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국민대통합'을 역설하면서 외연 확대에 나선 박근혜 후보의 광폭 행보가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5.16 옹호' 발언 등 과거사 인식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28일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이 계기가 됐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태일 재단 방문을 시도했다가 유족 측의 거부로 발길을 돌린 박근혜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홍사덕 "유신이 없었으면... " vs 정몽준 "국민이 행복한 돼지?"당내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과 역사 인식을 갖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무슨 화해니 통합이니 하고 돌아다니려면, 먼저 무엇이 다른지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라를 구하는 일은 자기를 버리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논어의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ㆍ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 구절을 인용하면서 "큰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말했다. '근자열원자래'는 '정치란 무엇입니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었다. 이 의원이 이 구절을 인용한 것 역시 박 후보의 '통합 행보'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비박 인사인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에서 "10월 유신이 경제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크게 실망"이라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사는 것은 권력이 해결해줄 테니 정치는 필요 없다는 것...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박 후보는 물론 박 후보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한 홍사덕 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사덕 전 의원은 전날(29일) 기자들과 만나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며 "유신이 없었으면 10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 논란에 홍 전 의원이 불씨를 당긴 셈이다. 박 후보가 통합 행보에 앞서 5·16쿠데타에 대한 인식, 정수장학회 문제, 유신 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과 장준하 선생 의문사 등 '과거사 털기'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게 비박 진영의 인식이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인 유기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태일 재단 방문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산업화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시대 고통을 겪은 분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 후보는 보수정당이 감싸 안지 못한 현대사의 아픔을 보듬고자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광폭 행보가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을 계기로 당 안팎으로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화합 행보의 여지가 좁혀지는 것은 물론, 비박그룹과의 갈등의 불씨도 다시 지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