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14일 오전 8시 11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가 13일 잠행에 들어갔다. 민주당 경선의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경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 후보의 '비공식' 일정은 무엇일까.
문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문 후보가 주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기 위해 표를 조직하는 실무자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혀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고 보고, 선대위 구성을 위해 사람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말 경선을 넘어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 문 후보 캠프에서는 후보 수락 연설문 작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비롯한 캠프 주요 인사들은 연설문 작성을 위해 문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선대위 구성의 핵심은 '이길 수 있는 선대위'다.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승부에서 승기를 거머쥐는 것이 최대 주안점이다. 문 후보 측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영입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 버금가는 '파급력 있는 인사'를 끌어오는 것이 목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입길에 오른다.
진보 진영에서는 조국 서울대 교수와 공지영 작가 등 총선 때 민주당 멘토단으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11일 김태년 당 대표 비서실장은 조 교수에게 "지금 이때가 교수님의 높은 신망과 능력을 국민들을 위해 쓰실 때가 아닌가 (합니다)"라며 영입 제안 문자를 보낸 바 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선대위원장을 놓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캠프 관계자는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가 남겨져 있어, 저명한 인사들의 영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후보는 시민사회계 뿐 아니라 비문 진영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모든 계파를 녹인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는 공언을 시행하려는 작업이다.
문재인 선대위원장에 박영선 물망? 박영선 "어떤 직책도 맡을 생각 없어"
이 같은 맥락에서 선대위원장으로 떠오르는 카드가 박영선 의원이다. 문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박영선 의원이 좋은 카드"라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의원이 출마해 인지도를 높였고 이미지 또한 좋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이 '친노'가 아니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영선 의원은 이날 문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해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국가정의라는 관점에서, 당의 새로운 진로 개척과 대선승리라는 요구를 담아내야 되는 후보라는 관점에서 마음속으로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핵심 참모그룹 문제라던가 친노 문제가 있다"며 "문재인 후보가 당 대선 후보가 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원칙과 후보로서의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구성 등에 있어서 단호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를 공식 지지한 것은 순수한 마음"이라며 "어떤 직책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 캠프에서도 어떤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며 "선대위원장은 외부에서 모셔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