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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일대 항공사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매립하지 못한 공유수면. 사방이 막혀 예전 바다였던 곳이 못으로 변했다.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일대 항공사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매립하지 못한 공유수면. 사방이 막혀 예전 바다였던 곳이 못으로 변했다. ⓒ 김상현

동네 앞 바다가 못으로 변해버린 마을이 있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4일 오후 찾은 포항시 북구 용한2리. 월파를 대비한 테트라포드, 접안시설과 방파제, 배의 정박줄을 묶기 위해 포항시가 설치한 풍랑위험 안내판이 관리되지 않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오랜 흔적이 남은 배 한척의 내부는 장기간 운항을 하지 않은 듯 뽀얀 먼지로 가득했다. 한 눈에도 이 곳이 예전에는 바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면적은 약 1만㎡(3000평) 정도는 돼 보였다.

용한2리 앞 바다가 어쩌다 못으로 변했을까? 정부가 바다를 메워 영일만항을 조성할 당시 이 동네 앞 바다를 매립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평범한 이 동네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난제를 안고 있다.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못으로 변한 바다는 공유수면이기 때문에 항만청이 관리한다. 육지인 용한2리는 포항시 소관이다. 항만청은 못을 매립해 항 배후부지로 쓴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포항시는 동네 전체를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에 편입시켜 놓은 상태다. 산업단지 조성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주민 이주 후 못을 매립하면 되지만 개발을 하겠다던 건설업체가 사업을 보류했기 때문에 이주도, 매립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주변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항만청이 못에 고인 물을 빼내기 위해 도로 밑으로 관을 설치해 놓긴 했지만 퇴적물이 쌓이면서 배수도 원활하지 않지 않아 못이 늪지대로 변하면서 갈대가 무성하게 불어났다. 또 동네에도 하수도 관이 설치 안돼 100여 가구의 생활하수가 흘러들고 있다.

 얼핏보면 평범한 어항처럼 보이는 포항시 북구 용한2리. 정부가 영일만항 조성 시 매립하지 않은 탓에 못으로 변해버렸다.
얼핏보면 평범한 어항처럼 보이는 포항시 북구 용한2리. 정부가 영일만항 조성 시 매립하지 않은 탓에 못으로 변해버렸다. ⓒ 김상현

동네 주민 김모(57)씨는 "아직까지 악취가 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오염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물 밑이 썩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못을 그대로 둬서도 안되겠지만 주민 이주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매립은 안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주하기 전까지는 못을 매립하지 않는 것이 피해가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산업단지 개발이 시작되면 우선적으로 용한2리 주민부터 이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용한2리 땅을 정부가 수용해 항만 배후부지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포항#영일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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