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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2012 노동 있는 민주주의와 노사관계개혁을 위한 연속기고 -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연중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2012년 권력교체기, 한국 사회에서 노동 있는 민주주의 담론 확산과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나는 노동부에서 노사관계분야에서만 25년 공직생활을 하다가 이번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경북 칠곡·성주·고령 지역에서 당선되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노동부에서 일하면서 어느 누구보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에 관심을 가졌다.

최근 노동법 개정 논의와 함께 산별교섭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 될 조짐이다. 사실 한국 노사관계에서 기업별교섭과 산별교섭, 어디가 딱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산별교섭이 불가피하다면 산별교섭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것은 권유한다. 산별교섭은 첫째, 교섭을 회사밖으로 외부화시켜 회사는 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 사용자단체까지 구성된다면 노조와의 협상에서 개별 기업은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둘째, 산별노조가 되면 전국적인 결집을 통해 노조가 힘이 세지고 파업이 늘 것이라며 기피하는 것은 어설픈 상식이다. 산별노조가 파업하기란 독일의 예에서 보듯 여간 어렵지 않다. "산별 전환이 되어도 회사에 큰 악영향은 없었다"는 GM대우자동차의 닉 라일리 사장의 말을 되새겨보아야 한다(<한국경제신문> 2006. 7. 3).

셋째, 민주노총 사업장 등에서 개별 회사를 상대로 제도개선 요구를 하는 사례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불합리한 법제도 개선요구는 산별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호주의 경우, 증가하는 비정규직 보호의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가 노조가 직종/산별노조 형태로 정책이 결정되었고, 산별 차원에서 실천되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신준식, <호주의 비정규직 보호제도> <매일노동뉴스> 3389호, 2006. 4. 11).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개별기업에 맡기기 보다는 산별교섭에서 그 답을 찾아야한다.

산별교섭 제도화 논의를 둘러싸고 많은 법안이 제안되고 있는데, 신속한 논의를 위해 무엇보다 다음의 2가지를 중심으로 제도화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첫째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만큼 일단 기업을 뛰어넘은 초기업 단위에서 노사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기업 단위의 교섭구조와 방법을 논의할 노사 쌍방의 주체가 형성되어야 노사 간 교섭형태로 인한 갈등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의 논의가 가능한 것 아닌가?

노동계에서 사용자단체를 강제화하자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위헌 시비가 있는 만큼 기존 교원노조법을 준용하여 사용자단체가 아니더라도 사용자 측이 연합하여 교섭에 응하는 방식으로 가거나,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사용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참고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6조(교섭 및 체결 권한 등) ①항을 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 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시·도 교육감 또는 사립학교 설립·경영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이 경우 사립학교는 사립학교 설립·경영자가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연합하여 교섭에 응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노동계는 복수노조 교섭 창구단일화가 산별교섭을 무력화한다는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단일화 대상에서 산별교섭을 제외할 것을 제기하고 있고, 반대로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면 거꾸로 산별교섭에 대한 특혜, 조직형태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라리 기존 법대로 가자는 또 다른 주장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을 분석하면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이중교섭 이중파업을 막을 수 있는 법이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 산별교섭 관련 경영진들의 불만을 들어보면 2중 3중 심지어는 4중교섭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중파업이 빈번히 일어난다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산별교섭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파업은 반드시 1번만 하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은 꼭 사측에게만 유리한 사항은 아니다. 노조의 입장에서도 노조의 권력이 지나치게 현장에 치우쳐져 있는 것을 중앙으로 이동시키면서 균형감을 잡아가는 과정으로 노조의 중앙집중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산별교섭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조도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것은 산별교섭이 제도화 되는 과정에서 노사간에 중요한 빅딜이자 결단이 될 수도 있다.

법 제도화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현장 노사가 한국 노사 문화와 역사에 기초하여 단계적 준비 프로그램 합의와 노사 양측 모두가 기업별 의식 및 관행 개선, 취약한 상급단체 기능을 강화하기위한 자체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 공히 경총이 현대자동차 회사보다 힘이 없고, 민주노총이 현대자동차 노조보다 힘이 없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산별교섭이 정착되려면 노조의 밀어붙이는 힘만이 아니라 노사정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먼저, 노조는 현장과 중앙의 권력 배분문제가 분명히 정리되어야한다. 수치상으로는 50% 이상이 산별노조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앙의 지침이 현장에 안 먹히고, 권력이 현장에 더 많이 머물러 있다.

현장은 산별노조를 보험 가입 정도로 생각하지 힘을 집중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이래 가지고는 산별교섭 자체가 불가능하다. 머리는 산별교섭을 그리지만 몸은 기업별교섭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부 정비와 함께 산별교섭 제도화 주장 이전에 산별교섭을 하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사측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사용자는 경총 이외에 산업별로 제대로된 사용자단체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사회정책과 노사관계정책에 개입할 주체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책을 서둘러야한다. 경총을 중심으로 산업별협회간에 여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한다. 경총은 일방적으로 산별교섭에 반대하지말고 사회양극화와 갈등 해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차원에서 초기업교섭을 검토해봐야 한다.

사용자도 산별교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한국에서 금속, 보건, 금융 등 대표적인 산별노조들이 진행한 산별교섭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나는 실제 사용자가 우려할 만큼 산별교섭을 하는 동안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정부는 무조건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이 나쁘다는 편견을 버리고 합리적으로 대안을 찾는 논의가 진행되도록 준비해야한다.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지형을 볼 때 어느 때보다 여기에 대한 많은 논의가 예상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입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몇차례 산별 관련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아무런 결론을 맺지 못하고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난 이후 나 나름의 생각을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고 노사정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개 토론회를 거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산별교섭 관련 법안은 노사간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섭의 또 다른 당사자인 사용자 측의 입장도 반영된 균형 있는 입법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기본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노사정 모두에게 고언을 드리고 싶다. 노사관계발전이 필요하고 산별교섭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면 노사는 물론 정부도 실속 없이 말만 무성하고 실천이 없는 NATO (N0 Action Talk Only)는 이제 그만하자! 그동안 진행된 각 산별단위에서의 현장 사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실사구시로 제도화 논의를 시작하자.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입니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산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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