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별 일 없죠?"
"아뇨."
"무슨 일 있어요?""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00의료원' 응급실에 왔어요."
"응급실!"어머니, 1년에 한 번씩...응급실행한 순간 멍했습니다. 지난 8월 20일-21일 창원에 목회자 모임이 있어 갔다가 21일 아침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내가 들려준 어머니 응급실행 소식은 걱정과 불안으로 몰아갔습니다.
"지금 검사 받고 있고 의사 선생님을 진료 받은 후 결과 나오면 알려 드릴게요.""알았어요. 다시 전화할 게요."몸은 창원에 있었지만 마음과 생각은 온통 응급실에 계신 어머니 생각뿐이었습니다. 얼마 후 전화를 했더니 장에 가스가 찼었다고 합니다. 골다공증이 있어 허리가 많이 굽었고, 음식을 많이 드시지 못해 장운동이 원할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1년에 꼭 한 번씩 온 가족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가십니다. 지난 해 9월에도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그 때는 폐에 물이 찼다는 1차 진단을 받아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폐에 물이 차지 않았다는 최종 진단을 받은 후 온 가족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래도 저와 아내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 않기 때문에 낫습니다. 동생과 제수씨는 어머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제수씨가 정말 고생합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니다. 어머니가 올해로 여든 한 살 되셨습니다. 지난 14일 어머니 여든 한 번째 생신을 했습니다.
귀가 어두운 어머니는 아주 큰소리를 하지 않으면 잘 듣지 못합니다. 그런데 형님과 동생과 함께 어머니 생신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면 어떻게 들었는지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지난 해에는 생신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섭섭해 하시는지. 생신을 차리지 않은 이유는 5월에 팔순 잔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동네 잔치를 했습니다. 동생이 한우도 한 마리 잡았지요. 4남 5녀이므로 동네 분들도 어머니 팔순을 얼마나 기다렸습니다. 출장 뷔페까지 불렀습니다. 출장 뷔페와 한우 한 마리를 대접한 아들 딸을 둔 어머니는 노인정에 갈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팔순 때, 한우 한 마리에 출장 뷔페까지...하지만팔순 잔치까지 했는데 생신을 해야 하는 생각으로 챙기지 않았지요. 말씀은 "팔순했는데 생일은 무슨"이라고 했지만 정작 생신을 챙기지 않으니까 금세 섭섭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올해도 얼마나 생신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말로는 "이제 생일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속 마음은 "생일 꼭 차려주라"고 하시는 줄 모두가 다 압니다.
결국 모였습니다. 딸 들은 울산,광주,창원에 살기 때문에 아들 넷만 모였습니다. 어머니는 싱글벙글입니다. 아들들이 모여 생신을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십니다. 효도 생각보다 쉽습니다. 어머니 바라는 것 조금만 채워드리면 되니까요. 집에서 챙겨드리는 것도 좋지만 아들 네 가족이 오리고기 집에 모였습니다. 어머니는 틀니를 하셨기 때문에 고기를 잘 드시지 못하지만 손자손녀들이 먹는 것 만으로 즐겁습니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도 좋습니다.
"인헌이와 막둥이 오리고기 맛있어?"
"응 맛있어요.""무엇이 제일 맛있어?""생오리고기요.""막둥이는 훈제오리 좋아하잖아?""오늘은 별로 맛 없어요.""인헌이는 할머니 때문에 먹고 싶은 것 먹어 좋겠네?""예."할머니 덕택에 우리 가족은 만찬...딸 먹성은 최고입니다. 오리고기면 오리고기, 돼지고기며 돼지고기, 쇠고기면 쇠고기, 회면 회, 골뱅이면 골뱅이 무엇하나 먹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할머니 덕택에 우리 아이들은 만찬을 즐겼습니다.
우리에게 만찬의 즐거움을 주신 어머니. 응급실에 실려가면 안 되지만 설혹 연례행사가 돌지라도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아이들 시집 장가가는 모습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아흔 살까지 사는 분들이 많은데 어머니도 아흔은 넘게 사셔야 합니다. 어머니 사랑하고,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