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윤여준 전 장관' 카드로 장군을 놓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장하성 교수' 카드로 멍군을 놨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야권단일화의 맞수라 불리는 두 후보가 인물 영입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어떤 인재를 어떤 시기에 영입하느냐는 선거 국면에서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각 후보가 어떤 인재들로 선대위를 꾸리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지지율 상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후보 주변이 어떤 사람들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상대 후보의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영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양측 모두에게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영입대상자의 경우, 추석 직후 민심의 향방에 따라 종착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2차 영입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재인의 한 수] '보수의 책사' 윤여준 영입해 합리적 보수까지 외연 넓혀
"통합을 위한 우리의 특별한 노력 보여드린 것이 국민통합추진위원회다. 위원장을 맡아주신 윤여준 전 장관에게 감사드린다."27일 담쟁이 캠프 1차 회의에서 윤여준 위원장과 나란히 입장한 문재인 후보는 윤 위원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루 전 윤 위원장의 영입이 공식화된 후 정치권이 한바탕 떠들썩해진 뒤다.
윤 위원장의 영입이 '파격'으로 불린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보수의 책사'로 이름을 떨쳤다. 이회창 후보를 내세운 두 번의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기획을 총괄하고, 박근혜 대표의 '천막당사'를 기획한 것도 그다. 또, 2011년 10·26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족적을 남긴 그를 영입한 것은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문 후보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통합'을 위해 문 후보 측은 한 달여 전부터 윤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였고, 문 후보가 직접 윤 위원장을 만나 캠프 합류를 설득하기도 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윤 위원장 영입은 중도 외연 확장 전략"이라며 "용광로 선대위에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미로, 후보가 장을 넓게 쓰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클릭'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28일 문 후보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중산층, 합리적 보수, 건강한 보수까지 함께하려는 노력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국민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체성이 흔들릴까 염려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면 마음을 놓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대북 정책의 주축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의 주역들을 나란히 세워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임동원·정세현·정동영·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모두 '미래 캠프' 내 남북경제연합위원회로 영입한 것이다. 문 후보가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드림팀'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양측 캠프에 모두 밝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영역의 인사까지 모두 흡수해 안철수 후보가 영입할 인사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면에서 문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철수의 한 수] 문재인-박근혜 모두 러브콜 보낸 '재벌 저격수' 장하성 영입
"정말 크나큰 원군을 얻었다."안철수 후보는 27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영입을 직접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실제 안 후보가 장 교수를 얻음에 따라 캠프 내부에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교수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도 영입에 공을 들였을 뿐 아니라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도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장 교수가 지닌 '경제민주화'의 상징성 때문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장 교수는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후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 해왔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소액주주로 참석해, 13시간 동안 부당내부거래를 꼬치꼬치 따져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새로운 혁신 모델은 경제민주화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 장 교수는 '재벌 개혁'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장 교수는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벌개혁은 우리나라가 한 단계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며 "안 후보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포용경제, 또 포용성장, 혁신경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득권의 틀을 깨는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캠프에서도 장 교수의 영입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던 터라 결심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장 교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버지에게 저의 선택을 말씀드리니까 제 인생을 불사르고 가라고 하셨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장 교수는 캠프 내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있다면, 안 후보 캠프에 장 교수가 있는 셈이다.
안 후보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 입안자들의 면모는 28일 드러났다. 안 후보는 이날 '평화와 공동번영의 선순환포럼'을 개최해 '대북 포용정책과 안보태세 강화, 균형 외교'를 3대 축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원칙을 기반으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정책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도 함께 하기로 했다.
안철수-문재인, 인재 영입 2차전... 승자는?안 후보는 기성 정치인의 영입 의사도 밝혔다. 그는 27일 장 교수의 영입을 발표하며 "정치권 내에서도 여러 가지로 새로운 변화를 절감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하는 많은 분이 계신다"며 "정치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과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꿀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윤여준 카드'와 '장하성 카드'로 일전을 치른 문-안 후보가 2차 영입전쟁을 치를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을 예정인 안 후보 측과 문 후보 측은 비공개로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양 캠프의 영입 경쟁 속에 공개적인 '중립'을 선언한 인사도 있다. 백낙청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은 28일 안철수 후보에게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보고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구에게도 지지표명을 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