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불거지면서 한중일 3국의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센카쿠 열도(중국명 : 댜오위다오)를 두고 양국간의 민족감정이 매우 악화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시작으로 한일 관계는 다시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갈등 양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의 민족주의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서 고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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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 격화에 대해 "주기적 반복 현상"이라며 "일본 내 보수적인 정치인들이 민족주의에 호소하고 그것이 한국과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갈등이 일본에서부터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독도의 경우 일본은 10년 전만 해도 국민이 다케시마 문제를 잘 모른다고 했다"며 "한일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본 지식인들은 한국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으니 조용하게 두면 되는데 이걸 두고 왜 마찰을 빚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마찰이 생기면 생길수록 더 많은 일본사람들이 알게 되고 우파정치인들은 그걸 정치적으로 남용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한일 관계는 더 악화가 되면서 독도문제는 더 부각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문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문 교수는 "중국의 경우 입장이 조금 다르다"며 "청일 전쟁 승리로 대만을 식민지화하면서 흡수 합병한 것이 조어도(댜오위다오)이기 때문에 사실 중국 땅인데 일본 패전 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대만과 중국이 항의하지 않아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독도 때와는 반대로 일본이 오히려 조용한 외교를 한 상황이 바로 센카쿠 열도에서의 모습이었다는 것.
"한중일 3국은 과거 역사 때문에 서로 모순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이어 문 교수는 한중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 문제를 예로 들었다. "우리 배타적 경제 수역 내에 있는 이어도를 자꾸 우리 땅이라고 하니까 중국 네티즌들이 무슨 하자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자꾸 문제제기하고 그래서 중국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 아니냐"며 "실리 위주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면 되는 곳에 왜 자꾸 깃발을 꽂으려고 해서 문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으면 땅을 빼앗아 갈 수가 없으니 민족주의적인 명분도 좋지만, 이젠 어느 정도 대범하게 실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편 문 교수는 "한중일 3국은 과거 역사 때문에 서로 모순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한쪽으론 굴종의 역사의 기억 때문에 갈등하면서도 한쪽으로는 경제 협력 등 연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협력의 범위를 어떻게 넓혀가고 갈등을 어떻게 좁혀나가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 연합은 장 모네나 로버트 슈만 같은 이상주의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한중일 관계에서 민족주의를 벗어나 이상적이고도 현실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