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권한이 있으면 분명 책임이 따라야 한다. 맞는 말인가? 당연히 맞는 말이다. 왜 그럴까? 어렵게 생각 할 것 없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상이 제대로 굴러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많은 사람이 그게 진리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나? 아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냐고? 간단하다. 정치인들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뉴타운 반대 시위 현장(자료사진)
뉴타운 반대 시위 현장(자료사진) ⓒ 이민선

우리나라 정치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뉴타운사업'이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실패한 정책이란 게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뉴타운이 실패한 정책 이라는 건, 정책을 추진한 당사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인정했다.

김문수 경기 도지사는 지난해 3월 열린 '경기도·기초단체·국회의원 정책협의회'에서 안민석(오산) 국회의원의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일인 만큼 해당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뉴타운 산파로서 절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실패에 대한)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김 지사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다. 정책 실패를 이렇듯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지겠다고 한 정치인도 드물다. 그러나 행동은 다르다.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 상은커녕 회초리를 들고 싶은 심정이다.

김문수 지사는 발뺌하기 급급하다. 김 지사는 뉴타운 사업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으면서도 그 사업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고통은 나몰라 하고 있다. 무슨 증거로 그러느냐고? 물론 증거가 있다. 한 번 보자.

경기도, "소송비용 탕감" 의회 결의 거부

최근 경기도의회는 '안양시 만안 뉴타운 취소 소송비용 159만 원을 탕감하자' 고 결의한 후, 결의 내용을 경기도에 올렸다. 경기도가 이 결의 사항을 수용하기만 하면 주민들은 소송비용을 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경기도는 의회 결의 사항을 수용하지 않았다. '다른 소송과 형평성 문제도 있고, 한번 탕감해 주면 비슷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경기도가 의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소송 비용을 받겠다고 하자 주민들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에게 소송비용을 물리려 한다"며 김문수 도지사를 비난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한 "정책 잘못으로 인한 피해자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도에 피해 보상을 요구해야 할 판인데 소송비용까지 물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 주장에 동의한다. 마땅한 주장이다. 뉴타운 개발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사는 마을이 뉴타운 지구가 됐고, 알고 보니 뉴타운 사업이란 게 주민 대부분을 반강제로 내쫓는 사업이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뉴타운 사업을 막아야 했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선택한 게 '취소소송' 이었다.

주민들은 자기 마을을 개발해서 아파트촌으로 만들어 달라고 김문수 지사에게 단 한 번도 부탁한 적이 없다. 그리고 김문수 지사가 뉴타운 사업을 추진한다는 데 동의를 해 준 적도 없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동안 겪은 심적 고통과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할 판이다. 뉴타운 개발 공약을 한 것도 김문수 지사고, 실현 가능성 없는 무리한 사업을 주민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추진한 것도 김 지사이니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 또한 김 지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주민들이 소송비용을 물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이것 말고도 한 가지 더 있다. 소송비용은 재판에서 진 사람한테 청구하는 것인데, 주민들은 소송에서 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더 이상 소송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만 둔 것뿐이다.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은 '만안 뉴타운 지구지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었다.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만안뉴타운 지구지정이 자동 해지(2011년 4월 6일)됐다. 당연히 주민들은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소송을 취하했을 뿐이다.

경기도가 소송비용을 주민들에게 물리려 하는 것은 소송에서 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이 주민들은 소송에서 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소송비용을 물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렇듯 경기도가 소송비용을 주민들에게 물릴 이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경기도가 소송비용을 탕감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저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일 뿐이고,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그저 변명일 따름이다.

"법이라서 어쩔 수 없다", 그럼 탕감해 준 안양시는?

경기도 뉴타운 담당 공무원은 규정을 들먹였다. '김 지사가 정책 실패 인정했으니 책임도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묻자 "정책과는 별개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 말이 변명이라는 건 안양시가 증명해 주었다. 경기도 안양시는 주민들 소송비용을 이미 탕감해 주었다. 경기도 뉴타운 담당자 말이 사실이라면 소송비용을 탕감해 준 안양시는 규정을 어긴 게 되는데, 난 아직까지 안양시가 규정을 어겨서 처벌 받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의 리더다. 리더가 무엇인가? 리더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고로, 김문수 지사는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진정한 리더고, 그게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가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김문수#뉴타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