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13년 만에 처음으로 물놀이를 갔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 정말 빨리 흐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13년 만에 물놀이를 하자 아이들은 올해는 당연히 가는 줄 알고 있습니다.
"아빠, 언제쯤 물놀이 갈 거예요?""엄마가 시간이 없잖아."
"그럼 토요일에 가면 되잖아요. 덥단 말이에요."지난 달 말부터 아이들은 하나 같이 물놀이를 가자며 졸랐습니다. 아이들 '조르기'(?)에 아빠가 무슨 힘이 있나요. 지난 해 갔던 곳으로 토요일 내달렸습니다. 집에서 불과 30분 거리입니다. 비가 내린 지 오래되어 그런지 물이 적었습니다. 어른들 무릎 정도입니다. 어른들이 조금 허탈하겠지만 아이들은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 바로 물에 들어갑니다. 누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본 막둥이는 "누나 헤엄 잘쳐?"하고 묻습니다. 딸 아이와 막둥이는 요즘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누나에게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 동생이 싫은 딸 아이입니다. 하지만 물놀이할 때만은 다정한 오누이였습니다.
"아빠, 추워요 추워."
"당연히 춥지, 아빠도 들어가보니까 추운데. 추우면 한 번씩 나와서 몸을 말려.""알았어요. 정말 재미있어요."금방 물에서 놀던 막둥이는 추운지 밖으로 나와 춥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습니다. 금방 오들오들 떨더니 금방 물놀이를 가겠다고 합니다. 아빠 보고 물놀이를 하자고 조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빠보다 오늘따라 엄마가 물놀이를 더 재미있게 합니다. 엄마와 함께 하는 물놀이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습니다.
"아빠, 들어오세요."
"여보, 들어오세요."
"재미있어?"
"그럼요. 시원해요. 빨리 들어오세요."한창 신나게 노는 모습이 정말 좋습니다. 우리집 실내온도가 35도를 오르내립니다. 그런 집에 살다가 시원한 물가에 왔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놀이를 하다 밖으로 나온 아이들 모습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입니다.
물놀이를 하다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금방 배가 고픕니다. 물놀이에 가장 맛있는 음식은 '컵라면'입니다. 따끈한 국물이 최고입니다. 라면 국물은 소금이 많이 들어가 다 먹지 말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맛있는데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라면 국물은 남겨라."
"왜 남겨요?"
"라면 국물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 건강에 좋지 않아."아이들은 아빠 말을 잘도 듣습니다. 아빠 말씀을 거의 하나님 말씀쯤으로 여깁니다. 어김없이 라면 국물을 남겼습니다. 정말 즐겁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큰 아이는 피곤한지 금방 쓰러져 잠들어 버렸습니다. 딸 아이와 막둥이는 살갗이 탔다며 오이 마사지를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아이들입니다. 35도 무더위를 날린 물놀이 참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