산타 마리 알베르게가 있는데 사설 알베르게는 비싸거나 기부제 알베르게, 빠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보통 사설이다. 무니시발 알베르게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식 알베르게다. 산타 마리아 알베르게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매일 미사를 본다. 거의 다 5유로다.'(승보) '시설 좋은 알베르게든 안 좋은 알베르게든 특이한 알베르게든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좋은 알베르게에서 잤다고 잘 쉰 거고, 안 좋은 알베르게에서 잤다고 못 쉰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알베르게든 잘 쉬었고, 잘 먹고, 잘 잤기 때문에 못 쉬었다는 알베르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좋은 알베르게와 안 좋은 알베르게의 차이는 '편했다' 와 '불편했다'의 차이일 뿐! '잘 쉬었다'와 '잘 못 쉬었다'의 개념은 아니라는 거다.' (정민)음식에 대해서는 미르가 잘 표현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많은 음식을 먹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대부분 돈을 아낀다고 바게트로 밥을 때웠는데 후반에는 순례자 메뉴를 많이 먹었다. 순례자 메뉴를 바에서 10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사 먹는데 3가지로 나온다. 에피타이저는 샐러드, 스프, 마카로니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메인은 소고기, 돼지고기, 물고기, 닭고기 등이고 디저트는 아이스크림, 멜론, 케잌 등이 있다.순례자 메뉴를 다 먹으면 양도 많고 맛도 좋다. 그리고 많이 먹은 스페인 전통 요리는 하몽이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인데 비리고 짜서 나는 즐겨 먹지 않았지만 윤수와 예승이는 하몽을 좋아해서 자주 사서 즐겨 먹었다.알베르게는 부엌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는데 있을 경우에는 우리는 파스타만을 먹었다. 요리하기도 쉽고 재료도 항상 마트에 팔아서인데 처음에는 좋았지만 끝날 쯤 파스타를 싫어했다. 항상 맛이 같아 먹기 싫었지만 파스타를 만드는 게 값이 싸서 어쩔 수 없었다.알베르게에 부엌이 없으면 바에서 사먹는데 그럴 때 순례자 메뉴를 먹는다. 종종 알베르게에서 저녁과 아침을 줄 때가 있는데 맛있었던 곳은 샐러드, 치킨, 푸딩이 나와서 우리 애들 전부 좋아한 적도 있다. 토산토스 알베르게는 초록색 채소가 나왔는데 무지 써서 굉장히 먹기 힘들었다. 그러나 두더지는 좋은 음식이라고 맛있게 드셨다.아침은 주로 식빵과 잼, 버터, 씨리얼로 알베르게에서 주는데 양이 적어서 한국의 든든한 아침이 먹고 싶었다.'(미르)아이들을 중간에 두 팀으로 나눠 길을 걷기도 했는데 도중에 길을 잃기도 했다고 합니다. 길을 잃었지만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길을 잃고도 개한테 농담을 걸 정도로 당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라뇽에서 토산토스를 향해 새벽에 출발했다. 어두워서 앞이 캄캄해 안보였다. 한참 말없이 걷다 뒤를 돌아 보니 예승이하고 애들이 없었다. 그때 윤수형이 "앞에 화살표가 안보여" 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마을을 뒤지며 화살표를 찾았다. 화살표는 고사하고 사람이라고는 털끝도 안보였다. 근데 개 한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윤수형이 개보고 "돈데 에스데 까미노뎃 산티아고?" (어디가 산티아고 길입니까?)라고 물어보았는데 개는 으르렁 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뒤돌아보니 저만치에 까만 옷을 입고 있는 농부아저씨가 보였다.우리는 "아 저기 농부아저씨 한테 물어볼까?" 라고 말했다. 미르 형이 그냥 본래 가던 쪽으로 가자고했다. 나는 혹시 모르니까 다시 되돌아가보자고 했다. 되돌아갔지만 그 길에는 우리발자국 밖에 없었다.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맨 지 2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부지런히 걷다 걷다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소성)녀석들이야 떼거지로 몰려 다니며 개에게 농담을 던질 만큼 여유가 있었다지만 정민이는 달랐습니다. 홀로 외떨어져 길을 잃었던 것입니다. 정민이의 생생한 글을 통해 그 불안감이 고스란히 안겨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23일째. 2팀으로 나눠 걷고 있다.(사아군 →엘리고스 까지 가는 도중) 우리 팀은 A팀, 윤수오빠, 미르오빠, 광이오빠, 예승이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 걷고 있다. 5명이 함께 걸으면 나는 항상 자연스럽게 맨 뒤에서 걷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맨 뒤에서 걷고 있었다. 멍하게.앞에 걷는 미르오빠와 광이 오빠랑 그렇게 차이도 안 났다. 그런데 난 어디로 가고 있던 걸까? 멍하게 계속 갈림길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직진만 했다. 쭉. 그러자 어느 마을이 나왔다. 보통 마을마다 팀 전원이 기다려 주기 마련인데, 이번 마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어떤 사람도 없었다. 그 마을엔 오로지 으르렁 거리는 덩치 큰 개만 있었다. 금방 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3마리의 개를 피하며 아무 사람이나 찾았다. 찾으면서 나는 직감적으로 길을 잃었다는 걸 느꼈다. 몇 분을 찾아 헤맨 끝에 마을 노인 한분을 붙잡고 산티아고 길을 물었는데 역시나! 이 길은 산티아고 길이 아니고 저 넘어가 산티아고 길 이라고 한다. 헉. 서둘러 갔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머리가 하얗게 되더니,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다. 그렇게 몇 분을 훌쩍이는데 웬 외국인 여자 남자 순례자 두 분이 와서 영어로 왜 우냐고 물었다. 나는 그래서 영어로 친구들을 잃어 버렸다고 대답 했다. 그 순례자 두 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같이 가자고 했다. 무작정 따라 나섰다. 그래서 다시 올바른 산티아고 길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민)정민이 나이 열네 살, 중학교 1학년생.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 스스로 일어설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정민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과외나 온갖 학원 다녀가며 영어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주 짧은 영어로 외국인을 만나 길을 찾았습니다.
정민이가 길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을 믿고 무작정 따라 갈수 있었던 것은 습득된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람이 아닌, 세상의 욕망을 내려놓고 바람 따라 걷는 사람, 안개에 묻혀 걷는 사람, 자연을 닮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본래 생기발랄한 정민이. 홀로 길을 잃고 불안감에 떨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티아고 길을 다시 가보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사랑어린 학교 아이들은 윤수의 시처럼 사람의 소리를 지우는 바람 속을 걸으며, 사람의 모습을 지우는 안개 속을 걸어가며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 없는 힘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언어가 필요치 않은 자연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이 사용한 사진기가 또딱이 디카라서 아쉽게도 화질이 떨어집니다. 사랑어린 학교 산티아고 순례길 두번째 이야기는 정리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