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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이 공동저자 김선우, 이은선, 나미나, 전석순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이 공동저자 김선우, 이은선, 나미나, 전석순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 김혜란

300석 규모의 예배당이 해군기지 건설로 신음하는 제주 강정마을을 위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단비출판사)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무대에는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창작자 네 명은 물론, 강정마을에서 함께 활동한 변영주·여균동 영화감독, 가수 강허달림·허클베리핀·이은미가 함께했다.

특히 강정마을 현장에서 공사를 저지하느라 참석하지 못한 문정현 신부가 전화 연결을 통해 현장의 절박함을 전했다.

문정현 신부는 스피커폰을 통해 "11시 미사를 시작해 저녁 6시까지 온종일 레미콘과 장비를 모시기 위한 경찰들에 치여 '공중부양'과 '고착'을 당했다"고 힘겨운 투쟁 상황을 전했다. 기진맥진한 문 신부의 목소리에 공연장은 일순 숙연해졌다.

이어 "여러분 강정을 위해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겹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문 신부의 목소리가 울먹임으로 떨렸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문 신부를 응원했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은 "직접 강정마을에 가서 구럼비가 어떻게 부서지고 있는지 보시면, 더욱 가슴 깊이 제구해군기지의 문제점에 공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맨손의 활동가들에겐 꽃 한송이를, 대중에게는 쉽게 강정을 알릴 선물을"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낭독공연을 하고 있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낭독공연을 하고 있다. ⓒ 김혜란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는 김선우 시인, 이은선·전석순 소설가, 나미나 미디어아티스트가 공동 창작한 어른을 위한 동화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헌정한 작품이다. 김선우 시인은 이날 무대에서 "맨손으로 싸우는 강정마을 활동가들에게 꽃 한 송이 쥐어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동화라는 장르를 택한 된 계기를 묻자, 대중들이 해군기지 문제를 접할 때 느끼는 "'안보'라는 너무나 높은 벽"을 들었다. "대중들에게 무람없이 선물(동화)을 주면서, 활동가들이 왜 싸우고 있는지 보다 편안하게 알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는 강정마을의 13세 소년 한별이가 겪는 혼란과 아픔을 통해 강정이 처한 현실을 드러낸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입체 낭독' 공연으로 책의 내용을 소개했다. 배우들의 나레이션·목소리 연기·노래와 효과음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 했다. 관객들 중 일부는 눈을 감고 입체 낭독을 음미했다. 구럼비 발파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찍어내는 관객도 있었다.

이날은 '맨발의 디바' 이은미, 인디밴드 허클베리핀, 블루스 보컬리스트 강허달림도 강정마을을 위해 '노래 선물'을 했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춤을 추며 흥겨운 분위기를 즐겼다.

가족과 함께 온 주부 조아무개(40)씨는 "별 생각없이 왔는데 입체낭독과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조씨는 함께 온 아이들에게 구럼비 바위와 강정마을에 대해 설명해줬다고 한다.

북콘서트를 계기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관객도 있었다. 김미혜(29)씨는 "중국에서 살다와서 구럼비의 상황을 잘 몰랐고 사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오늘 북콘서트를 보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며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은 판매수익금과 인세 전액을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건립에 기증할 예정이다. 지식인들의 강정마을 지지 흐름을 이은 셈이다. 작년 11월 출판된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오마이북) 공동저자인 이주빈 기자·노순택 사진작가 역시 수익금과 인세를 모두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에 기부하고 있다.

"우리를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김 시인의 말처럼, 네 명의 작가들은 앞으로 저서를 중심으로 강정마을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의지를 밝혔다.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북콘서트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구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예매처는 디스크포유(www.disc4u.co.kr)이고, 입장료는 공연 관람만 할 경우 2만 원, 작가 사인본과 이경화 화가의 도자기 소품을 함께 신청할 경우 3만 원이다.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줄거리 
주인공인 한별이는 네 살 때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산다. 아빠는 돌아가신 엄마를 구럼비 바위에서 바다에 뿌리며 "한별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구럼비로 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별이는 구럼비에서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느끼고, 구럼비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난다. 한별이의 꿈은 가족·학교·마을 그리고 엄마가 계신 바다를 지키는 해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철조망이 세워지고, 매일 사이렌 소리와 발파 소리가 울린다.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이 경찰에 잡혀가고, 좋아하는 '민지'도 마을을 떠난다. 한별이와 친구들은 놀이터보다 더 좋아하던 구럼비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걱정하고 고민한다. 한별이는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해군이 구럼비와 마을을 파괴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혼란에 빠진다.

한별이는 아픔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애쓴다. 그래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냇길이소에서 마음을 다해 마을 사람들과 가족·친구들의 평안을 기도한다. 냇길이소에서 마을로 돌아오던 길에 어른들의 집회에 휩쓸린 한별이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구럼비는 어떻게 될까.


#강정마을#제주해군기지#북콘서트#구럼비를사랑한별이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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