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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경남 창원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200여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함께 나누어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자전거에 대한 인식 변화인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임진각까지 가는 국토순례를 하면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만 골라 다닐 수가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대전, 수원, 성남 같은 복잡한 도심 구간을 지날 때도 있고, 편도 1차선밖에 없는 국도를 달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가장 불편한 것은 자동차의 통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에 속하기 때문에 도로를 다닐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만, 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동차에 비해 속도가 느린 자전거가 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합니다. 평균속도 시속 20km에 불과한 자전거가 도로를 주행하면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운전자들 중에는 자전거가 도로를 주행하는 것 때문에 자동차의 주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차가 많아 길 막힌다고, 창문 열고 욕하는 사람 있습니까  

 대전에서 세종시로 가는 도로 중앙 자전거 도로
대전에서 세종시로 가는 도로 중앙 자전거 도로 ⓒ 이우천

특히 도심구간이나 편도 1차선밖에 없는 국도 구간에서는 200여 대의 자전거가 지나가게 되면 적지 않은 교통 혼잡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동차가 한꺼번에 몰려 생기는 교통 혼잡은 불만이 있어도 참아내면서 자전거 때문에 차가 막히면 마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화를 냅니다.

우리 교통문화가 워낙 자동차 우선으로 되어 있다 보니, 자동차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자동차가 가장 빨리, 가장 우선으로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전거나 수레 같은 다른 교통수단이 느리게 다니면 마치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경적을 울리고 심지어 창문을 열고 욕을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200대가 넘는 자전거가 도심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다고 경찰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지원하러 현장에 나온 교통경찰관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렇게 한 번 지나가면 그만이지요. 그런데 욕은 우리가 다 먹습니다. 차가 이렇게 막히는데 왜 자전거 200대가 지나가도록 경찰이 허가를 해주었느냐고 따지고 항의하는 운전자들 전화를 다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 200대가 동시에 어떤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고 경찰 허가를 받는 일이 없는 것처럼, 자전거 역시 동시에 200대가 도심을 달린다고 경찰에 허가를 받을 일은 없습니다.

다만 안전사고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찰의 협조를 받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운전자들 중에는 자전거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을 마치 무슨 불법 행위라도 저지르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입니다.

자전거 대열을 위협하는 운전자들... 그래도 올해는 줄었습니다  

 자전거 도로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되어있다
자전거 도로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되어있다 ⓒ 이우천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왜곡된 인식이 해가 갈수록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7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임진각까지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는데, 당시에는 버스와 택시뿐만 아니라 승용차까지 자전거 대열을 끊고 좌회전, 우회전을 시도하려고 밀고 들어오는 아찔한 경험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올해는 과거와 같이 난폭한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위협하는 횡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가끔 진행자들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차로 대열을 도로 밖으로 밀어붙이는 분들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자전거 타기 붐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200대나 되는 자전거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운전자분들이 많이 늘어났고,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을 격려해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대전은 창원의 '누비자'와 같은 공영자전거가 도입되어 운행 중이었고, 도시 여러 곳에 공영자전거 터미널이 생기고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전에서 '행정복합 도시' 세종시로 이어지는 중앙차로 자전거도로였습니다.

통행료를 받지 않을 뿐 사실상 고속도로와 다름이 없는 이 중앙 자전거도로는 정말 고속도로처럼 대전에서 세종시까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왕복 8차선 도로의 한가운데에 대전시와 세종시를 왕복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중간 중간에 안전하게 일반도로로 빠져나갈 수 있는 지하통로도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에는 지붕까지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 지붕은 눈, 비와 바람을 피하는 단순한 지붕이 아니라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시설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우선 도로를 만들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세종 중앙차로 자전거도로, 최고였습니다

 대전시 공영자전거
대전시 공영자전거 ⓒ 이윤기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를 내세우는 창원시는 이미 30년 전에 잘 만들어놓은 전국 최고 수준의 자전거 도로 폭을 좁히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도로 중앙에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만들고 있는데, 세종시 자전거 전용도로의 사례를 보니 창원시가 예산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이번 국토순례 구간에는 낙동강 자전거 도로, 금강 자전거 도로, 한강 자전거 도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중 가장 활용도가 높은 곳은 역시 한강 자전거 도로였습니다. 도심을 가르는 탄천, 한강, 중랑천을 거쳐 의정부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길은 평일인데도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저탄소 시대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주말이 아니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낙동강 자전거길보다는 도심에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국토순례#세종시#청소년#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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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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