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별위원회와 녹색당, 진보신당, 종교·시민단체들은 13일 오전 서울지방국토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이날 오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될 생태공원의 유휴지에 유기농지를 조성하자는 상생대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4대강 어디에나 있는 획일적인 자전거 도로와 공원이 아니라, 유기농 발원지에 유기농장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다"며 "이는 하천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정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 사회가 경험했던 여러 행정대집행과 강제철거의 기억들은 폭력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님을 보여주었다"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행정대집행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물'이 만나는 곳으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지가 들어서 유기농산물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와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국토청은 한강살리기 1공구 두물지구의 시행사로 지난 6일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려다가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농민, 생협조합원, 시민 등 200여 명이 저지하자 대집행 영장만 낭독하고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시민과 농민들은 정부의 행정대집행에 대비해 비닐하우스 단지에 텐트 30여 동을 쳐놓고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유기농행진 등을 7일째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물머리 농부 서규섭씨는 "정부는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갈아엎고 자전거도로를 내기 위해 호시탐탐 농지를 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두물머리 농지에 찾아드는 시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수십 명이 평화텐트촌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하지만 이 정부는 시작부터 용산참사에서 서민들을 내쫓고 갈아엎는 그 짓을 임기 마지막까지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삽질 한 강 악취나고 삽질 한 밭 생명난다"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손에는 '삽집을 하려거든 강 말고 밭에서', '삽질 한 강 악취나고, 삽질 한 밭 생명난다', '발전 말고 밭전(田)', '공사말고 농사짓자'는 구호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또 참가자들은 대표적 유기농산물인 호박, 가지, 부들을 들고 '강제대집행 즉각 취소하라', '시뿌려야 밥 나오지 공사말고 농사짓자', '평화적인 상생대안 즉각 수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통합당 4대강 특위의 이미경 위원장을 비롯 박수현 간사, 남윤인순, 이윤석, 한정애, 황주홍 의원과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 김현우 진보신당 녹색위원장, 이금자 두레생협 회장,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처장 등의 인사들이 나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오늘 두물머리에서 아침을 맞으면서 벌써 일주일을 보냈구나하면서도 모두 시민의 힘이었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힘만 모은다면 지난 일주일을 보낸 것처럼 행정대집행을 막아낼 수 있고,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내내 가장 지옥같은 4년을 보냈다"면서 "2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임기 안에 해치우고, 토목건설업자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 천년 흘러온 강의 흐름을 바꾸고 농민들을 쫓아내는 것에 아무 거리낌 없는 사악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의원도 "두물머리는 평화, 환경 세력의 마지막 보루"라면서 "대한민국의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결코 외로워 말고 두물머리를 함께 지키자"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항진 4대강 범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낮기로 유명하다"며 "그런데도 4대강의 마지막 유기농지를 이명박 정권이 짓밟고자 한다. 이 두물머리가 짓밟히게 되면 결국 우리의 삶이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두물머리 대집행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내부 논의 중이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