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비가 내리더니 어제(9월 5일) 아침에야 비가 그쳤다. 가을비는 제발 멈추어 주어야 오곡이 제대로 영글어 갈 텐데, 하루걸러 비가 내리니 농부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잔디를 깎았다.
금년들어 벌써 세 번째 깎는 잔디다. 같은 잔디밭이라도 잔디의 종류가 달라 어느 부분은 길게 돋아나 있고 어느 부분은 짧다. 긴 부분만 제초기를 돌려 잘라 주었다. 200여 평의 잔디밭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온 몸에 땀이 베인다.
잔디를 깎을 때마다 느끼는 건 잔디밭은 관리하기도 힘들고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보기에는 좋지만 생산성이 없다. 아마 내 집이라면 잔디정원을 절반이하로 줄였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영부인 미셀 오바마가 백악관 잔디밭 일부를 갈아엎고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텃밭 '키친가든(Kitchen Garden)'을 만든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고나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것이 잡초다. 바랭이, 토끼풀, 애기땅빈데, 벼룩나물, 방동사니, 쑥, 환삼덩굴, 명아주, 쇠비름 등 잔디밭에 잡초는 끊임없이 자라나고 있다.
특히 요즈음은 바랭이와 애기땅빈데, 토끼풀 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귀농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조금만 방심을 하면 논밭은 순식간에 잡초밭으로 변하고 만다.
매일 한 움큼씩 뽑아내지만 돌아서면 또 돋아나는 것이 잡초다. 어떻게 보면 잔디가 잡초와 더불어 살아가듯이 인생도 잡초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 같다. 또한 잡초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일거리를 제공한다.
제초제를 쓰지않고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이 방법을 발명해 낸다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일 텐데....
더욱이 살충제를 일체 뿌리지 않고 있어 장마철에는 잡초가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친다. 그러니 그 넓은 골프장에서는 얼마나 제초제를 많이 사용할까?
그래도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더구나 지난 6월 달에 심은 코스모스가 꽃을 피워주어 정원의 분위기를 확 바꾸어 주고 있다. 작은 코스모스 동산을 만들려고 했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몇 그루 안 되지만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 꽃이란 인간에게 이처럼 언제나 기쁨을 주고 있다. 내년 봄에는 더 많은 꽃을 울타리 밑에 심을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은 봄날 속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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