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은 코끝을 자극합니다. 살랑거리는 이런 바람에 잘 어울리는 가을꽃은 무엇일까요?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도 있지만, 가을바람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꽃은 단연, 코스모스라는 생각입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를 다닐 때, 코스모스가 만발한 길을 걷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흐드러지게 핀 하양, 분홍, 빨강 코스모스.
꽃잎 하나를 따, 잎 사이사이에 한 장 씩을 떼 내고 하늘 높이 날려 봅니다. 바람을 탄 꽃잎은, 빙그르르 돌며 땅바닥으로 서서히 내려앉습니다. 놀이를 할 게 없었던 당시로서는, 자연과 어울리는 최고의 놀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알고나 있는지, 실제로 하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하동 북천. 이곳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만 같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는 하동 북천코스모스 역. 오래된 간이의자가 몇 개 놓여 있는 이곳에는, 이 세상 어머니가 살았던 힘든 삶과 영혼이 묻어 있습니다. 머리에 인 보따리에는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기찻길 옆으로는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춤을 춥니다. 어찌 보면 흐느적거리는 삶의 모습을 바람을 탄 코스모스가 춤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감정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요? 아이, 어른 모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행자는 추억담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저 멀리서 기적소리가 들려옵니다. 순천에서 마산으로 향하는 새마을호 열차입니다. 기차레일에 귀를 대고 있던 아이는, 기적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납니다. 먼 기적소리는 기차를 역에 도착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잠시, 뜨거운 열을 식히며 한 숨을 돌린 기차는 다시 마산으로 향합니다. 새로운 손님과 하동북천 코스모스 향기를 가득 실은 것은 물론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 하동북천은 코스모스 향기로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퍼져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동북천으로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코스모스를 만나러 떠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지난해 가을 하동북천을 다녀왔던 아름다운 추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하동군에서는 오는 20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하동북천에서 '2012코스모스메밀꽃축제'를 연다고 합니다. 개막행사는 9월 22일(토) 오후 3시에 열리며, 공연마당, 전시마당, 전통문화체험마당, 부대행사 그리고 체험행사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고 합니다.
올 가을에도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하동북천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 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