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교권추락 예방에 나서겠다며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교과부는 앞서 서울시의 교권조례 공포를 반대하며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측은 교과부의 종합대책 자체가 '모순'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교과부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학부모를 제재하고 피해교원 구제조치를 강화하는 학교폭력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28일 발표했다. 법과 제도적 대응을 엄격하게 정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종합대책은 특히 폭력 등으로 교권을 침해한 학생·학부모 등에 대한 조치를 강화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의 학부모를 소환하고, 학부모 외 제3자가 학교 안에서 교육활동 중인 교사를 폭행·협박해 교권을 침해하면 기존 형법상 범죄보다 50%까지 가중처벌하게 했다.
학교장의 교권보호 책임도 강화했다. 또한 일선 학교의 기존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개편해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판단할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사안별 심각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시도교육청은 교권 침해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원회를 둔다.
교과부는 현행 '교권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교원지위향상 및 교권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해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학부모 소환 가중처벌 교권 침해 은폐 학교장 처벌 규정을 포함할 예정이다. 관련법률인 '교육기본법'과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함께 마련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교과부가 제소한 서울 교권조례, '교권보호 종합대책' 내용과 비슷
앞서 6월 서울시교육청(이하 시교육청)도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교권조례)'을 공포했다. 교권조례는 서울시의회(이하 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며 발의·통과했다.
교권조례는 서울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교과부의 종합대책 취지와 일치한다.
세부조항에서 교권침해 발생 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한 점도 종합대책과 거의 일치한다. 교권조례 제4조는 '학생·학부모가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거나, 폭력과 폭언 등으로 교사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며 '교사의 정상 업무를 방해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교권조례는 종합대책과 마찬가지로 '학교장은 교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침해가 발생했을 때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학교장의 책무를 밝혔다. 또한 종합대책과 동일한 '교권보호설치위원회' 설치 조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교과부는 지난 7월 27일 대법원에 교권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교과부는 "교권조례가 학생인권조례와 마찬가지로 상위법과 충돌하는 대목이 많다"며 제소 이유를 밝혔다. 소송건 지 약 한 달 후, 교권조례와 내용이 비슷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교과부보다 앞서 교권조례를 냈던 시교육청·시의회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취지는 동일한데 교권조례는 되고 종합대책은 안 되는 자체가 '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교권조례보다 처벌강도가 강해 비인권적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 "종합대책 따라 법률 개정되면 교권보호 노력 할 수 있어"교권조례 발의를 주도했던 김형태 시의회 교육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종합대책 발표는 교권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나, 교과부는 교권조례는 안 된다며 대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며 "'진보교육감'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권조례는 관련법과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따르고 있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적법한 심사과정을 거쳐 제정됐다"며 그는 이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인권친화적인 교권조례에 비해 종합대책은 지나치게 처벌위주·강경일변도의 정책"이라며 "교내에서 징계하고 또 다시 가중처벌하겠다는 건 과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교권침해에 대한 일시적인 사후대책도 마련해야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해결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과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시교육청이 상위 법령 근거가 없는 내용을 교권조례로 공표해서 소송을 제기했다"라며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으로 교권보호의 법률적 기반이 마련되면 교육청은 법령의 위임 하에서 자율적으로 교권보호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종합대책에 따라 법률이 개정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설치나 학교장 교권보호 채임 부여 등은 교육청 차원에서 조례로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이를 적용해 적절히 판결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