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 U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인해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사태에 대해 한국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게 가해진 해군과 경찰 등 국가공권력의 폭력행위와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에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이다.
13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3명이 인권침해 상황에 해명을 요구하는 공동서한을 지난 5월 30일 한국정부에 전달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21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공동서한은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결사',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뤼, 마이나 키아, 마가렛 세카갸 등 3명의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공동서한에서 송강호 박사와 양윤모 영화평론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문정현 신부, 강제출국 당한 외국활동가들에게 행해진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한 달 동안 강정마을 대부분 지역에 내려진 집회 금지 조치 등 다양한 인권침해사건들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 특별조사관들은 지적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인권위 이사국 출마 선언한 한국, 드러내기 좋은 이름만 취하려는 것"이러한 공동서한에 한국정부는 묵묵부답 중이다. 특별보고관들은 서한 발송 이후 60일의 답변 기한을 제시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련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유엔인권사무국의 상부기관으로 여기서 작성된 보고서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2006년 임시기관인 인권위원회에서 유엔총회 상설 기구로 승격됐다.
한국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2013년 인권이사회 이사국 출마를 밝힌 상황에서 상당히 모순적이다. 총 191개 회원국 가운데 47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최고수준'(the highest standards)의 인권상황을 유지해야 자격이 된다. 지난 2010년 한국을 방문한 프랑크 라 뤼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인권,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며 8개 분야에 걸쳐 표현의 자유가 후퇴한 상황을 인권이사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장하나 의원은 이와 관련해 "2013년 이사국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한국 정부가 특별보고관들의 공동서한을 묵살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인권이사회에 존중과 국제인권 보호는커녕 국제사회에서 드러내기 좋은 이름만 취하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특별보고관들이 제시한 해명요구에 충실히 답변하고, 이와 같은 폭력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