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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사무실 ㅎㅎ 지금 패킷 감청되고 있을 겁니다 ㅎㅎ"
(5월 22일 조합 집행부 윈도 메신저 대화 내용)

"근데 이런 메신저 해킹당하는 건 아니겠죠?--;;"
(8월 7일 모 조합원 네이트온 메신저 대화 내용)

"지난 5월말에 감청 프로그램 모든 망접속 컴퓨터에 몰래 깔아놓은 일이 좀 전에 적발되었습니다."
(8월 17일 첫 번째 사례의 집행부 윈도 메신저 대화 내용)

'MBC에는 '유령'이 있었다.'

지난 3일 노조는 "MBC 사측이 전 직원의 컴퓨터에 사찰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24일, 노조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트로이컷 불법사찰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한재희 MBC 노조 편성제작부분 간사는 "트로이컷의 로그 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설치된 컴퓨터에서 사라진다, 7월 이전의 자료는 없다"면서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 가족, 작가 온라인 활동까지 수집

 MBC 노조와 김일란 <두개의 문> 감독,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로이컷 불법사찰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 노조와 김일란 <두개의 문> 감독,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로이컷 불법사찰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홍현진

해킹으로 인한 자료유출을 막아주는 보안 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은 옵션을 설정하면 MBC 사내 전산망을 통해 외부로 나가는 이메일, 메신저, 블로그, 미니홈피, 파일 업로드, USB를 통해 이용한 자료 등의 정보가 회사 서버에 전송되도록 되어 있다. 노조의 기자회견 이후, 사측은 지난 6일 해당 프로그램을 삭제한 상황이다.

문제는 업무와 상관없는 직원 개인의 온라인 활동까지 회사 서버로 넘어가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 노조가 본인의 동의를 얻어 100여 대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노조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일 유출만 수백 건. 연인간 주고받은 이메일, 개인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린 글, 미니홈피 1촌에게만 공개되는 게시글도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신저 대화내용도 수집되었다. 민감한 의료정보, 연인간 대화는 물론이고, 김재철 체제를 비판한 대화 내용도 유출됐다. 노조는 이러한 메신저 대화 내용이 향후 조합원 탄압을 위한 자료로 축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았다. 개인 사진 파일, 영어 학습 파일, 영화, TV 영상물 등 동영상 파일 등 첨부된 개인 파일 유출은 100건이 넘었다.

직원뿐만이 아니라 직원 가족, 작가 등 외부인들도 개인 PC를 통해 사내 인트라망에 접속할 경우 자동으로 트로이컷 프로그램이 설치됐다. 가족 개인 정보, 가족이 전송한 메일, 게시글, 작가 및 협력 직원 등의 온라인 활동이 무차별적으로 유출됐다. 특히 작가들의 경우, MBC와 관련해 비판적인 내용의 메신저 대화, 집단행동 관련 메일이 그대로 빠져나갔다.

<두개의 문> 감독 "'인권침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

언론노조 사무실 소재 데스크톱 PC의 자료가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직된 이근행 전 MBC 노조 위원장 등이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MBC 사내망에 접속하면서 트로이컷 프로그램이 무단으로 설치된 것. 이로 인해 이근행 위원장이 PD를 맡고 있는 <뉴스타파> 제작용 자료는 물론이고, <뉴스타파> 앵커인 김일란 <두개의 문> 감독이 작성한 이메일도 MBC 회사 서버로 전송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일란 감독은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원고를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 원고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MBC 서버에 전송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진짜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18층에 있는 컴퓨터를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지고 되도록 언론노조 컴퓨터를 쓰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드라마 <유령>에 '한 사람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것은 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대사가 나온다"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는지 이러한 모든 것을 누가 수집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단순히 인권침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굉장히 큰 공포"라고 심경을 전했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의 주민번호, 계좌번호, 주소도 MBC 서버에 넘어갔다. 한재희 간사는 "첨부파일이나 메일 본문 등을 통해 중요한 개인 정보들이 MBC 서버로 넘어갔다"면서 "특히 방송 제작과정과 정산을 위해 수집된 외부 일반인들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회사 서버로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라디오 청취자의 경우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유출된 대상이 확인된 것만 수십 건에 이른다. 

손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 출연한 후, 출연료를 주겠다고 해서 신상정보가 담긴 메일을 작가에게 보냈는데 한 달 정도 후에 MBC 노조에서 전화가 왔다"면서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생각을 해보니 시간이 갈수록 섬뜩하고 섬짓했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공영방송 MBC와 인터뷰 한 번 했다고 나의 개인 정보가 백업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면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활동 내용도 수집됐다. 한재희 간사는 "여타 컴퓨터가 주로 7월부터 트로이컷 활동기록이 나타나는데 비해, 노동조합 사무실 컴퓨터는 5월 20일경부터 활동 기록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노보 및 성명서 관련 파일 수십 건, 기타 노조 활동 및 부문별 저항활동 관련 파일 수백 건이 유출됐다. 노조 재정관련 자료도 빠져나갔다.

노조는 지난 6일 김재철 사장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한 상황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사측에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니 서버를 노사 공동으로 봉인을 하자고 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경찰에 사건이 넘어가서 두 차례 증거인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서버를 압수할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국장은 "사측에 1인당 100만 원의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정책홍보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부 자료 보안과 외부 해킹 차단을 위해 프로그램을 설치했던 것"이라며 "트로이컷은 보안프로그램이지 일반 개인들의 서신내용들을 열람하기 위한 감청, 사찰 프로그램이 아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동안 저장된 자료를 열람한 적이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열람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트로이컷#MBC 노조#MBC 사찰#김일란#두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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