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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에서 지난 21일 유튜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 불편한 진실 2편'. 자사 900리터 냉장고와 LG전자 910리터 냉장고에 물과 음료수 캔, 통조림을 각각 넣어 비교했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21일 유튜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 불편한 진실 2편'. 자사 900리터 냉장고와 LG전자 910리터 냉장고에 물과 음료수 캔, 통조림을 각각 넣어 비교했다. ⓒ 삼성전자

"우리 냉장고 용량이 세계 최대!"
"무슨 소리, 우리 냉장고에 물건은 더 많이 들어간다!"

세계 최대 용량 냉장고를 둘러싼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자존심 싸움이 끝내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LG전자가 24일 삼성전자 온라인 동영상 광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1, 2편이 '부당 광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정 공방으로 번진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자사 혼수가전 블로그 '신부이야기'와 유투브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영상 광고를 실었다. 자사 지펠 857리터 냉장고와 타사(LG전자) 870리터 냉장고에 물을 부어봤더니 용량이 적은 자사 냉장고에 더 많은 물이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이 동영상은 24일 현재 100만 명 이상이 봤고 일부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LG전자는 "근거 없는 비방 광고"라고 발끈했다. LG전자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의 즉각 중지, 사과의 의사표시 및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바로 며칠 뒤 자사 900리터 냉장고와 LG전자 910리터 냉장고에 물과 음료수 캔, 통조림을 각각 넣어 비교한 후속 편을 올리자 결국 소송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문제의 광고에 쓰인 '물 붓기', '캔 넣기' 등의 방법은 정부의 공식 규격인증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객관적 근거 없이 정부 규격과 배치되는 측정 방법을 사용한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 광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냉장고가 LG전자 제품보다 용량 면에서 우수하다고 소비자를 오도하는 허위 광고를 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윤경석 LG전자 HA사업본부 냉장고연구소장은 "경쟁사의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정도에 어긋난 부정경쟁 및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아울러 지난 2006년 PDP TV 관련 삼성전자 비방 광고 관련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 승소 사례를 덧붙였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8월 22일 자사 블로그와 유투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1편. 자사 냉장고와 타사 냉장고에 물을 부어 비교한 실험 결과를 올렸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8월 22일 자사 블로그와 유투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1편. 자사 냉장고와 타사 냉장고에 물을 부어 비교한 실험 결과를 올렸다. ⓒ 삼성전자

LG "KS 규격 무시한 허위 비방 광고"... 삼성 "바이럴 마케팅 차원"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영상에 자체 실험 기준이라고 명시했고 LG전자가 주장하듯 내용상 기만이나 허위 사실은 없어 (내용 증명에)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면서 "용량이 10리터 차이가 나는데도 오히려 우리 제품에 물건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게 의아하게 느껴져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 차원에서 영상을 만들어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LG전자에서 옵티머스LTE 단말기 출시 당시 삼성 갤럭시S2 액정 위에 버터를 녹이는 실험 동영상도 문제가 있었지만 소송을 걸지는 않았다"면서 "일상적 바이럴 마케팅인데 LG전자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냉장고는 용량이 전부가 아니라 소비전력이나 사용편의성 등 소비자 이익을 따져야 하는데 용량 문제만 부각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논쟁으로 과열 양상으로 번지면서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G전자-삼성전자 냉장고 용량 변화 추이
LG전자-삼성전자 냉장고 용량 변화 추이 ⓒ LG전자

냉장고 KS 규격(한국산업규격)을 정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냉장고 용량은 KS 규격에서 정한 공식에 따라 내부 적재 공간의 깊이, 가로, 세로, 높이 등을 재서 계산한다"면서 "물을 붓거나 캔을 넣는 시험 방법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냉장고 모델마다 내부 구조상 사각이나 홈이 제각각이어서 캔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현재 제품에 표시된 용량은 국가 인증 검증기관을 거친 결과여서 다시 측정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개 검증이나 가처분 소송 결과를 떠나 이번 갈등은 양사의 지나친 '대용량 냉장고' 출시 경쟁이 부른 부작용 측면이 크다. 양문형 냉장고가 등장한 이래 가전사 간 대용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0년대 500~600리터 수준이던 대용량 냉장고는 2010년대 700~800리터를 넘어 900리터에 이르고 있다. 냉장고 용량이 커질수록 제품 부가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관련기사: <대형 냉장고가 좋아 샀더니 음식물 쓰레기만 늘었네>)

하지만 이런 대용량 경쟁은 소가족 시대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란 동영상 이면에는 '대용량 냉장고 경쟁의 불편한 진실'이 감춰진 셈이다.  


#냉장고#삼성전자#LG전자#대용량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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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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