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우리에게 큰 일이 터지면 꼭 나타난 그 사람, 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나타나야!"사람들과 세상을 사랑하며,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반드시 필요했던 노래를 만들어온 예술가 윤민석형이(평소 불렀던대로 형이라고 쓰겠습니다) 아내의 암 투병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고, 남편은 남편대로 가난과 간병으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다가 가난과 투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의 사연을 잘 알고 있기에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주변을 통해 모금을 하는 것으로 형에게 미안한 마음을 삭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곳곳에서 '윤민석과 함께 하자'는 외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격려와 모금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냈습니다. 얼마 전 공연 쪽에서 활동하는 지인들과(<오마이뉴스>에 민석형에 대한 글을 쓴 연출가 김정환, 우리나라 연출가 지정환, 안치환 전 매니저 윤소라,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덕진, 등록금넷 조직팀장 김동규, 참여연대 최인숙 간사, 경제민주화시민연대 김선경 간사 등) 민석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상근자들과 함께 '윤민석 음악회'를 함께 제안했습니다.
음악회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시대를 복기하고 민석형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모금을 더 잘하기 위해서 9.15 윤민석음악회를 준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금 이상의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 시대가, 그리고 우리 세대가 민석형에게 진 빚이 많기 때문에 꼭 한 번 빚을 갚고 다시 한 번 함께 해보자는 그런 소박한 마음에서 음악회가 제안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나타났던 윤민석
"우리 시대의 소박하지만 진정한 '의리'를 보여줘요. 9월 15일 한양대 윤민석 음악회에서 함께 만나요!"
저도 그와 있었던 인연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습니다. 윤민석형은 시민사회단체 상근자들 사이에서는 "일 터지면 꼭 나타나는 형"으로 통했습니다. 2002년 미국 장갑차에 의해 어이없이 희생된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2004년 탄핵무효국민행동, 2008년 광우병 위험 미 쇠고기 '묻지마 수입' 문제로 촉발된 대규모 촛불시위 등 시민저항의 고비고비마다 그는 늘 시대와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분들은 '전대협진군가',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결전가' 등의 노래를 기억하겠지만, 아무래도 최근의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은 '너흰 아니야' '헌법 제1조' 노래를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헌법 제1조'는 최근 사회현상을 담은 가장 빼어난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형은 헌법의 의미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헌법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최소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구절을 똑똑히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헌법 제1조정신이 짓밟혀버린 현실에 분노한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이 노래를 빠지지 않고 불렀던 것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는 이 노래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노래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빨갱이가 작곡한 노래'라는 낙인을 찍기도 했습니다. 형이 지난 날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과정에서 수감 생활한 것을 빨갱이로 몰아간 것이죠. 그런 부당한 낙인도 문제이지만, 설령 '사회주의자'라 해도 그가 만든 노래는 아예 부르지 말라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프랑스 공산당원이었던 피카소의 그림도 보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2004년 탄핵무효국민행동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은 어느 날 홀연히 또 저희들 앞에 음반 하나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너흰 아니야' '격문' 등 여러 노래가 수록된 사회성 풍부한 민중가요 음반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당하게 탄핵당하자 이에 분노한 형이 며칠만에 10여 곡을 작곡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2004년 거리에 나온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지금도 '너흰 아니냐'의 비판적 지성과 힘찬 가락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저희 집 음반꽂이에도 자리 잡고 있는 그 음반, 지금도 가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잊었던 분노와 절규가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민석형은 2002년에도 우리에게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여중생 범대위(당시 연대기구)를 위해, 어이없이 생명을 잃어버린 두 소녀를 위해 바로 또 노래를 작곡해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큰 일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우리 앞에 민석형이 나타났듯이 이제 우리도 그에게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과 영향을 준 민중예술가 민석이형을 위해 9월 15일 한양대 노천극장으로 달려갑시다. 거기서 '헌법 제1조', '너흰 아니야'뿐 아니라 대학시절 학우들과 함께 불렀던 명곡 '애국의 길'도 함께 목 놓아 부르고 싶습니다.
윤민석 음악회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
일 시 :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저녁 6시 30분 ~ 9시 장 소 : 한양대 노천극장 출연진 : 윤민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열려있습니다. 홍 보 : 윤민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트윗과 페이스북 등으로 알려나갑시다. 분위기 : 윤민석의 노래 부르며, 윤민석과 대화하듯, 사랑 넘치게. 결 과 : 윤민석을 사랑하며, 우리 모두를 사랑하며, 윤민석 후원금 많이 모읍시다. 모금 방식 : 당일 공연장에서 모금과 인터넷 생중계를 통한 모금.
※ 페이스북에서 '윤민석음악회'로 검색하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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