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다 근육이 힘을 잃고 행동은 굼떠지며 집중력이 흐려지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한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행동도 나이가 들면 불가능한 일이 된다. 이런 현상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일일 뿐더러 한탄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더 이상 젊지 않은데 젊은 척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100쪽 간경화로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고 병실에 누워있다 얼마가지 못해 명운을 달리한 친구가 있습니다. 15년 전쯤, 친구는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해 있다 고향에 있는 작은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제 손으로 차를 운전해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고 입원한 친구였지만 고향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와 입원해 있는 친구의 모습은 '몰골' 그 자체였습니다.
툭 불거진 광대뼈, 푹 꺼진 눈두덩이, 초점을 잃은 채 멀뚱거리기만 하는 휑한 눈동자, 가슴패기에 드러난 앙상한 갈비, 핏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피부… 어느 것 하나 제대로인 게 없었습니다.
죽음, 잠들면 다시는 눈뜨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간병을 하고 있는 친구 아내에게 며칠 사이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다짜고짜 "'잠 좀 자라'고 해달라" 부탁을 합니다.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하고 있지만 친구는 며칠째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가물거리는 의식으로 친구를 맞아들이고 있는 친구에게 왜 잠을 안 자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자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대로 잠들면 다시는 눈을 뜨지도 못할 것 같은 공포감에 잠들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단 몇 분 동안에도 친구는 몇 번씩이나 깜빡 잠들었다 깜짝 놀라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그토록 끔찍하게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던 친구는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습니다.
무수한 사람이 죽었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다 죽을 건데 죽는 사람마다 왜 그토록 죽음을 무서워하는가 궁금했고, 그토록 끔찍한 몰골이 되도록 잠들지 못하며 친구는 왜 그토록 죽음을 무서워했을가에 대한 궁금증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후, 27분 스님을 훨훨 불태우는 다비를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여기저기서 초상을 치를 때마다 주검을 실은 상여를 인도하는 요령잡이가 되어 죽어간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지만 친구처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던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사연은 제각각이고 사인 또한 다르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거나 순응할 기회, 연습하고 훈련할 계기가 있었겠지만 친구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아무런 연습도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덜컹 찾아온 죽음이었기에 친구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 너무도 엄청난 공포가 되어 그토록 애달픈 임종을 맞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인식을 하든 인식을 하지 않든 간에 죽음에도 대비와 훈련, 연습과 수긍이 필요하듯이 늙어가는 데도 대비와 훈련, 연습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마구잡이로 늙어가는 것보다는 준비된 상태에서 세련되게 먹어가는 것이 한 사람의 일생을 훨씬 행복하게 갈무리해줄 끝매듭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80세 저자가 들려주는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
존 레인 씀, 고기탁 옮김, 베이직북스 출판의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은 건강하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기술에 대한 가이드북이자 매뉴얼입니다. 80세인 저자가 80이라는 나이를 먹으며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보편타당한 가치를 바탕으로 정리한 인생 기술서입니다.
생자필멸,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듯이 생자필로(生者必老),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늙어갑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늙음을 지나서 맞게 되는 죽음입니다. 죽음을 좀 더 엽렵하게 맞아들이는 마음가짐을 연습하거나 훈련하는 과정은 종교에서도 있었고 서적에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누구나 한 살씩 또박또박 먹어가는 나이지만 긍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늙어가는 기술, 나이를 먹어가는 기술을 안내하고 있는 책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 표지 위쪽에 '부모님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쓰여 있지만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은 부모님을 위한 선물이라기보다는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야 할 인생 기술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린 나이의 독자에겐 남의 일처럼 생경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중년의 독자들에겐 이해는 가지만 아직은 절실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겐 너무도 절실하지만 이미 준비기간을 놓친 안타까운 기술이 곳곳에서 발견될 것입니다.
갱년기 나이엔 새로운 출발점 될 것나이 드는 기술이야말로 아직은 생경하고 아직은 절실하지 않지만 미리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며 체득해야 할 기술이 될 것입니다. '머리 따로 가슴 따로'가 사춘기에 치러야 할 내면의 갈등이라면 '몸 따로 마음 따로'는 나이를 먹으면서 극복해야 할 복합적인 갈등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임종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는 물론이고 자식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을 남길 수 없다면, 최소한 유해는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지 유지를 문서로 작성해 두어야 한다. 자신의 유해를 매장할 것인지, 화장할 것인지 또는 집이나 호스피스, 병원 등 어디에서 임종을 맞고 싶은지에 대한 결정을 가족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임종을 앞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죽음에 대해 훨씬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146쪽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에서는 '유쾌하게 나이 드는 방법',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은 물론 '죽음을 받아들이는 지혜'와 '노년의 품격'을 위한 생활태도나 기술까지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멋지게 나이든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나이 드는 기술이야말로 실사구시 기술임을 보여줍니다. '퇴직 후에 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까지 부록으로 싣고 있어 나이 드는 기술에 노후까지 접목해서 설계 할 수 있는 노후인생 밑그림으로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흰머리, 책이라도 읽으려면 습관처럼 찾게 되는 돋보기, 불에 덴 듯이 등판이 화끈거리는 증상으로 찾아온 갱년기 증상을 겪으며 보이지 않게 갈등하던 필자에게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은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가이드북이 되고 멋지게 나이 먹는 기술을 터득하게 해주는 기술서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 존 레인 씀, 고기탁 옮김, 베이직북스 펴냄, 2012년 9월,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