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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전사령부 홈페이지.
특수전사령부 홈페이지. ⓒ 특전사

육사 출신 현역 대위에 이어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속 중사가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가운데, 군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는 트위터 글까지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군검찰이 상관모욕죄를 적용한 10건의 트위터글 가운데 이 대통령을 특정한 것은 2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8건은 "쥐새끼" 등 비속어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것. 이를 두고 "현역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 특정한 글은 2건... 누군지 알 수 없는 글까지 상관모욕죄 적용

특전사 보통검찰부는 특전사 소속 이아무개(33) 중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쥐새끼 사대강으로 총알 장전해서 신공항, KTX, 수돗물까지 다 해쳐먹으려는 듯" 등의 글을 올려 군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지난 7일 기소했다. 군검찰의 기소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서 제공한 첩보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군검찰은 이 중사가 지난 2011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트위터에 올린 10건의 글에 상관모욕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64조 제2항을 적용했다. 하지만 그가 올린 10건의 글 가운데 이 대통령을 특정한 글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이 중사는 "명박이가 살린다던 우리의 강! 이제 죽였으니 또 돈 들여서 살려야죠! 아 씨× 명박이 찍은 인간들 다 뒤져버려라", "명박이 자식새끼들은 ×팔려 뒤지지도 않아. 나 같으면 혀를 깨물고 죽었을 것 같은데" 등 2건(1월)의 글에서만 이 대통령을 특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8건은 이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은 채 "가카 새끼", "쥐새끼" 등 비속어만 사용했다. "가카 새끼 100대 의혹", "쥐새끼 철도 팔아 처먹으려는 이유!!", "쥐새끼 부정엔 정말 부지런하구만", "40년을 후퇴했죠 쥐새끼 땜에", "쥐새끼야 죄짓고 교회 가서 헌금내고 회개하면 용서될 것 같지?", "진정한 종북은 쥐새끼!!" 등이 그런 경우다. 

군검찰은 문맥이나 사회통념상 "가카 새끼"나 "쥐새끼"가 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최악의 범죄자!! 어떻게 인간이 이런 일을? 회개하면 다 용서되는 건가?"라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글에까지도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지나친 기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별칭이 '쥐새끼'라는 것을 군검찰이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중사에 앞서 상관모욕죄로 기소됐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이 대위의 경우에도 군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군사법원 판결로 드러나기도 했다. 군검찰이 상관모욕죄를 적용한 17건의 트위터 글 가운데 3건은 "다소 무례하거나 비아냥거림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대통령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받은 것. 

심지어 군검찰은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와 IT블로거 'doax', 트위터사용자 'hoongkildong'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이 대위가 리트윗(트위터에서 남의 글을 재전송하는 행위)한 것까지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변호인 "정부에 비판적인 군인 걸려내려는 것 아니냐?"

이 대위에 이어 이 중사의 변론까지 맡은 이재정 변호사는 "군인의 품위가 손상되거나 일사분란한 지휘체제 확립을 통해 군전력이 저하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첩보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 군인을 걸러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심지어 군검찰은 이 중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올린 글까지도 '대통령을 비꼰 것 아니냐?'며 문제삼았다"며 "물론 그것이 공소사실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런 것까지 수사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정권 쪽에서는 군인뿐만 아니라 SNS에서 논의되는 내용에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 중사의 기소는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SNS 공간을 제약하려는 정권의 시도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로 기소된 사건은 이 대위와 이 중사 등 두 건에 불과하지만 기무사가 방첩활동을 이유로 더 많은 군인들의 트위터 글을 뒤지고 있을 것"이라며 "건전한 비판조차 단속해야 할 정도로 군기강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군인도 공무원으로서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민주정치가 빚을 발한다"며 "선거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군인에게도 온당한 비판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중사의 상관모욕죄 첫 공판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특전사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관모욕죄#특전사#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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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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