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평가에 대해선 코멘트(언급)하지 않겠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뿔났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총재의 소통 능력에 부정적 평가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총재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언론의 평가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소통'이라는 단어를 여러분이 10년 전이었으면 들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총재는 "선진국의 경우 0%대 금리이기 때문에 (시장과의) 소통이 필요한 것"이라며 "이를 한국에 가져오려고 한다면, 여러분은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중앙은행과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 총재의 언론에 대한 강한 유감 섞인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친정부 성향에 독립성 논란 빚어온 김중수 총재, "10년 전에 소통 있었나?"김중수의 한국은행(아래 한은)은 그동안 시장과 정치권 등으로부터 친정부 성향으로 독립성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물가폭등, 가계부채 등 각종 경제현안에서 중앙은행이 청와대 눈치 보느라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작년 국정감사 때 여당조차도 김 총재를 상대로 '독립성을 훼손한 중앙은행 총재'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김 총재의 물가안정에 대한 말과 행동이 거꾸로 간다"면서 "전형적인 뒷북 금리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그는 또 김 총재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책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한은 독립성을 스스로 정부에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지적했었다.
시장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현 정부 들어 '한은은 기재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의 수장으로서 권위 역시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날 김 총재의 '언론 평가에 언급 않는다'는 발언은, 여론에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민 금융지원과 금리동결은 다른 문제... 7월 금리인하 효과 있다" 김 총재는 현재의 금리 수준에 대해 "지금 우리 수준에 크게 적정 수준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면서 "유럽과 미국, 중국 중앙은행 들이 앞으로 (금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의 서민금융지원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적극 해명했다. 김 총재는 "한은은 금리정책을 펴는 곳"이라며 "어떤 지원을 통해 통화량이 늘어나더라도 그만큼 환수할 것이라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1조5000억 원 규모의 서민금융지원방안을 두고, 정부가 재정을 통해 해야 할 일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대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는 "서민금융지원과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7월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김 총재는 "생각한 정도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다"면서 "단기적으로 은행에서 취급하는 여신금리가 8월 말에 5.22%로 7월 말보다 떨어졌다"고 전했다.
향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시장에서 금리인하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어떤 정도 기간을 두고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며, 이는 금통위원들이 경제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