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당의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당의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남소연

"야권대통합은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과 민주당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이미 참여계는 지난해 야권대통합 주장이 나왔을 때,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으로 간다면 우리도 따르겠다고 했었다. 진보 정파가 민주당의 왼쪽 방을 쓸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설사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의 입에서는 "안타깝다"는 말이 반복됐다. 지난 해 11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통합연대가 하나로 뭉치자고 의기투합을 했을 때 그가 말했던 설렘과 희망은 8개월 여만에 분노를 넘어선 안타까움으로 변해버린 듯 했다.   

7일 <오마이뉴스> 서교동 사옥에서 만난 유 전 대표는 '실패한 통합'에 깊은 회한을 쏟아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을 부결한 구 당권파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내놨다.

그는 "저를 포함한 참여계 당원들은 특별한 이념 때문이 아니라 비정규직법·파견법 등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는 데 힘을 보태, 참여정부 시절 악화됐던 노동 문제에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어 통합진보당에 참여했다"며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8평짜리 판잣집 안방을 차지하려는, 아무런 의미 없는 내부 권력다툼만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패권주의와 종북,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기로 했는데..."

그는 "통합할 때 구당권파의 패권주의와 종북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해결하기로 약속했다"며 "하지만 구당권파는 이를 극복할 준비가 안돼 있었고 우리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는 구 당권파의 변화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구 당권파는 대중의 요구나 세상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며 "잘못을 성찰하고 교정해서 같은 오류를 피하는 인간의 능력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에서 나오는데 구 당권파에 부족한 게 바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해서 유 전 대표에게 진보의 재구성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진보정치를 위해서는 현재 당 내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원래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 구상했던 노동의 기반 위에서 시민사회와 결합한 당,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강화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당을 하자는 기획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교정하지 않으려는 세력에 의해 당 전체가 잘못을 고칠 수 없다는 게 증명됐고 지금 우리 당의 존재가 국민에게 이롭기는커녕 해롭다면 당을 없애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야권대통합? 민주노총과 민주당, 전면적 결합해야 가능"

유 전 대표는 진보정치 세력이 민주당으로 들어가 진보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의 왼쪽 날개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며 그 전제 조건으로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전면적 결합을 내걸었다.

유 전 대표는 "진보적 색깔을 가진 정치인이 노동계를 기반으로 왼쪽 날개를 형성해야 고립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당 정체성을 진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며 "진보개혁 진영의 모든 정파가 하나의 정당으로 결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면 그게 가능한 길은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전면적 결합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 "민주노총이 그 정도의 유연한 정치방침을 채택하려면 내부 결속이 강고하고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민주노총이 노동자 지위의 획기적 개선과 노동시장 정책의 큰 변화를 바란다면 정권을 바꾸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야한다"며 "욕하고 비판하고 소리 지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대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 대해서는 "정치는 야수의 탐욕과 싸우기 위해 짐승의 비천함을 겪으면서 성인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것인데 안철수 원장이 짐승의 비천함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구당권파에 혁신 주문했지만 관심 보이지 않아"

- 지난해 11월 통합을 결의했을 때 젊은 시절에 꿈꾸던 진보당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막상 겪은 진보당의 현실은 어땠나.
"저를 포함해서 참여계 당원들은 특별한 이념 때문에 진보당에 온 게 아니다.  비정규직법·파견법·직장폐쇄·용역폭력 등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참여했다. 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참여정부 시절 악화됐던 노동 문제에 대해 마음의 짐을 덜고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내부 권력 다툼만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8평짜리 판잣집 안방을 차지하려는 아무런 의미 없는 싸움에 몰두했다. 그래서 혁신을 주문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부실 경선 이후 당이 잘못해 사죄하고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가 총사퇴하자고 했는데 국회의원직 유지를 위해 당을 파탄에 빠트린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

- 결국 참여계와 구당권파의 연대는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나.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하자면 우리는 구당권파와 손잡은 적 없다. 국민참여당 지도부가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협의해 통합한 것이다. 한 정파의 대표와 협의한 적이 없다. 그리고 통합할 때 패권주의와 종북주의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구당권파는 이를 극복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우리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 구 당권파에게 혁신 의지가 없었다고 보나.
"그 분들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에 대한 인식의 차가 컸다. 혁신을 하려면 8평 판잣집을 헐고 앞뒤 땅을 사서 더 큰 집을 지어야 하는데 판잣집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더 짓자고 한다. 구 당권파는 대중의 요구나 세상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 자기들 세계에 너무 갇혀 있다. 그 분들이 혁신이라고 생각한 것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혁신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유 아무개를 대권 후보로 세워주겠다는 게 혁신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 통합의 실패 원인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선거용 연합'이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선거용 가설정당을 만들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통합 협상할 때 이정희 (전) 대표가 맨 먼저 물어본 게 '통합하려는 게 선거 때문이냐, 앞으로 동지로 계속 같이 가자는 것이냐'였다. 내가 후자라고 해서 협상이 시작됐다. 구 당권파들도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속박이라고 생각하고 패권이라고 불렸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통합을 추진했다. 외연이 넓어진 진보정당을 통해 구 당권파의 문제 뿐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과거를 돌아보는 자극제가 되기를 바랐다."

- 참여계가 구당권파의 패권주의를 바로잡는 기여를 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위로해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국민에게 사형선고 받은 통합진보당, 없애고 당 새로 만들어야"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당의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당의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남소연

- 통합진보당 내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기갑 대표가 당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은 전에 없는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원래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 노동의 기반 위에서 시민사회와 결합한 당,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강화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당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기획과 시도는 좋았고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조건이 당 내부에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당내에서 벌어진 일들을 통해 이 정당으로는 원래 목표로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 그런 판단을 내린 결정적 계기가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이었나.
"두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결국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다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김제남 의원 한 사람의 선택으로 통합진보당은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다. 더 이상 이 당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없어진 것이다."

- 그런 결과가 나온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구 당권파의) 패권주의다.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부실 경선을 통해 병증이 표출됐고, 5월 중앙위원회에서 저질러진 폭력사태로 잘못이 교정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인정하고 교정하지 않으려는 세력이 있고 그로 인해 당 전체가 잘못을 고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10%가 넘었던 당 지지율은 현재 제로(0)를 향해 가고 있다. 도덕적 문제가 생긴 우리 당의 존재가 국민에게 해롭다면 당을 없애야 한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  

- 구당권파의 변화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지금 와서 어떻게 바뀌나. 구당권파에 제일 부족한 것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부실 경선의 핵심은 선거관리 주체와 특정 후보 캠프가 하나였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와 새누리당이 그렇게 했다면 선거 무효다. 구당권파는 이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성찰하고 교정을 해서, 같은 오류를 피하는 인간의 능력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 강기갑 대표는 창당 시한을 9월 중으로 못박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강 대표가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본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각 주체들이 논의를 진행 중이다."

- 새출발을 위한 당의 발전적 해체가 가능하다고 보나.
"당헌 개정안 처리를 못해서 폭력사태가 일어난 당에서 해산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안된다. 강 대표가 해산을 포함한 새출발을 이야기한 것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 정도의 굳은 의지를 가지고 진보정치가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 해산이 불가능하다면 사실상 남은 길은 탈당밖에 없어 보이는데.
"상황을 더 봐야한다. 아직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새로운 진보정당, 노동중심성과 대중성이 중요"

-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그릇에 담길 내용은 뭔가. 
"저를 포함한 참여계는 진보당에 온 지 반년밖에 안됐다.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진보정당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리더들이 대중의 요구를 받아서 새 당의 주체를 만들 것으로 본다. 저 나름의 생각이 있지만 그 분들이 모여서 의사 결정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 간에 공감대는 있다. 의석·세력·능력이 있는 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농민·서민·소상공인 등 경제·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정당은 외국 사례나 이론으로 봤을 때, 노동의 기반 위에서 시민사회와 결합을 통해서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 또 일반 시민의 상식과 이성에 비춰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 구당권파는 혁신파의 탈당과 신당 창당을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말한다.
"충고는 고마운데 남의 정치 생명을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당을 죽여 놓고, 개별 정치인의 정치 생명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다. 우리한테 지금 정치생명이 있나. 지금 이대로 있는 것이 최악이다. 구당권파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2008년 탈당파가 진보신당을 만들었지만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번에 신당이 창당되면 진보 3당 체제가 되는 것인데,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나.
"꼭 성공한다는 보장 없다. 그렇다고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도 맞지 않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시도다. 중요한 것은 노동중심성과 대중성이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농민·소상공인들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고, 정책적으로 이들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내 진보 블록, 의미 있는 시도"

-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입당해 진보블록을 형성해야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진보진영이 민주당 왼쪽날개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다.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갈수록 강화될 양당제 하에서 진보정당이 제3당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전망은 유효하다. 단 조건이 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결합만으로는 안된다. 진보개혁 진영의 모든 정파가 하나의 정당으로 결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면 그게 가능한 길은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전면적 결합밖에 없다. 

민주당을 현대적 정당으로 바꾸는 길은 노동계의 결합 말고는 없다. (민주당 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노동계다. 진보적 색깔을 가진 정치인이 노동계를 기반으로 왼쪽 날개를 형성해야 고립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당 정체성을 진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1987년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련) 이후 25년 동안 많은 진보정치인이 (민주당에) 들어갔지만 왼쪽 날개를 형성하지 못했다. 조직적·사회적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격렬하게 저항하면 튕겨져 나오거나 고립된다. 반대로 적응하면 원래 민주당 국회의원과 비슷해진다."

-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손 잡으면 민주당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가.
"민주노총이 새롭게 태어날 진보정당을 조직적으로 지지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당을 만들지 않고 민주당과 직접 거래를 하겠다고 한다면 (진보) 정치인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있겠나. 다시 말하지만 야권대통합은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과 민주당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이미 참여계는 지난해 야권대통합 주장이 나왔을 때, 당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으로 간다면 우리도 따르겠다고 했다. 양당제를 인정하느냐, 또 진보 정파가 민주당의 왼쪽 방을 쓸지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설사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처럼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그 정도의 유연한 정치방침을 채택하려면, 내부 결속이 강고하고 리더십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다만, 민주노총이 노동자 지위의 획기적 개선,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정책의 큰 변화를 바란다면 정권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해야 한다. 욕하고 비판하고 소리 지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 올 대선 야권연대는 어떤 형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제 코가 석자인데 야권연대를 이야기하면 주제 넘는다고 욕먹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이 도덕적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겠나. 우리가 도덕적 자격이 있을 때 야권연대가 되는 것이고 집권해서도 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 단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신공안통치로 간다. 박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 지도자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정책적인 면에서 무능하고 분별력이 없어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 이명박 시대보다 한 단계 더 후퇴해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줄 것이다. 너무 위험한 정치인이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 당적이 있든 없든 힘을 하나로 모을 필요성은 분명하다."

"이정희에게 대선 출마 권유, 구당권파 제정신 아니야"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당의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당의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남소연

- 이정희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희 전 대표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잠시 침묵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깝다. 사람 키워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당과 정파가 국민 마음에 자리 잡았던 정치인을 망가뜨렸다. 이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겪을 일을 생각해보라. 그런데도 대선 출마를 권하는 구당권파는 제정신이 아니다. 사람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에 화가 난다. 진짜 그러면 안 된다."

- 5일 팬클럽인 시민광장 모임에 참석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새롭게 만들어진 당에서 대선 출마 요청이 있어도 거부할 생각인가.
"모든 정치운동에는 역사성과 이념성이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가장 중요한 게 노동의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의 역사성과 이념을 대변할 수 있는 분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 무대가 차려졌다고 모두가 다 분장하고 뛰어 올라가면 어떻게 되겠나. 지금은 제가 무대에 올라갈 때가 아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대선출마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안철수의 생각>을 본 소감은 어떤가.
"책 내용은 진보개혁 진영에서 오랜 기간 논의해 온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 담겼다. 구상이 실현되면 실존하는 구체적인 악이 상당부분 제거되거나 완화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건은 그런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충돌하는 이해관계들을 잘 조정해 내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국민들도 안 원장이 그런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를 재고 있는 것 같다.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 돼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겠다고 결정할 때는 해결해야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정치는 야수의 탐욕과 싸우기 위해 짐승의 비천함을 겪으면서 성인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이 짐승의 비천함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 또한 무소속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 한 명도 없이 국정운영 하기 어렵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발목 잡히고 행정권을 사용하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정치가 IT사업보다 어렵다. 시장에서는 기업이 30%의 점유율만 가지고 있어도 1등 기업이 될 수 있지만 정치는 51%를 얻어야 하는 싸움이다."

- 새로 만들어질 진보정당에 안 원장이 함께할 가능성은 없나.
"상상력이 빈곤해져서인지 그런 상상은 안 해봤다.(웃음)"

- 안 원장 중심의 야권의 정계개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안 원장이 만약 기존 정당에서 인적 자원을 끌어모은다면 가장 먼저 가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자들이다. 다른 당을 파괴하고 오는 이런 사람들로 이뤄지는 당이 온전하게 운영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안 원장 입장에서는 당을 만들자니 이런 위험이 있고, 당을 만들지 않으면 정치를 어떻게 할지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손을 잡자니 (생각이) 다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유시민#통합진보당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