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7일 오후 5시 26분]안철수 대선 후보(무소속)가 27일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세금 탈루 의혹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안철수 캠프가 자료 출처에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파문이 확산될 수도 있다. 안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사정기관의 뒷조사에 대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어제 언론을 보고 확인한 다음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앞으로 더 엄중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1] 세금탈루 의혹 해소 안돼... 문재인 후보쪽도 쓴소리 CBS는 26일 김미경 교수가 2001년 서울 문정동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다운계약서(행정관청에 거래가격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춰 신고한 계약서)를 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입계약서는 정상적으로 작성됐지만, 검인계약서는 그렇지 않았다. 검인계약서는 2004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제도가 도입되기 전, 부동산 중개업소가 작성해 구청에 제출하는 것이다. 검인계약서에 따르면, 김 교수의 아파트 매입금액은 2억5000만 원이다.
하지만 당시 이 아파트의 시세는 4억5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미경 교수는 실제 거래가격보다 2억 원가량 낮춰 신고한 셈이다. 신고된 거래가격이 낮을수록 취·등록세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에,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금태섭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은 26일 밤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관행이었다"며 "세금 탈루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고, 또한 세금을 탈루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금태섭 실장은 27일 페이스북 페이지 '진실의 친구들'에서 "안 후보나 김미경 교수는 1가구 2주택이 된 적이 없어서 양도소득세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매매대금을 낮게 신고할 이유가 없고 현재 가지고 있는 계약서와 실제 매매대금이 일치하기 때문에 저로서는 '낮춰서 할 이유도 없고 그런 사실도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안철수 후보가 경제·사회·문화 정책 총괄 담당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해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민영 대변인이 질의응답을 가로막아,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한 안 후보의 사과에도 파장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껏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운 계약서 작성은 고위공직자 자격 논란의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지난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등의 이유로 임명동의를 받지 못해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파트너인 문재인 캠프 역시 쓴소리를 내놓았다. 진성준 문재인 캠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럽게 생각한다"며 "그간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기준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논란2] 당사자 동의 없으면 공개 안되는데...사정기관 뒷조사 '의혹' 안철수 캠프는 검인계약서 유출여부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정기관의 뒷조사를 통해 자료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민간인 사찰이나 사정기관 뒷조사에 대해 강한 분노를 나타낸 바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민간인 사찰 부분은 상식적으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공권력 남용의 최악의 형태"라며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서 발본색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불러일으킨 검인계약서는 매매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가 가능하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는 공직후보자가 발급동의서를 제출해 자료를 공개한다. 금태섭 상황실장은 "안철수 캠프에서는 검인계약서 공개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금 상황실장은 "이론적으로는 김 교수에게 집을 판 사람이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11년 전의 검인계약서를 아직까지 보유해서 공개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검인계약서가 어떻게 공개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안 후보에 대한 사정기관 뒷조사 의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9일 정준길 전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이 금태섭 상황실장에게 안철수 후보의 여자·뇌물 문제를 거론하며 안 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태섭 실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사찰 논란과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는 정씨의 언동에 비추어 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안 후보와 보조를 맞춰 '새누리당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대응하면서, 정치권에서도 큰 파장이 일었다. 향후, 검인계약서가 사정기관의 뒷조사를 통해 유출됐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