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주 아동성폭력 사건 등이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자 경찰이 인력 증원 등의 아동성폭력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찰 수를 늘려 아동청소년 성폭력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청 자료 등을 분석해보면, 경찰 인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 성폭력 발생 순위가 높은 지역이 발견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시도별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나주 아동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전남은 3년 연속 아동청소년 인구당(10만 명 기준) 성폭행 발생 건수 5위 안에 들었다. 16개 시도 기준으로 2009년 2위(67.05건), 2010년 3위(80.54건), 2011년 5위(75.02건)다.
지역에 경찰 인력이 적어서 범죄 노출 위험도가 높은 건 아닐까.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경찰청에서 받은 '경찰공무원 현원' 자료에 따르면, 전남은 아동청소년 인구 대비 경찰관 수가 오히려 많은 지역이다.
2009년 전남의 아동청소년 인구는 40만7179명, 경찰관은 4966명이다. 경찰관 1명당 아동청소년 81.99명을 담당한다. 이를 16개 시도 순위로 따지면 전남이 1위다. 이후에도 전남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2010년 2위(81.45명), 2011년 2위(80.52명)다. 경찰관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다수의 아동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도 전남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3년 연속 경찰 인력 순위 상위권에 속했지만 아동청소년 성폭력 발생 순위 역시 2009~2010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연도별로 보면 경찰 인력 순위는 2009년 5위(95.81명), 2010년 3위(89.65명), 2011년 3위(87.83명)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발생 건수로는 2009년 1위(84.18건), 2010년 1위(92.2건), 2011년 3위(82.21건)다.
서울 또한 경찰 인력과 상관없이 아동성폭력 발생 건수가 해마다 증가했다. 서울은 2010~2011년 경찰관 수 1위를 차지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 성폭력 발생 건수가 해마다 대폭 상승했다.
연도별 경찰 인력 순위는 2009년 2위(85.89명), 2010년 1위(80.04명), 2011년 1위(79.32명)다. 아동청소년 인구 당 성폭력 발생 순위는 2009년 10위(53.94건), 2010년 4위(78.42건), 2011년 2위(82.57건)다.
"경찰 인력, 집회·시위 등에 치우친 게 문제... 민생 현장 위주로 재배치해야"
경찰 인력이 많은데도 아동성폭력 발생 순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찰관 수가 많다고 해서 민생 치안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 인력 증원 등의 단순한 물리적 대책은 아동성폭력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대도시와 농산어촌 간 다른 아동성폭력 형태에 따라 지역별 맞춤 민생치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도 "경찰 인력 운영이 집회 및 시위, 노사분규, 시설경비 등 경찰 기동대 중심의 시국치안에 치우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4년간 경찰 기동대 인원은 늘었지만 민생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이곳 인력이 경찰 기동대로 차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범죄가 난무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동성폭력 등의) 강력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민생 현장 위주로 경찰 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우선이다."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경찰 인력 증원만으로 아동성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의 집회·시위가 매일 일어나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경찰 인력이 기동대에 편중돼 있다"며 "지역 골목 등의 현장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기동대는 때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유럽 국가들에 비해 행정 업무 담당하는 경찰관 수가 많다"며 "고급 훈련을 인력들을 최대한 일선 현장으로 보내고 행정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