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에서 김대수 삼척시장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투표 청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청 공무원이 주민소환운동과 관련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이하 핵반투위)는 8일 "삼척시청이 총무과 팩스로 읍·면·동에 (주민들이 주민소환투표청구 서명부에 서명한 사실을 철회시킬 목적으로) 위임장, 사실확인서 등을 전송한 사실"이 있다며 관련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핵반투위에 따르면, 삼척시청 총무과는 이미 지난 7월에 '위임장'과 '서명철회요구서'를 읍면동에 전송한 사실이 있으며, 이달 1일에는 '4종류의 사실확인서'를 전송한 사실이 있고, 3일에는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부 열람방법을 안내하는 문서를 전송한 사실이 있다.
총무과 팩스로 발송된 문서 중 위임장은 "상기 본인은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부에 잘못된 서명에 따른 철회 요구서를 제출함에 주민소환반대 대책위원회에 모든 법적 권한을 위임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사실확인서는 "(전략) 본인은 위 서명부가 김대수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서명하였습니다"라거나 "(전략) 서명부에 본인 서명이 기재되어 있다면 이는 분명히 본인이 직접 서명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들은 곧 삼척시청이 앞에 나서서 서명철회운동을 벌이는 정황을 드러내는 셈이다. 핵반투위는 또 공무원들이 불법행위에 연루되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 중 하나로, 삼척시청 내부전산망을 통해 누군가가 시청 공무원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음을 증언하는 한 공무원의 게시글을 공개했다.
이 게시글에서 삼척시청 공무원인 정아무개는 "사실 확인서를 실과 소의 담당별 각 5건씩 받으라고 한 것으로 누군가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한 사람은 오늘 중으로 배부한 사실확인서를 전량 회수해 가시고 다시는 이런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겠노라고 본 게시판에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핵반투위는 또한 지난 4일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한 후 삼척시청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서명부를 열람한 행위 역시, "서명자 명단을 확보하고 (서명철회) 사실확인서를 받아내기 위한 사전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그 일례로, 서명자 명단이 누군가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면서 통장 등이 지역 주민들에게 서명 철회를 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반투위에 따르면, "OO통장은 8월 6일 지역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OO동사무소에서 알려주는데 선관위에서 열람하니까 당신과 당신 남편이 이름이 있고 그 외 또 다른 3명이 있다고 하면서 (서명을) 철회하라고 종용한 사실"이 있다.
한편, 삼척시청 총무과는 총무과 팩스로 위임장과 사실확인서 등이 발송된 것은 공무원이 외부인의 부탁을 받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주민소환운동 관련 불법 행위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삼척시에서는 현재 핵반투위를 중심으로 김대수 삼척시장을 주민소환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핵반투위는 주민소환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지난 4일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이후 선관위는 11일까지 시민들이 서명부를 열람하도록 하고, 서명과 관련해 이의신청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선관위는 서명부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9월 중순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한다. 그 이후부터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척시장은 시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주민소환운동이 전개되면서 김대수 삼척시장이 시장 직위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소환운동 초기부터,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이 이 사안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