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중소상인과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 임원이 "합정점 입점이 중소상인의 반발을 불러올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저지 마포주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는 "1차 사업조정회의 당시 홈플러스 고위 임원 A씨가 '합정점 입점이 거센 반발을 불러올지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차 사업조정회의는 마포 지역 상인들이 중소기업청에 홈플러스 합정점(이하 합정점)을 상대로 낸 사업조정신청에 근거해 지난 6월 17일 열렸다.
대책위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1차 사업조정회의 당시 상인 측 대표가 A씨에게 "합정점 입점에 대한 지역상인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묻자, A씨는 "지역발전을 위해 지어진 주상복합건물에 홈플러스가 입점하게 됐다, (지역사회의) 저항이 일어날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상인 측은 "이미 합정동 인근에는 홈플러스가 몇 군데 더 있어 논란이 돼왔다"며 "4300평짜리 대형마트를 하나 더 입점시키면서 지역상권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상인들을 얕잡아 본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역사회 반발을 예측하지 않고 입점을 추진했다는 말은 홈플러스의 인식구도 자체가 지역 상권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상인, 상생 대상 아니다' 발언?... 홈플러스 "말도 안 된다"A씨가 회의 당시 "지역 중소상인은 상생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서 입점을 철회해줄 수 없나'라는 상인 측 질문에 A씨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생 고려대상은 지역주민과 협력업체다, 지역상인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지역상인이 상생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PR팀 관계자는 "지역상인이 상생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면 개점을 강행했을 것"이라며 "재래시장과의 협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점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합정점 입점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홈플러스는 8월 말 개점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홈플러스 측은 "지금이라도 당장 개점할 수 있지만 지역상인과 합의를 하기 위해 (개점 날짜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중소상인들은 인근에 홈플러스 월드컵점이 있는 만큼 매장이 또 생기면 지역상권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달(8월) 10일부터 합정점이 들어설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지역주민들 역시 지난달 24일 천막농성 현장에서 '합정 홈플러스 입점 저지 시민문화제'를 개최하며 상인들의 입점철회 운동에 합세했다. 지역시민들은 오는 7일에도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