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뻘인 사람들한테 욕하고, 때리고… 못하겠더라. 공장에서 월 200만 원씩 받고 일해도 그게 낫겠다 싶어 그만뒀다."몇 년간 경비업계에 몸담았던 A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사 분규 현장에 투입된 용역 업체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현행법상 경비업체는 물리력을 사용할 수 없다. 노조와 경비업체가 충돌하면 형사처벌, 허가 취소 등 사법처리가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이번 SJM 사태에서 보듯 그동안 용역 업체는 법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철제부품, 소화기, 곤봉…. 노조 조합원들이 증언하는 용역업체 '컨택터스'는 공포 그 자체였다. 노조원들이 목숨을 걸고 유리창을 깨 3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린 데는 그보다 더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엇이 용역 업체로 하여금 이렇게 물불을 가리지 않게 하는 걸까. 핵심은 돈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용역들, 과연 얼마나 벌길래<오마이뉴스>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경비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SJM 같은 노조 관련 일은 동원되는 인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이 수천 만 원에서 수억 원을 받는다고 증언했다. 그것도 하루에 말이다.
A씨는 "지난해 유성기업은 20개 팀이 '씨제이(CJ) 시큐리티'라는 한 이름으로 들어갔는데, 상위 5곳은 2~3주 만에 몇 억 원씩 가져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 역시 "노조 (파괴하러) 한 번 들어가면 (경비업체는) 수십억 원씩 번다"고 증언했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올까. B씨의 말이다.
"(경비업체가 회사와 계약할 때) 용역 직원 한 명당 주간 일당 15만~17만 원에, 야간(근무)까지 해서 하루에 34만 원쯤 받는다. 그게 100명만 되도 하루에 대략 3400만 원이고, 한 달이면 약 11억 원이다."A씨 역시 "밤낮 꼬박 일하면 한 사람당 30~40만 원씩 번다"고 말했다. 그는 컨택터스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서진호(34)씨도 원래 다른 사업을 했는데 경비 용역이 돈을 잘 버니까 이쪽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은 민주통합당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의 발표와도 일치한다. 진상조사단은 조사결과 SJM 사측은 컨택터스와 ▲ 경비업체 직원 1명당 하루에 34만 원씩 지급 ▲ 숙식은 별도 제공 등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SJM에는 컨택터스 용역 약 200명이 투입됐다. 하루에 총 6800만 원이다. 지난달(7월) 27일 투입됐으니 7일 현재(12일간)까지 총 8억 1600만 원이다. 같은 날 전격적으로 용역이 투입된 만도는 동원된 인원이 무려 1500명이다. 하루 비용만 5억 1000만 원, 7일 현재까지 무려 61억 2000만 원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해 5월 18일 약 400여 명이 투입된 유성기업은 8월 22일까지 97일간 지속됐다. 하루에 1억 3600만 원, 총 132억 원이다.
말단 동원 직원은 34만 원 중 8만 원.... 중간급은 수천만 원, 꼭대기는 억대
물론 이 돈이 모두 동원된 사람들에게 일당으로 지급된 것은 아니다. 지난 27일 <오마이뉴스>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경비업체 중간 간부의 것으로 짐작 가는 수첩을 입수했다. 여기에는 실제 동원되는 사람들이 받는 수령액이 8만 원으로 적혀있었다(
관련 기사 보기).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SJM과 컨택터스의 계약을 조사한 결과도 이와 일치했다. A씨 역시 "경비업체들은 직원들에게 보통 (일당) 7만 5000원~8만 5000원 정도 지급한다"고 말했다.
'일당 8만 원'은 맨 아래 단순 동원된 직원의 금액일 뿐이다. 그 위에 팀장급은 이보다 훨씬 많이 가져간다. A씨는 "실장급이나 바지 사장 등 근무한 사람 중에 2~3순위에 들면, 한 달에 인원 100명 돌리고 현장 직접 들어가면, 그 사람만 월 6천만 원~7천만 원씩 번다"고 말했다. 팀장급으로 유성기업에 들어갔다는 B씨는 "나도 유성에서 1억 원 넘게 벌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 대표나 실제 사장 등 최상층에는 얼마가 돌아갈까. 각종 경비가 있어 계산하기 쉽지 않지만, B씨는 "지금 CJ시큐리티(만도에 들어가있는 용역 업체) 대표는 하루에 2억 정도씩 떨어진다"고 말했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만도에는 1500명이 들어가 있다.
회사는 대체 얼마를 용역비용으로 쓰는 걸까
회사 측이 용역업체에 주는 것은 일당으로 계산하는 돈만이 아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SJM 사측은 컨택터스에 숙식은 별도로 제공하기로 계약했다. 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가 경비업체에 노조 집회현장 확인과 채증을 요구하면 카메라 등 필요한 장비 일체를 지급한다. 심지어 노조가 파괴되면 성과보수 등 이면계약까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모두를 합하면 회사가 용역 업체에 주는 돈은 수십 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
A씨는 "제가 알기로는 회사마다 노조를 깰 때 쓸 수 있는 돈을 따로 만들어 놓는다"면서 "기업마다 다 있다, 그 규모가 수십억 원대로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컨택터스는 노조(파괴) 전문으로 소문났기 때문에 여러 회사에서 연락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6일 SJM 사태에서 컨택터스가 챙긴 차익이 5억7200만 원에 달한다며 "컨택터스는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썼는지 밝히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간사인 은수미 의원 측은 "컨택터스의 초법적이고 월권에 가까운 (노조) 진압이 경찰 눈앞에서 벌어지는 게 과연 가능하냐"며 컨택터스의 수익금이 정관계 로비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