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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자이후 텐만부 신사 풍경
 다자이후 텐만부 신사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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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사진들을 보면 웅장한 성들이 등장한다. 규슈지방에도 나고야성, 오사카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라는 구마모토 성이 있다. 성을 보기 위해 구마모토시로 향한다. 구마모토 시내를 가로지르는 기분이 좋다. 인구 50만 정도의 시라는데 도시풍경이 담백하다. 한산한 도로,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꾸미지 않은 간판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구마모토성은 웅장한 모습이다. 성을 공격하러 온 적군들이 성의 규모에 제압당하겠다.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 때 일본 장수인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서 7년에 걸쳐 다시 정비했다는 난공불락의 성이란다. 난공불락? 정말 함락되지 않았을까?

순천왜성에 간 적이 있다. 순천왜성을 처음 본 순간 석축만 남아있는데도 정말 공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중 삼중으로 쌓은 석축 구조를 보고 감탄했는데, 구마모토성은 규모가 훨씬 크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다란 해자가 있다. 해자가 너무 깊고 커서 전쟁 중 해자를 건너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겹겹이 쌓은 성도 부족해서 해자까지 파 놓았으니….

난공불락의 성은 없다

성문에 들어서면 아주 높은 기단위에 여러 층의 건물이 섰다. 천수각이다. 전쟁 중 망루 역할을 하며 적군이 쉽게 오르지 못하도록 아주 높게 만든 건물이다. 사다리꼴로 쌓은 석축이 성을 더욱 높고 웅장하게 보이게 한다.

 구마모토성 해자. 엄청나게 크고 깊다.
 구마모토성 해자. 엄청나게 크고 깊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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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성 천수각. 6층 목조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주요 골조는 시멘트로 복원되었다.
 구마모토성 천수각. 6층 목조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주요 골조는 시멘트로 복원되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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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성. 성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하통로 같은 건물 밑을 지나가야 한다.
 구마모토성. 성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하통로 같은 건물 밑을 지나가야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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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보면서 궁금증이 일어난다. 난공불락이라는데 정말일까? 구마모토성은 메이지유신으로 사무라이시대를 끝낸 세이난(西南)전쟁 때 불에 탔단다. 전쟁 중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서 성이 불타고 결국 함락되고 말았단다. 아무리 견고한 성도 결국 함락되지 않은 성은 없다.

천수각 건물로 들어서니 내부는 주요 구조물이 시멘트로 복원되었다. 시멘트로 복원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다. 우리나라도 비록 대충이라도 읍성들을 복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심 한가운데 수원화성 장안문 같이 그 아래로 들어 다닌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층마다 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을 전시해 놓아 박물관 기분이 난다. 6층 건물을 빙빙 돌아 올라간 곳은 전망이 확 트인다. 와! 높다. 구마모토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구마모토 성은 아래서 볼 때는 웅장함에 놀라고 올라가서는 확 트인 전망에 감탄한다. 부러움을 느낀다. 도심 한 가운데 역사유적이 전망대 역할을 할 수 있다니….

 구마모토성 천수각에 오르면 구마모토시가 빙 둘러 보인다.
 구마모토성 천수각에 오르면 구마모토시가 빙 둘러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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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 성은 웅장하지 않을까? 갑자기 의문이 생긴다. 아니나 다를까 가이드는 쉽게 설명을 해준다. 우리나라 성은 마을을 성 안에 넣고 쌓는데, 일본은 마을 한가운데 성을 쌓는단다. 우리나라 성은 마을을 보호하고, 일본의 성은 성의 주인을 보호하는 차이란다. 성을 마을 한 가운데 지은 것도 성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마을을 통과해야 하므로, 마을을 방어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란다. 마을을 보호하는 우리나라 성과 차이가 난다.

학문의 신을 모신 신사에서 합격을 기원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와서 찾아간 곳이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滿宮)다.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으로 모신다는 신사로 919년에 창건되었단다.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칼을 세워 놓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도리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다. 길 양편으로 상점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가는 길에 타코야끼 가게가 보인다. 우리나라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문어빵. 큰 아들이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단다. 일본 원산 타코야끼를 먹어봐야 한단다. 생각보다 싸다. 가게들은 먹을 것을 파는 상점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매화문양 떡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다. '우메가에 모치'라고 하는데 이 떡을 먹으면 정신도 맑아지며, 시험에 딱 하고 붙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연히 하나씩 사먹어 본다.

 매화떡을 파는 가게. 기름에 살짝 구운 쌀떡이다.
 매화떡을 파는 가게. 기름에 살짝 구운 쌀떡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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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 입구에 있는 소 동상. 불을 잡아당기면 원하는 곳에 합격한다는 말이 있다.
 신사 입구에 있는 소 동상. 불을 잡아당기면 원하는 곳에 합격한다는 말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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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로 들어가는 길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소 동상이 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일찍 성공해 천황의 총애를 받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로 이곳에 귀양을 오게 되었다. 병이 들어 죽게 되고, 소가 끄는 마차에 실려 나가는데, 소가 갑자기 멈춰 서서 꼼짝달싹 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시신을 묻고 신사를 세웠단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해남 미황사?

그가 죽는 날 매화가지가 교토에서 규슈로 날아와 하루 밤새에 6000 그루나 꽃을 피웠다는 전설이 있다. 바로 본전 앞에 있는 도비우메(飛梅)라고 불리는 매화나무가 전설을 간직한 채 살아있다. 나무 굵기를 보니 천년은 안 되었을 것 같다.

일본인이 고집스럽게 보이는 신사 건물

신사로 들어가는 길은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다리란다. 호수와 잘 어울린다. 주변 나무들이 아주 우람하다. 오래도록 자란 나무답게 이끼와 잘 어울려 있다. 아담하고 아주 오래 됨직한 작은 건물들도 있다. 이렇게 잘 보존된 문화유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다시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대부분 파괴된 것이 임진왜란 때다. 그나마 살아남았던 문화유산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중에 대부분 파괴되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 같다.

 아름다운 정원이자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신사.
 아름다운 정원이자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신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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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자이후 텐만부 신사 풍경. 신사 본전 건물 지붕은 편백나무 껍질로 지붕을 덮었다. 앞에는 천년 전에 날아와서 자라고 있다는 매화나무다.
 다자이후 텐만부 신사 풍경. 신사 본전 건물 지붕은 편백나무 껍질로 지붕을 덮었다. 앞에는 천년 전에 날아와서 자라고 있다는 매화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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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 내부. 거울 두개가 있다.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다.
 신사 내부. 거울 두개가 있다.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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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본 건물은 아주 웅장하다. 뾰족한 지붕이 위압감을 느낀다. 지붕은 풀로 엮은 것 같아 보이지만 편백나무 껍질이란다. 기와를 이지 않고 아주 정감 있는 나무껍질 지붕을 고집한 일본인들의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신사 안에는 따로 신들을 모시지 않았다. 거울이 두 개 있다. 위에 걸린 거울은 신전 앞에 선 사람들이 보인다. 자신도 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란다. 소원을 빌면 좋다는데, 두 손을 모아본다. 본 건물 뒤로 가면 매화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매화나무 숲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여우를 모시는 신사가 있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토굴 속에 모신 여우들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쇼핑

가이드는 일본여행의 특징은 물건 파는 곳을 찾아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 우리를 이끈 곳은 면세점이다. 왜 면세점으로 갔을까? 시장을 더 가고 싶은데.

내심 면세점에 들렀을 때 우리나라에서 사기 힘든 물건 있으면 사야겠다고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도 판다. 가격을 물어보니 결코 싸지 않다. 보통 면세점이라면 쌀 거라 생각을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점원은 렌즈가 포함되어서 비싸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한 가격은 아닌 것 같다. 그럼 구경만 하고 빈손으로 나왔을까? 건강관련 용품을 하나 샀다. 괜히 충동구매를 한 것 같은 기분이다.

 다자이후 텐만부 신사 맨 위에는 여우를 모시는 신사도 있다.
 다자이후 텐만부 신사 맨 위에는 여우를 모시는 신사도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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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심은 깨끗하다. 번잡하지도 않다. 여유가 넘치는 것 같다. 남은 시간은 상가에서 쇼핑을 했다. 옷가게를 다니면서 옷을 입어보고, 아니다 싶어 다시 벗어 주고 나온다. 그럴 때마다 점원들은 웃으면서 "스미마셍"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옷을 입어보고 사지 않은 게 미안한데, 도리어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안하단다. 친절하고 배려하는 국민성? 근데, 독도는 왜 그럴까?


#규슈#구마모토성#다자이후 텐만부#신사#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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