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앞다투어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낮은 성장률과 고용률, 점점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양극화,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원인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올해 대선에서는 300만 개, 500만 개 식으로 의미 없는 일자리 개수 경쟁보다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 수요창출 정책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제안들에 상당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수 늘리기에서 진화한 일자리 공약노동시장과 관련된 최근 대선후보들의 공약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고, 두 번째는 노동시장 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및 노동시장 내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대선후보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현재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모든 당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연평균 노동시간을 2000시간 미만으로 줄여 장기적으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주 5일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고용률 제고에 꼭 필요한 정책이다.
노동시간 단축, 새누리당은 당근, 민주통합당은 채찍으로각 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제기하고 있나? 새누리당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등에 혜택을 주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국내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시간을 줄인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혜택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혜택과 함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도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실행에 있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을 막는 방안이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 다른 당들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새누리당의 경우 시간제 정규직을 노동시간 단축의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간제 정규직의 확대는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로 볼 수 있는 노동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일자리 창출 중점 분야도 정당마다 달라또한 일자리 창출 분야에 있어서도 정당별로 차이가 있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 출마선언문에서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 문화·소프트웨어 산업과 아이디어·벤처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금껏 우리 경제가 목표로 삼아 실행해 온 전략이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한 정책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선언적인 수준의 공약으로는 어떻게, 얼마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후보들은 공공부문 및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산업의 취업자 수는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상관없이 민간수요 증대에 힘입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특히,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2000년대 중반보다 2배 이상 취업자 수가 증가하였다. 이런 사회서비스 산업의 수요는 고령화, 복지의 확대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 여성, 고령자 고용은 민주통합당이 적극적청년,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일자리 확대에 있어 중요한 것은 노동공급을 촉진하는 정책과 함께 노동수요를 확대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청년고용할당제, 사회서비스산업에서의 여성 및 중고령자 고용 정책, 장애인 고용할당제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이러한 적극적 노동수요 정책을 내놓은 당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다. 이들은 청년고용할당제, 양질의 여성일자리 확대 등과 같은 적극적인 노동수요 정책을 노동공급 정책과 함께 제시하였다.
반면,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청년인턴제, 중소기업을 통한 청년고용확대 등의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의 노동수요 정책 밖에 내놓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 새누리당 '희망사다리법' 발표1997년 경제위기 이후 확대된 비정규직은 2012년 3월 현재 837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742만 1천명 중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사회보험 지원에 있어서도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 승리 이후 '희망사다리법'이란 이름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취지의 법안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에 의하면 차별을 당한 비정규직의 경우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대표나 노조를 통해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차별행위를 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차별행위로 얻은 이득의 10배까지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있다. 또한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적 대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으로 사내하도급법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정작 노동자들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가장 큰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내하도급법이다. 새누리당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적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사내하청노동을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법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이 시행될 경우 현재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제조업 내 파견 고용이 사내하도급을 통해 합법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누리당이 제시한 법안은 차별 시정에 있어서도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차별적 처우에 대해 사용자가 10배 내의 금전보상을 하도록 했지만 법안 내 차별대상과 차별처우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다는 점, 사업장 내 동일한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가 없을 경우 차별 시정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사업장 내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차별시정 신청자를 사업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자 또는 가입된 노동조합으로 국한한 것은 차별 시정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축소보다는 차별 해소에 중점민주통합당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또는 동일가치 동일임금 원칙을 외치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규제 법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문재인 후보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한 전국민 고용평등법 등과 같은 공약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선언적인 수준에 머문 공약들이 많다. 구체적인 실행방법, 규제 방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필요한데,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들은 불법파견, 위장도급을 근절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통해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도록 하는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환 보조금 지원 정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의 경우 비정규직을 줄이기보다는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양당 모두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 지원한편 2012년 3월 기준으로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506만 7천명 존재한다. 이들에 대해 새누리당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 및 지원강화, 10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120% 이하 모든 저임금 노동자 및 사업주에 대한 사회보험료 완화 등의 정책을 지난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실업부조 도입, 고용보험 해소 등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책 마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모든 대선후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교수,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 정책과 함께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임금 상승 정책도 필요하다. 이는 최저임금의 상승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2012년의 최저임금 4580원이다. 하지만 이런 최저임금제도가 낮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해 그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인상수준에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최저임금의 인상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후보들과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철수의 경우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상승시킬 것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약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의 하한으로 한다는 내용이 최저임금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정책으로 노동시장문제 해결해야이상 각 당의 노동시장과 관련된 정책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대선후보의 공약들이 실제 노동시장의 문제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에서 양질의 일자리 정책으로 노동시장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시장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연기했을 뿐, 노동시장 차별구조와 같은 문제들은 오히려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나아가 이와 같은 양질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 문제의 해결책일 뿐만 아니라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 경제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을 통해 이런 양질의 일자리 정책을 기본으로 하는 구체적인 실현가능한 수준의 노동시장 공약들이 모든 대선후보들을 통해 발표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김수현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