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밤을 콘서트와 함께. 고양시와 파주시를 잇는 자유로 옆 출판단지. 한강변 철책선이 이어지는 곳. 곧 가을이 오면 철새들이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가는 곳. 전쟁과 분단의 상징도시 파주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평화운동을 지지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평화운동을 지지하는 콘서트 "from DMZ to 제주 - DMZ에서 제주까지 강정마을 후원 생명평화 콘서트, '레가토'"가 지난 1일 전쟁과 분단의 상징도시 파주에서 열렸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과 파주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텔레토비 동산에 무대를 마련했다. 관객들의 후원티켓과 출연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공연은 미리 준비된 4백석의 자리가 전부 관객들로 차 자리에 앉지 못한 관객들은 돗자리를 깔고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풍물패 터울림 '토방'의 길놀이로 시작된 공연은 퓨전국악, 인디밴드, 소프라노·바리톤, 통기타, 퓨전재즈와 자연주의 기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전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공연은 1만 원짜리 티켓을 구입한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진행됐으며 공연진행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금 전액은 강정마을을 후원금하는 데 보내질 예정이다.
공연 타이틀인 '레가토'는 둘 이상의 음을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라는 음악용어다. 분단과 생명의 훼손이라는 DMZ와 강정의 상처를 문화적 신명을 통해 치유하고 생명평화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이번 공연의 취지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양과 파주의 두 지역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한 '레가토'는 "출연자들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 스태프이 아니었다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박평수 집행위원장(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말했다. 또 실무를 맡은 노현기 사무국장(파주환경운동연합)은 "무엇보다 공연에 와주신 관객과 출연자 스태프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이번 공연의 기본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공연은 비용이나 인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을 했다. 난관에 부딪혔던 작고 큰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해결이 되고 공연 당일까지도 벽에 부닥쳐야했던 것들이 극복이 되면서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이금곤 상임의장은 "과거 전쟁의 상징인 DMZ 철책이 있는 고양·파주 주민들이 현재 생명과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제주 강정주민들과 함께 울어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송복남씨는 '레가토'는 "전쟁과 생명평화라는 시대적 상흔을 안고 있는 파주․고양 주민과 제주 주민들이 슬픔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동시대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에서 이날 공연을 위해 참여한 강동균 강정마을 주민대책위 회장과 시민운동가 고유기씨는 "가장 북쪽 DMZ이 있는 마을에서 구럼비를 지키기 위한 제주도민들을 지지하는 콘서트를 열어 더욱 힘이 된다"며 "반드시 승리하여 내년에는 '제주에서 DMZ으로' 생명평화 콘서트를 열겠다"고 해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퓨전국악 현악 여성 4중주 '얼룩(All Look)'과 여성듀오 '프로젝트 색상표', '별음자리표', 혼성 5인조 밴드 '뮤갤(MuGal)', 혼성 4인조 밴드 '바이닐스(vinyls)', 소프라노 '김한나' 바리톤 '송현상', 자연주의 기악 4중주 '이든' 등 총 일곱 개 뮤지션이 무대에 올랐으며 한국작가회의 조정 시인이 자신의 시 <펜스 설치 후>를 낭송했다.
공연 외에도 이번 행사에는 제주강정마을다큐 상영과 탈핵풍자만화전, 민통선 안을 흐르는 임진강 사진전, DMZ 생태사진전 등이 같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