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이번 대선 승리 요소 중 하나는 '노무현 스타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기사 : 울산 대선 승리, '노무현 스타일'에 달렸다) 지역 학부모들은 이 의제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결합한 좋은예산넷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539명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2013년도 울산시 예산 우선순위를 설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 1위는 '대학등록금 지원(반값등록금)'이었다. 또 '시립대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타 지역에 비해 울산 시민들의 대학 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공약한 '울산 국립대'는 우여곡절 끝에 2009년 3월 울산과학기술대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 대학은 이공계열·경영계열 학문만 특성화된 대학이다.
울산과학기술대 개교 후 3년이 지난 현재, 울산 시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울산시민연대는 2012 대선 공약 의제 1호로 '울산 국립종합대 설립'을 내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울산시민연대 "울산에는 국립종합대가 필요하다"그 이유는 여전히 울산시 안에 있는 대학의 입학 정원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청년층의 타 지역 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 누리집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울산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은 1만7145명, 이중 상급학교 진학자는 1만5818명으로 집계됐다. 울산시의 대학진학률이 92.3%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울산지역 대학 입학 정원은 4년제 울산과학기술대 757명, 울산대 2890명을 비롯해 울산과학대학교·춘해대학 등 전문대를 포함해도 모두 6646명 수준이다. 울산시 소재 대학들의 입학 정원보다 상급학교 진학자 수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체 울산 지역 대학 진학자 가운데 약 58%에 달하는 9000여 명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경기·대구·부산 등 타지로 간다는 이야기다. 이로써 1000만 원에 달하는 비싼 등록금에다 다달이 빠져 나가는 타지 생활비 등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학부모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울산시민연대 권필상 사무처장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가 '울산에 국립대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뒤, 지난 2009년 울산국립대가 만들어졌다"면서도 "하지만, 막상 이 대학은 입학 정원이 750명이며 그나마 이공계와 경영계열만 특성화된 국립대 법인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과학기술대는 울산 시민의 요구를 충족하기에 너무 부족하다"고 밝혔다.
권 사무처장은 이어 "지난 2011년 울산과학기술대 입학생 중 울산 지역 출신 입학생의 비율은 13%(98명)에 지나지 않았다"며 "국립대가 설립은 됐지만, 정작 울산 지역 학부모들의 교육 여건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울산과학기술대 입학자 750여 명 중 서울·인천·경기 지역 학생은 253명(33.6%), 부산·경남 지역 학생은 179명(23.7%), 울산을 제외한 기타 지역 학생은 220명(29.7%)이었다.
당초 울산 지역 학부모들의 요구는 '대학 정원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설립된 울산과학기술대가 '엘리트 인재 양성'을 지향하면서, 노 전 대통령 공약 이행의 핵심이 빗나갔다는 지적이다. 울산과학기술대의 울산 지역 학생 입학 비율만 봐도 울산과학기술대가 타 지역 우수 학생들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산시민연대의 주장은 울산에 국립종합대를 설립해 대학 입학 정원을 확충, 울산 지역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
"진정한 구조조정은 없는 곳에 만들어주는 것"권필상 사무처장은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울산시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대학이 부족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정한 구조조정이란, 없는 곳에는 만들어 주고 넘치는 곳에는 줄이는 것'이라고 한 말이 아직도 유효하지 않은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울산과학기술대는 지역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향후 10년 간 수천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울산 시민들이 느끼는 허탈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울산 지역 학생들이 많이 가지도 않는 대학에 울산 시민들이 예산을 지원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 사정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공약을 이행했지만 이후 울산과학기술대 설립 진행과정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관련기사 :
노무현이 지킨 공약, 제대로만 적용했으면...).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울산 시민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울산 국립종합대 설립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고, 울산시민연대는 이를 대선 의제 첫 번째 순위로 내놨다.
앞으로 대선 후보들이 울산 시민들에게 울산 국립종합대 설립을 약속할지, 또는 흐지부지 식으로 넘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