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대통령이 돼도 성공하기 어렵다."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는 칼럼으로 화제를 일으킨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다시 한 번 도발적 문제 제기를 했다. 지난달 31일 국가비전연구소가 주최한 '안철수와 민주진보진영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주제의 포럼에서 성 기자는 "안철수 원장이 2012년에 출마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안철수 대통령 실패론'을 제기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도, 성 기자의 실패론 제기도 다 개인의 자유다. 다만, 안철수 실패론이 이른바 '안철수 대망론'과 '박근혜 대세론'이 교차하는 미묘한 시점에 나와 더 논쟁적일 뿐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 안철수의 1 대 1 대결구도 추이를 보면, 박근혜와 안철수 지지율은 지난 4월 총선을 고비로 1차로 교차했다가 책 출간을 계기로 다시 2차로 교차한 시점이다.
보수적인 갤럽 조사에서 안철수 > 박근혜 역전우선, 비교적 보수적인 한국갤럽의 데일리 정치지표(6주간) 추이를 보면, '박근혜/안철수 중에서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양자구도 조사에서 지난 7월 26일~27일을 고비로 박근혜(40%) vs 안철수(43%)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처음으로 역전되었다(7월 23~27일, 휴대전화 RDD, 전국 1,520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여론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1 대 1 대결구도에서 안철수 우위구도로 바뀌었다. 7월에 이뤄진 아래의 주요 정치일정과 사건을 보면 그 배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근혜 대선출마 선언과 이상득 구속(10일) ▲안철수 <안철수의 생각> 출간(19일) ▲민주당 대선경선 첫 TV토론과 <힐링캠프> 안철수 편 방영(23일) ▲새누리당 대선경선 첫 TV토론(24일) ▲민주당 첫 합동연설회(25일) ▲새누리당 첫 합동연설회(26일)…안철수의 행보가 두 정당의 정치일정 사이에 '알박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니 '주연'(박근혜)만 있는 새누리당 경선과, 주연은 없고 '조연'만 있는 민주당의 '준결승 경선'에 대중의 흥미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안철수의 힐링캠프 출연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을 살핀 한국갤럽 여론조사(7월 25~27일, 휴대전화RDD, 성인 917명 대상, 표본오차 95%±3.2%p)를 보면 힐링캠프 출연이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와 지지도를 높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책 출간과 방송 출연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힐링캠프 시청 후 안철수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힐링캠프 안철수편을 "시청했다"(38%)거나 "방송 내용에 대해 들었다"(20%)는 사람은 58%로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직간접으로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7월 23일 AGB닐슨 전국시청률은 18.7%였으나 이 조사는 '본방'뿐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와 '다시 보기'를 다 포함 것이다). 시청 경험자는 연령별로 30~50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지지 후보 및 정당별로는 안철수 지지자(50%)와 민주당 지지자(44%) 중에서 많았다.
또 안철수편을 시청한 350명(전체 응답자의 38%)에게 방송 시청후 안철수 원장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물은 결과, '좋아졌다'가 40%인 반면에, '나빠졌다'는 9%('변화 없다' 48%)로 나타났다. 시청자 중 절반 정도가 시청후 생각의 변화가 있었고, 이 중 40%는 안 원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니 안 원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할 만큼 힐링캠프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안 원장에 대한 생각이 좋아졌다는 응답을 연령별로 보면, 20대(55명)에서는 54%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반면에 60세 이상(67명)에서는 17%만 '좋아졌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지지 후보 및 정당별로는 안철수 지지자의 61%, 민주당 지지자의 54%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반면에, 박근혜 지지자 중에서는 시청후 '좋아졌다'(14%)보다 '나빠졌다'(21%)는 부정적 응답자가 더 많았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된 조사결과다. 이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시청후 안 원장에 대해 '좋아졌다'는 응답이 성별로 큰 차이를 보인 점이다. '좋아졌다'는 응답이 남성(176명)에서는 32%인데 비해 여성(174명)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8%였다.
안 원장에 대한 여성들의 우호적 호감도는 남성에 비하면 사실상 '팬덤'과 비슷한 '맹목적 지지'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결정시기 질문에 대한 응답을 보면, '가능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43%)는 의견이 '시기는 상관없다'(36%)는 의견보다 7%p 더 많았다(모름/의견 없음 20%). 대통령 후보 검증이라는 원론과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성, 안철수의 출마시기와 출마방식에 상관없는 '묻지 마' 지지?
그런데 성별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남성에서는 안 원장이 '가능한 빨리 출마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47%)가 '시기는 상관없다'(34%)보다 13%p 더 우세했으나, 여성에서는 '빨리 하는 것이 좋다'(40%)와 '시기는 상관없다'(38%)가 오차범위 내였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안 원장의 출마시기에 대해 괘념치 않는 '묻지 마' 지지 성향을 보인 셈이다.
안 원장 출마시기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인식 차이는 출마방식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드러난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다음 중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냐"고 출마방식을 물은 결과, '야당후보와의 경선을 통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37%) 의견과 '야당들과 연대하지 않고 제3의 독자후보로 출마'(40%)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모름/의견 없음 23%).
그런데 성별로 보면, 남성에서는 '야권단일후보로 출마'(40%) 의견이 '제3의 독자후보로 출마'(39%) 의견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는데 비해, 여성에서는 '제3의 독자후보로 출마'(41%) 의견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33%) 의견보다 8%p 더 많았다. 안철수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힘은 여성한테서 나오고, 그 힘의 상당 부분은 힐링캠프 출연 이후 '좋아졌다'는 여성들의 긍정적 변화로 인한 것인 셈이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2~4월 민주정책연구원이 한상진사회연구소에 발주한 패널(전국 성인 1026명 대상 웹 및 전화면접)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층을 분석한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히 놀라운 변화다. 당시 분석결과에 따르면, 안철수는 여성보다 남성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후보 3자(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결구도와 2자(박근혜 안철수) 대결구도의 질문문항을 교차시켜 두 대결 모두에서 안철수를 지지한 '강한 지지층'(35.3%), 한번만 지지한 '약한 지지층'(20.5%), 두 번 모두 지지하지 않은 '비지지층'(44.2%)으로 분류하면 ▲안철수 강한 지지층(남자 52.2%, 여자 47.8%) ▲안철수 약한 지지층(남자 55.7%, 여자 44.3%) ▲안철수 비지지층(남자 44.9%, 여자 55.1%)의 분포였다.
안철수의 고민, 여전히 '출마 반대' 의견이 더 많다는 것
그러나 힐링캠프 이후 안철수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 공동 정기여론조사(7월 28일, 전국 성인 800명, 유선(390명)+무선(410명) RDD전화면접, 95%신뢰수준±3.5%) 결과에서 1 : 1 대결시 안 원장 출마에 대한 입장을 보면,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43.4%)는 응답이 '출마해야 한다'(37.3%)는 응답보다 더 많았다('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9.3%).
지지후보별로 보면, 박근혜 지지층에서는 74.1%가 출마에 반대한 반면, 안철수 지지층은 63.6%가 출마에 찬성했다. 전체 응답자의 8.1%에 해당하는 미정층(부동층)에서도 '출마해야 한다' 26.8%,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33.8%, '잘 모르겠다' 39.4%로 출마에 반대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유보층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결국 안철수 지지율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안 원장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출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안철수 원장에 대해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야당지지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도 지난 4월 총선 이후, 특히 책 출간과 방송 출연 이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안 원장의 출마에 대한 기대가 확장되는 가운데 동시에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가 최근 다시 늘어난 것은 안 원장이 장외정치에 주력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그 점은 안 원장의 핸디캡으로 지적되는 정치적 경험 및 정치세력의 부족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EAI-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의 정치 경험이나 정치세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국정운영을 더 잘할 것 같다'는 응답은 34.0%에 그친 반면,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염려 된다'는 응답이 55.4%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5%였다.
지지후보별로 보면, 박근혜 지지층에서는 78.7%가 '염려된다'고 주장한 반면, 안철수 지지층에서는 58.5%가 '더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정층(부동층)에서도 '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22.9%인 반면에 '염려된다'는 응답은 50.0%로 곱절 이상 더 많았다.
안 원장에게 정책 능력 못지않게 정치력을 요구하는 이런 조사결과는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안 원장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가 대통령이 돼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성한용 기자의 지적은 타당한 셈이다.
참고로, 중앙선관위의 19대 총선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남자(55.7%)가 여자(53.1%)보다 2.6%p 높았으며, 2002년 대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남자의 투표율이 더 높았다. 안철수 지지율에는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