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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값이 폭락하고 있다.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 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도, 한웃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 축산농민들은 한숨만 내뱉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수매' 등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경남 함안군의 함안가축시장. 닷새마다 소를 경매하는 시장이 열린다. 비가 내린 탓도 있었지만 이날 아침 이곳 분위기는 썰렁했다. 소들의 울음소리도 뜸했다. 사람들은 담뱃불만 깊이 들이키고 있었다.

 최근 들어 한우값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닷새마다 열리는 10일 함안가축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들어 한우값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닷새마다 열리는 10일 함안가축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윤성효

소시장 풍경을 카메라에 담자 한 농민은 "어디서 나왔느냐. 언론에서 자꾸 솟값이 내려간다고 하니까 더 그런 것 같다. 보도도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여섯 명이 암소 한 마리를 사이에 두고 흥정이 붙었다. 새끼를 밴 지 2개월 된 암소다. 소를 몰고 온 사람은 150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사려는 사람은 130만 원 정도 하자고 했다. 20만 원 차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도 말을 거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5만 원 내지 10만 원 정도 차이면 모르겠는데, 20만 원이나 차이가 나기에 어느 쪽 보고 양보하라는 말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옆에서는 몰고 왔던 송아지를 다시 트럭에 싣는 풍경도 벌어졌다. 김판수(58)씨는 "키우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겠나. 똥값으로는 도저히 팔 수 없기에 다시 몰고 간다"며 하소연했다.

솟값은 내리는데, 사룟값은 오른다

 최근 들어 한우값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닷새마다 열리는 10일 함안가축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들어 한우값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닷새마다 열리는 10일 함안가축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윤성효

한 마리에 30~40만 원에 거래되는 소도 있다. 늙은 소들이다. 6년산 내지 7년산 암소는 형편없는 취급을 받는다. 농민들은 새끼를 생산할 요량으로 소를 도태시키지 않고 있다.

이날 함안가축시장에서 매매가 성사된 소를 얼마 되지 않았다. 이현호 함안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은 "소를 많이 사육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사룟값도 계속 오르고 있으며, 수입 쇠고기 탓도 크다"면서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축산농가는 다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웃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많이 내렸다. 경상남도 축산정책과 집계에 의하면, 큰 소는 20만 원, 암송아지는 60만 원가량 내렸다. 솟값은 지난해 9월에 비해 몇십만 원씩 내린 것이다.

대신에 사룟값은 많이 올랐다. 경남도의 집계에 의하면, 사룟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2%가량 올랐다. 축산당국도 솟값은 내리는데 사룟값은 오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지금은 사육 두수가 많다. 솟값이 좋았을 때 '저능우'를 감축하자는 요구가 있었고 행정지도를 폈지만 돈이 되다 보니 제재조치를 해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 등으로 해서 소비가 줄어든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함안가축시장.
함안가축시장. ⓒ 윤성효

 최근 들어 한우값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닷새마다 열리는 10일 함안가축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들어 한우값이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닷새마다 열리는 10일 함안가축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윤성효

"한우 농가들은 이래저래 더 힘들다"

축산당국이나 축산농민들도 현재 사육두수가 많다고 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한육우 사육두수는 311만 두다. 우리나라 적정 두수는 250~260만 두인데 그보다 60만 두나 많은 것이다.

정부 수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현호 조합장은 "정부 수매를 해야 한다. 나이 많은 소들은 지금 시장에서 30~4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농민들은 솟값이 떨어져 있으니까 새끼라도 생산해서 돈을 챙기려는 마음에 소를 계속 키운다"면서 "'도태우'의 대상을 늙은 소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쇠고기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수입 쇠고기가 한우보다 가격이 낮으니까 찾는 것 같다.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한우 농가들은 이래저래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는 '직거래 장터'를 여는 등 한우 쇠고기 판매 촉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경남도청에서는 '한우 암소고기 시식회와 할인판매행사'를 열었다.

박정석 경남도 축산과장은 "공급과잉문제는 축산농가의 심각한 문제이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므로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하여 추진하고 있다"며 "농가에서도 암소 감축정책에 적극 동참하여 불확실성 대비 경영의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안가축시장#우시장#쇠고기#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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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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