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업계 1위 '훼미리마트'가 'CU'로 이름을 바꾸면서 제2의 'LG25'(현 GS25) 사태로 번지고 있다.
실제 BGF리테일(구 보광훼미리마트)이 'CU'로 브랜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가맹점주들이 일방적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도 LG25가 GS25로 상호를 바꾸면서 일부 점주들이 반발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훼미리마트 브랜드 변경에 일부 점주들 반발BGF리테일은 지난 8월 1일부터 체인점 간판을 CU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BGF 리테일은 지난 6월 '보광훼미리마트'에서 'BGF리테일'로 사명을 바꾸고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도 해지했다.
하지만 사측의 이런 브랜드 변경 정책이 일부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점주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BGF 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강요나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 '훼미리마트 점주 모임(
http://cafe.daum.net/CVSinSeoul)'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본부 직원이 와서 동의 서명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동의 서명의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SC(본부 직원)가 서명하라고 사정해서', '단순히 간판만 바뀐다기에', '실수로 클릭했는데 서명이 되었다', '(점주인) 남편 대신 부인이 서명했다' 등과 같이 서명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상호 변경에 반대하는 일부 점주들을 중심으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위원회 회장은 8일 "현재 소송을 준비중인 점주들은 상호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분들이고, 이들은 모두 본부에 부당한 회유나 서명 방법을 거부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 여러 점주들이 모여 소송위원회를 결성, LG25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인과 접촉해 자문을 구했다"며, "현재 구체적 소송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홍보실 관계자는 8일 "소송에 참여한 인원들은 전체 비율로 따지면 극소수"라며, "브랜드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점주들도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답변했다. '사전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변경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는 "8월 전환을 목표로 하다보니 성급하게 진행된 것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후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지역별 간담회를 열어 점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전자서명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일어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브랜드 전환에 따른 비용은 본사가 부담하고, 동의를 하지 않은 점주도 훼미리마트 간판을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일부 점주들이 소송을 염두에 두고 악의적으로 이야기를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잘 나가는 훼미리마트, 왜 간판을 버렸을까?'훼미리마트'는 보광그룹이 일본 훼미리마트와 제휴해 들여온 브랜드로 지난 1990년 송파구 1호점을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급격하게 성장했다. 보광그룹은 1999년 삼성에서 계열분리, 국내 편의점 업계에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2007년 법조인 출신의 홍석조 회장이 취임하면서 회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홍석조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인 홍라희씨 동생으로, 홍 회장 취임 이후 훼미리마트는 3년 만에 점포수 5000개 달성, 현재 7281개(2012년 6월 기준) 점포라는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2011년 한 해에만 매출 2조 6026억 원, 영업이익 928억 원, 당기순이익 774억 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6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가져야 할 때"라며 "어렵지만 독자적 브랜드를 통해 국내 유통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사명 및 브랜드명 변경 이유를 밝혔다.
홍 회장이 밝힌 이유 외에 제휴 계약으로 인한 경영 제한과 로열티 문제도 자체 브랜드 출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보광 훼미리마트 재무제표에는 홍석조 회장이 35.02%, 일본 훼미리마트가 23.48%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일본 훼미리마트가 2대 주주인 데다가 라이선스 계약에 묶여 운영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계약에 따른 매출액의 0.05~0.25%를 일본 훼미리마트에 제공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로열티로 지불된 것으로 추정되는 '특수 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은 2010년 34억 원, 2011년 36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10년 주주배당금 119억 원과 2011년 배당금 119억 원에 지분 몫을 감안하면 일본 훼미리마트가 얻어간 수익은 더 늘어난다.
이처럼 많은 로열티와 경영상 제한에 비해 국내 훼미리마트는 일본 본사를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했다. 일본 훼미리마트의 점포수는 8100여 개로 국내 7300여 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일본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점포만으로도 독자 생존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BGF리테일은 일본과의 제휴 관계를 종료하고 CU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을 내세운 것이다.
'5천만 원 손해 배상' LG25 사태 재발하나
한편 2005년 LG와 GS그룹 분리 과정에서 'LG25' 편의점이 'GS25'로 이름을 바꾸는 데 반발한 점주 14명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점주들은 '상호 변경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해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점주 1명만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대법원 최종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 약 5000만 원 배상금을 받아냈다.
당시 재판부는 "LG25 영업 표지는 계약의 중요사항이고, GS25로 바꾸는 것은 소비자 인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표지를 바꾸는 것은 손해발생과 상관없는 계약상 '중대한 불신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훼미리마트의 경우 가맹점주 계약과는 별도로 본사 지침에 따라 상호명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LG25 경우와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훼미리마트의 경우 일본 라이선스 업체와 제휴 관계 종결에 따른 브랜드 전환이라는 점에선 차이는 있다.
덧붙이는 글 | 박명본 기자는 <오마이뉴스> 1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