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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축사는 괜찮니?"
"아니 축사 지붕하고 린치(햇볕과 바람을 막아주는 천막)이 찢어졌어요."

"그럼... 내가 갈까?"
"내일 시간이 되면 올 수 있어요?"
"시간이 안 되는데..."
"그럼 괜찮아요."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하던 지난 28일. 경남 사천에서 한우를 키우는 동생이 걱정이 돼 전화했더니 축사 지붕 철판과 햇볕과 바람을 막아주는 '린치'가 찢어졌답니다. 8월 29일 시간이 되는지 묻는 동생에게 선약이 잡혀 있어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선약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동생에게 전화해 다시 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는 피해가 적었습니다. 그리고 동생 혼자가 아니라 축사를 지었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 지붕 철판은 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볼라벤은 축사 철판을 날려버렸습니다.
볼라벤은 축사 철판을 날려버렸습니다. ⓒ 김동수

 날아간 지붕을 고치는 모습
날아간 지붕을 고치는 모습 ⓒ 김동수

"축사가 이런 적이 없었지?"
"정말 무섭더라. 바람이 그렇게 무서운 줄 이번에 알았다."

"진주도 오전 9시부터 바람이 불었는데."
"오전 9시까지는 괜찮았어. 그런데, 10시쯤 되니까... 축사 창고가 거의 45도로 기울졌어. 무너질 줄 알았지만 다행이 무너지진 않았어. 아마 용접으로 고정했다면 무너졌을 거야. 볼트로 고정하길 정말 잘했지."


지붕 철판과 쇠파이프를 고정시킬 때 용접과 볼트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동생은 축사 창고를 볼트로 고정시켰다고 했습니다. 높은 빌딩을 바람에 흔들리도록 건축하는 이유가 강풍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처럼 볼트가 그 역할을 한 것입니다.

공사를 한 분들이 지붕 수리를 할 때 동생과 저는 찢어진 린치를 수리했습니다.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바람이 쎘으면 이게 찢어질 수 있은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린치는 보기 보다 굉장히 단단합니다. 지붕이야 맨 위에 있기 때문에 바람에 날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린치는 곳곳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찢어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천막이 다 찢어질 수 있어?"
"아까 말했잖아.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고. 정말 무섭더라."
"비가 많이 안 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비마저 왔다면 축사에 물이 가득찼을 거야. 그럼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지. 한 번 넣으려면 백만 원 이상 들어간다고."

 햇볕과 바람을 막아주는 천만. 볼라벤은 이를 찢어버렸습니다.
햇볕과 바람을 막아주는 천만. 볼라벤은 이를 찢어버렸습니다. ⓒ 김동수

동생은 손이 빨랐습니다. 정말 동생이 하는 일을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동생이 100이라고 치면, 저는 60 정도 됩니다. 형만한 아우 없다지만 우리집은 예외입니다. 마음도 넉넉하고, 일도 잘합니다. 동생이 손길을 몇 번 주니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야무지고, 넉넉하고, 착한 동생 덕분에 형이 별 할 일이 없었습니다.

 동생은 온 힘을 다해 찢어진 천만을 다시 복구했다.
동생은 온 힘을 다해 찢어진 천만을 다시 복구했다. ⓒ 김동수

마지막으로 남은 한 선풍기가 대롱대롱 달려있습니다. 떨어졌다면 밑에 있던 소가 다칠 뻔했습니다. 역시 그 높은 곳에 올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선풍기도 제자리에 놨습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마무리를 다 하니 마음이 어느 정도 놓였습니다.

 볼라벤은 선풍기까지 날려 버릴려고 했다. 다행히 떨어지지 않아 밑에 있던 소들이 다치지 않앗습니다.
볼라벤은 선풍기까지 날려 버릴려고 했다. 다행히 떨어지지 않아 밑에 있던 소들이 다치지 않앗습니다. ⓒ 김동수

축사가 바닷가에 있습니다. 바닷가에 사는 분들은 알지만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쓰레기 천국이 됩니다. 별별 쓰레기들이 밀려옵니다. 이게 다 사람이 버린 것들입니다. 바닷가라 배에서 썼던 스티로폼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동네는 진주 남강댐에서 물이 내려오기 때문에 해마다 물을 방류할 때마다 쓰레기가 더 많습니다. 다행인지 몰라도 이번에는 쓰레기가 적은 것입니다.

 볼라벤이 몰고온 쓰레기들. 바닷가 사는 분들은 알지만 태풍이 불고나면 밀려온 온갖 쓰레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볼라벤이 몰고온 쓰레기들. 바닷가 사는 분들은 알지만 태풍이 불고나면 밀려온 온갖 쓰레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동수

볼라벤은 물러갔지만 이제 덴빈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덴빈은 바람보다는 비를 많이 뿌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아무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사람은 참으로 연약합니다. 교만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볼라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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