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대국민차원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금순 의원처럼 사퇴를 빨리 했으면, 우리(통합진보당)가 박수를 더 받았을 것이다. 새누리당 돈 공천 비리문제가 터져 나오는데, (우리가 잘 했다면) 대선에서 후보를 내 일등도 됐을 것이다. 여당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더 빨리 조치(이석기·김재연 제명)하도록 했어야 했다. 진보의 길은 순고하고 가치 있는 길이다. 잘 하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이다. 크게 무너지고 깨지면 크게 전진할 수 있다." 4·11 총선 후 절체절명에 놓인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는 21일 오후 7시 무렵부터 부평구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당원 간담회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진보정치를 위해서는 혁신·재창당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당원 간담회에는 당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정미 최고위원을 비롯해 배진교(남동구)·조택상(동구) 구청장과 인천지역 지방의원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당 상황과 관련해 강 대표가 먼저 의견을 밝히고, 당원과의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재벌공화국을 예견했는데, 정말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잠식하고 있다, 서민의 고통이 커지는 암울한 시기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역할이 중요한 때인데, 우리 통합진보당을 자랑할 수 없고 남의 단점을 비판하기 힘들다"며 "이런 말씀을 드리게 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절체절명의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정파 패권주의 척결과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당 혁신을 위해 지난 20일 발표한 혁신·재창당의 세 가지 선행조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분당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패권주의의 일소와 패권세력의 백의종군"이라고 한 뒤, 구당권파로 불리는 이들의 백의종군과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당사자의 당직 사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의원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이러한 선행조건이 완비돼있는 상태에서 혁신·재창당의 길을 논의할 수 있다"며 "9월 초 중앙위원회 개최 전까지 세 가지 제안을 마무리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 철회를 전후로 당원들의 집단 탈당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하루에 당원 200명이 탈당해 현재 탈당 당원이 7000명에 이른다"며 "신뢰 회복을 통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세우고 외연을 확대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강 대표는 노동자·농민·서민의 깃발을 대선에서 들어 정책을 중심으로 야권연대를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강 대표의 제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이 월등히 많았다. 반면, 일부 당원들은 당의 분열과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가 당(통합진보당) 사태를 이용해 자신들의 실정을 덮고 있다며 강 대표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문제로 지난 6월 28일 통합진보당 인천시당 당기위원회에서 제명 처분된 용혜랑 남동구의회 의원은 '당헌 당규가 무시돼 자신이 제명됐고, 이로 인해 정치적 생명이 제거된 것이 패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강 대표는 당원 간담회에 앞서, 대상그룹의 식자재 사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농성하고 있는 삼산동 상인들을 찾아가 격려한 뒤 인천지역 중소상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또한 통합진보당 소속 인천지역 구청장과 지방의원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