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앞두고 지역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중소상인들과 가장 많은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 7월 30일까지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온 382건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총 점포수 268개)에 대한 신청은 172건이다. 전체의 약 50%다. SSM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둔 롯데슈퍼(점포 330여 개, 사업조정 신청 90건)보다도 많다.
홈플러스, SSM 점포수 1위 롯데슈퍼 조정 건수보다 더 많아사업조정신청제도는 대기업에 의해 중소기업·상인의 경영이 위협받을 경우 중소기업청이 개입해 대기업에 사업진출 연기나 생산 품목·수량 등의 축소를 지시하는 제도다.
신청이 들어온 건수 가운데 현재 조정이 진행 중인 37건 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한 사업조정은 서울 구로구 천왕점·경기 수원시 호매실점·충북 청주시 성화점 등 16건이다. 14개의 SSM 중 가장 많다. 점포수 1위인 롯데슈퍼는 12건, 3위인 GS슈퍼는 3건의 사업조정 신청이 진행 중이다.
또한 홈플러스는 자사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경기 수원시 권선구 등에서 지역 중소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합정동이다.
합정동 인근 망원·월드컵시장 옆에는 홈플러스 국내 매출 1위인 월드컵점이 있다. 망원시장과 불과 670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입점하면, 시장 반경 2.3km 안에는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두 곳이나 들어서게 된다.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합치면 마포구 내 홈플러스는 총 5개가 되는 셈이다.
지역에 홈플러스가 하나 더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로 중소상인들은 홈플러스 불매운동·입점반대 서명운동 등을 벌여왔다. 현재는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설 건물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공생' '사회 기여' 외치더니... 지역에선 중소상인과 마찰홈플러스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입점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홈플러스의 입장은 기업이 내세운 경영철학는 차이가 크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착한 기업' '기업시민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회 기여'홈플러스 온라인 홈페이지에 나오는 회사 소개 중 일부 내용이다. '큰 기업보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꿈'이라는 대목도 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국내외 기업윤리 강연에서 '큰 바위 얼굴론(Great Stone Face)'이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우며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과 '사회 기여'의 두 얼굴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장이기도 하다. UNGC는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지속균형발전'에 기업들의 동참을 장려하고 국제사회윤리를 개선하고자 만든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공생 번영' '상생' 등을 주요가치로 두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글로벌 사회적책임(CSR) 컨퍼런스 2011'에서 "UNGC의 가치는 공생 번영이며 이는 상생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적 가치, 또는 자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가치와 서로 통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CSR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공생 번영' '상생' '사회 기여'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중소상인들과 분쟁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입점 두고도 지역상인과 마찰... 홈플러스 "마녀사냥 해선 안 돼"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점포수가 많아서 조정 건수가 많은 건 아니다"라며 "출점할 때 지역 변두리 쪽으로 가면 중소 상인들의 피해가 적었을 텐데 홈플러스는 그렇게 안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소상인들과 마찰이 불가피한 지역으로 홈플러스가 출점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한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과 상생·협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도 홈플러스가 법에 문제가 없다며 무리하게 골목상권으로 진입하는 건 아닌가 싶다"며 "홈플러스가 대형마트·SSM을 규제하는 법들을 잘 피해 입점을 늘리는 덕분에 법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건 아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형마트·SSM만 마녀사냥 하지말고 전통시장에 도움되는 방안 찾아야"이에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가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사업조정 건수가 많다고 해서 '나쁜 기업'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반박했다.
PR팀 관계자는 "편의점·온라인쇼핑 등의 새로운 유통업체도 중소상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지 따져야 한다"며 "대형마트·SSM만 마녀사냥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전통시장에 도움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과 관련해서는 "2007년부터 준비해왔던 사업이라 그동안 지역 상인들과 상생의 측면에서 합의하려 노력했다, 입장차가 크다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입점을 찬성하는 분들도 있어서 마음대로 사업을 철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