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새들은 어디서 쉬어야 할까요?" "인간이 뺏어간 서식지 철새에게 돌려줍시다!""철새들을 위해 당신의 관심을 보여주세요!"철새보호를 외치며 피켓을 든 소녀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이들은 이름 하여 원더버즈. 군산중앙여자고등학교 2학년, 5명으로 구성된 원더버즈는 최다빈, 이우희, 양희은, 이수영, 김현주 학생이 뭉쳤다.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나이에 환경보호 활동이 가당키나 할까. 원더버즈의 든든한 지원군 이태현(42세·생물담당) 교사는 교과 외 활동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때론 지식위주의 활동이 아니더라도 체험활동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합니다. 교실 안에서 수동적이던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능동적으로 변하고,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문제해결능력을 배우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미래사회의 주역들이 철새보호 나아가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철새지킴이 '원더버즈'를 출범시키게 됐습니다."8년간 군산중앙여고에서 생물을 가르친 이태현 교사. 그녀는 자연·환경과 맞닿아 있는 생물을 가르치면서 우리지역 실정에 맞는 생물수업이 병행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지난 6월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제7기 생물자원보전 청소년 리더 공모전에 응모, 총300개팀 중 150개팀 안에 진입(전라북도 4개팀 선정), 제7기 생물자원보전 청소년 리더로 선정됐다. 원더버즈로 선정된 5명의 학생은 다른 과목보다 생물을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로 뽑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활동은 크게 철새카페 운영, 철새연구, 철새탐조여행, 철새블로그 운영, 모금활동 등으로 이뤄졌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웠는데, 학생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철새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금강 하구를 찾아 철새의 도래가 감소하는 이유, 철새를 왜 보호해야 하는지, 철새에게 왜 서식지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철새보호의 심각성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모금활동까지 계획하게 됐습니다. 이 모든 걸 교사인 제가 나선 게 아니라 아이들 위주로 움직이고 나섰다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뿐입니다."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학생들은 이제 진로를 바꿀 정도로 철새보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원더버즈의 최다빈 학생은 "예전에 무심코 봤던 새들이 이젠 소중하게 다가온다"며 철새 서식지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원더버즈 활동을 통해 생물·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김현주 학생은 대학전공을 생물·환경 쪽으로 생각할 정도로 이 활동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직접 안철수 재단에 메일을 보내 "복지 선진화가 철새에게도 적용됐으면 한다"며 철새보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외치는 철새서식지 마련은 어떤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철새도래지, 군산을 많이 찾는 도요물떼새(이하 도요새)는 우리나라를 장거리 여행 중 먹이 섭취를 위해 거쳐 가는 중간기착지로 활용한다.
바다를 건너 지구반대편까지 쉬지 않고 날아야 하는 도요새들에게 중간기착지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된 휴식과 먹이 보충을 하지 못한다면 이동 도중에 변을 당할 수도 있고 번식지에서 번식성공률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한 번식성공률 저하는 집단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간기착지 군산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당연히 충분한 먹이 보충과 안락한 휴식처 마련이다. 그러기위해선 먹이의 종류가 풍부하고 다양한 갯벌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지역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갯벌이 감소됐고, 이로 인해 도요새 개체수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현재 갯벌의 감소로 무려 5종의 도요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철새보호의 심각성을 인식한 호주에서는 이동하는 도요새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법(1999년)을 제정하여 국가차원에서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철새보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인식을 달리해 철새 서식지 마련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태현 교사와 원더버즈 학생들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철새지킴이를 자처했다. 그리고 철새 서식지 마련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다음의 메시지를 전했다.
"돈을 주면 물건을 쉽게 소유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자연도 소유하려고 합니다. 자연이 인간만의 것일까요? 인간이 생기기도 전부터 자연은 새들의 것이고 개미의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 소유한 자연을 새들에게 돌려주려고 합니다. 인간의 방식을 써서 즉 돈을 주고 사서 새들의 영토를 만들어줄 것입니다.그러나 사람들은 말합니다. 도요새가 멸종되어도 사람은 멸종되지 않는다고요. 도요새를 보호하는 것이 하루치의 식량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도요새를 보호하는 것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하지만 도요새가 멸종된다면 그만큼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지요.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하지요. 도요새가 멸종된다면 그것은 인류의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나비효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도요새를 보호하는 것은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노아는 신의 명령을 받고 확고한 믿음으로 방주를 건설합니다. 해는 쨍쨍하고 도무지 큰 비가 올 기미가 전혀 없지만 노아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등 뒤로 하고 묵묵히 방주를 건설하지요. 우리의 모금활동이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이것이 불씨가 되어 도요새를 보호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몸부림은 노아가 방주를 건설하는 망치질을 시작한 것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철새 서식지 마련을 위해 현재 모금된 금액은 30여만원. 이 모금액은 군산시철새조망대에 기부, 철새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철새보호를 위한 소녀들의 작은 날개 짓이 부디 나비효과 되길… 그래서 새들도, 사람도 살기 좋은 지구가 되길… 어떻게 보면 거창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기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