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해방된지 67년이 됐지만, 해방의 기쁨은 잠시. 나라는 분단됐고, 일본은 자신들의 죄과를 인정치 않고 지금까지 우리 민족을 무시하고 있다. 이것은 또다른 아픔의 역사다."지난 15일 워싱턴에 있는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해방 67주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연대행동'의 일환으로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람사는세상워싱턴, 대선투표참여운동워싱턴본부, 청년학생모임 '가라사니' 등이 준비한 이날 행사에서 사람사는세상워싱턴은 "광복 67주년을 맞이해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이행과 진상규명, 그리고 할머님들의 명예회복과 인권회복을 요구하는 동포들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나왔다"며 "일본정부에 대해 과거 역사에 대해 진실을 말할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지역 청년학생모임인 '가라사니'의 정보슬 학생은 "이번 집회를 준비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결코 오늘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의 문제임을 알게 됐다"며 "역사 문제를 진실로 밝히는 것은 미래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같은 잘못을 저질르지 않을 수 있는 교훈이 된다"고 강조했다.
수요집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한 참가자는 "오늘 집회에 모인 동포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2백만 미주 동포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심정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수요집회에 참시위에 참석한 동포들은 'Japen, Face your Past!' 'Japen tell the Truth!'를 외치며 일본의 역사왜곡과 진실 왜곡을 꼬집었다.
멀리 하와이에서 관광 왔다가 집회 소식을 듣고 참여한 차호광씨는 "일본은 우리의 요구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채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에 어느 곳에서든 이러한 시위는 계속돼야 한다"며 "일본에게 우리 민족은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며, (사과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치몬드에서 올라온 김지수 학생과 임효원 학생은 "할머님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찾아오게 됐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할머님들의 인권이 회복되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효원 학생은 자신의 느낌을 담은 글을 즉석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대선투표참여운동본부 강창구 대표는 "우리의 요구와 외침이 일본대사관뿐만 아니라 한국, 그리고 일본 본토에도 전달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일관성 없는 대일 외교가 아닌 '한일군사협정' 계획 자체를 폐기하고, 역사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풍물패 천지음의 회원인 김민하씨는 "이번 집회를 위해 인터넷 검색 중 꼭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기도문을 알게 됐다"며 '주님, 당신 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소서'라는 기도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독립이 됐어도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름이 있어도 이들은 얼굴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딸들이 활개 펴고 살 수 있는 새 세상을 허락해 주소서."
집회에 참석한 동포들이 "일본은 사죄하라" "일본은 진실을 말하라"고 외치는 동안, 이보배씨와 서혁교(미주동포전국협회 사무총장)씨는 한국 정대협에서 준비한 성명서를 일본대사관 측에 전달했고, 일본 대사관 측은 과거와 달리 곧바로 책임자가 나와 받아갔다.
이번 집회 도중 '워싱턴 지역에 평화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최완열씨에 의해 즉석에서 나왔고, 이를 위해 앞으로 평화비 건립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준비하자는 의견도 모아졌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임효원(17) 학생은 자신이 쓴 글에서 "광복 67년이 지났지만 할머님들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게 가슴이 아프다"며 "한 분 한 분씩 돌아가시는 할머님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할머님들의 소망이, 그리고 우리들의 소망이 꼭 이뤄질 수 있게 매일매일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광복 67주년의 의미와 뜻을 깊이 새기며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 보편적 인권과 평화를 외치는 장, 이념과 세대를 초월한 연대의 장이었던 수요집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의미있는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