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산을 포함한 사재 330여억 원을 기증해 2009년 설립한 청계장학재단이 장학금보다 대출이자를 갚는 데 더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계재단의 2011년도 임대료 관리비 수입 13억 4974만 원 가운데 2억 7950만 원을 대출금 50억 원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지출했다.
이 대통령은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서 30억 원을 빌린 뒤 2008년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갚았다. 이때 부동산 등의 재산과 함께 부채까지 청계재단에 넘겼다. 청계재단은 50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이 대통령의 부채를 청산했다. 장학재단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교육청은 청계재단에 자산 일부를 매각해 채무를 변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재단이 지난해 자체수입으로 지급한 장학금 2억 7865만 원보다 많다. 재단은 2011년 중·고교생 408명에게 총 5억 7865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지만 이 가운데 3억 원은 한국타이어의 기부금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 대통령의 사위다.
자체 장학금 액수보다 대출이자 더 많아... 청계재단 "장학생 수 줄어서"재단은 2010년 임대료·관리비 수입 12억 1677만 원 가운데 장학금은 자체수입으로 중·고교생 447명에게 총 3억 1915만 원을 지급했다. 2010년에 비해 2011년 임대료·관리비 수입이 늘었는데도 장학금 지급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정진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청계재단은 매년 11억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 그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재단은 부동산 처분 등으로 장학사업을 확대해 본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청계재단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변제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려고 이사회에서 검토 중이지만 워낙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고생 위주로 장학생을 선발하는데 이번에 고3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장학생 인원이 줄었다"며 "줄어든 인원을 충원 안 하다 보니 장학생 수와 장학금 액수 모두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