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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 김시연

"팔은 안으로 굽는다?"

삼성-애플 특허 소송에서 양사 '안방'인 한-미 법원 판단은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1조 2천억 원 대 4천만 원, 3만 배에 이르는 피해 산정 규모가 보여주듯 미국 배심원단의 영향력은 한국 법원을 압도했다.

미국 산호세 연방 법원 배심원단은 25일(현지시각 24일 오후)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을 베껴 약 10억 5천만 달러(약 1조 2천억 원) 피해를 끼쳤다고 평결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무선 통신 기술 관련 표준 특허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에 유리한 평결? 보호무역주의 관점 경계해야"

미국 법원의 공식 판결은 한 달 뒤에나 나올 예정이지만 이날 평결 결과는 전날 한국 법원 판결과는 정반대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오전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국내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인터페이스 관련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봤지만 디자인 관련 특허는 모두 기각했다.

한국 법원의 경우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상, 홈 버튼 위치 등 갤럭시S 등 외관 디자인과 아이콘 배열 등이 아이폰과 전체적으로 비슷하긴 하나 이동통신기기의 통상적 형태로 본 반면 미국 배심원은 아이폰의 고유한 외관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제기한 표준 특허에 대해 한국 법원은 애플의 권리 침해를 인정한 반면 미국 배심원단은 애플이 삼성과 라이선스를 맺은 인피니언-인텔 칩을 사용했기 때문에 특허권이 소멸됐다고 봤다.

특히 미국 배심원단이 삼성의 '고의성'까지 인정한 만큼 손해 배상 규모는 최대 3배인 3조 6천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한국 법원이 애플에 부과한 손해 배상액은 4천만 원에 불과했다.

한-미 법원 판결에 당사자들 희비는 분명하게 엇갈렸다. 국내 법원 판결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25일 미국 배심원 평결 직후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시키는 등 소비자와 시장에 불이익을 끼쳐 글로벌 IT업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곧바로 이의 신청했다.

반면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삼성의 표절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면서 "삼성의 표절이 고의적이었고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한 배심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크게 환영했다.

<특허전쟁> 저자 정우성 변리사는 "애플쪽 디자인 특허는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반면 삼성전자가 제기한 기술적 내용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배심원 평결 제도가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이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일부 국내 언론 보도 행태를 경계했다. 

정 변리사는 "이번 소송은 삼성만이 아니라 같은 미국 기업인 구글을 상대로 한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유럽 법원 판결 역시 미국 쪽 평결과 대동소이했다"면서 "판사나 배심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작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보호무역주의 맥락으로 국가 간 싸움으로 몰고 가면 급변하는 IT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변리사는 "오히려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표준 특허 침해를 법원이 인정하면 선행주자를 지나치게 옹호해 표준 특허가 없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국내 법원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애플-구글 대리전... 삼성전자 혁신 계기될 수도"

 지난 2010년 6월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맨 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맨 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시연

실제 이번 소송이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대리전으로 부각된 가운데 국내외 IT업계도 소송 향배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6대 4에서 7대 3 정도로 애플의 근소한 우세를 예상했는데 5대 0 정도로 큰 차이가 나 놀랐다"면서 "일단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3국의 판결 결과를 봐야 구체적 대응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앞으로 구글 등 안드로이드 진영 대응에 달렸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어느 한 회사가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라며 이번 판결이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적으로 봤다.

정우성 변리사 역시 "소비자들에게 '카피캣' 오명을 줄 수 있고 갤럭시S3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불리하지만 자기 디자인 정체성을 세우는 계기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건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창의성을 중시하지 않고도 '패스트 팔로어(빨리 쫓아가기)' 전략이 먹혔지만 앞으로 기술 혁신 없이는 구글, 애플과 경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미국 외에 호주,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고 최종심까지는 1~2년 이상 남아있어 양사가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당장 오는 31일 양사 특허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 일본 법원의 중간 판결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 계속되면 최종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변리사는 "애플은 이번 배심원 평결로 소송에서 얻는 게 더 많고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양사간 포괄적 타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는 새 모델 디자인을 교체해 소송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미국 이외에 다른 나라 소송을 취하해 소송 규모를 줄이는 협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삼성애플소송#특허전쟁#아이폰#갤럭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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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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